김익중 전 동국대학교 의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식품에 대한 방사성 물질 기준치를 20배 올려 쌀농사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전세계 선수단에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식사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암과 유전병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출신인 김 전 교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8년 전 원전사고가 났던 후쿠시마현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고, 그 쌀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오염된 흙을 5~10㎝ 긁어내는 제염작업 후 검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가 되면 농사를 짓는다”면서 “문제는 그 기준치가 굉장히 높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 전체를 피난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기준치를) 그렇게 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KBS는 <지식채집프로젝트 베짱이>라는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후쿠시마의 벼농사 지역 바로 옆에 방사능 오염토가 피라미드처럼 가득 쌓여있는 모습을 방영했다. 현지 주민은 공기 중에서는 위험성 기준의 2~3배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만, 쌀에서는 그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농사가 허용됐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15년 8월 이후 일본 정부의 방사성 물질 안전기준을 초과한 쌀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교수는 “일본 정부는 사고 3~4년 후부터 쌀 생산을 재개를 허용해 유통도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면 암에 이어 유전병이 증가하며, 일본에서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의사들이 한국 국회에 와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백혈병뿐 아니고 갑상선암, 유방암 여러 가지 암들이 실제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후쿠시마산 쌀은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대형 덮밥 체인,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받는 호텔의 식당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다. 가정용 쌀은 현 단위까지 생산 지역이 표시되지만, 산업용 쌀은 ‘국내산’으로만 표기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 3월 농림수산성 조사를 인용해 2017년 6월까지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쌀의 출하량 중 ‘산업용’이 65%를 차지했으며 이 수치는 일본 지자체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후쿠시마산 쌀 가격은 2014년만 해도 전국 평균에 비해 10.4% 낮았으나, 2018년에는 3%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날만큼 회복됐다.
김 전 교수는 “그게 일본 정부의 잘못”이라며 “방사능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되는데 원자력을 추진하는 정책 때문에 이 정도 오염도 괜찮다고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원자력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정책”이라고도 덧붙였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안전성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2020도쿄올림픽 선수단의 식사에도 이 농산물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전 교수는 “전 세계 선수들에게 방사능 오염 식품을 먹이겠다는 이야기”라며 “원자력 안전은 선전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진짜 안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도쿄올림픽 성화가 2011년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0km 떨어진 지점에서 출발하고, 원전에서 70km 떨어진 지점에서는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열린다는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교수는 “경기를 하고 근처를 지나가는 외부 피폭 상황보다 음식을 통한 내부 피폭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음식을 통해서 방사성 물질을 먹으면 우리 몸에서 평생 나가지 않는 것도 있다”면서 “방사능 측정도 세슘과 요오드만 하는데, 그렇다고 나머지가 없다는 게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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