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 앵커 ▶
시청자의 소중한 제보로 만들어지는 '당신 뉴스'입니다.
마취 상태에서 수술실에 누워 있는데 원래 수술하기로 했던 의사 대신 한번도 본적 없는 낯선 의사가 몰래 들어와 수술을 한다면, 어떠시겠습니까.
원래 법적으로 수술 의사가 바뀌면 사전에 알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그래서 보건 당국에 신고했더니 "그래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최유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천의 한 산부인과.
짧고 흰 머리의 의사가 수술실로 들어갑니다.
한 40대 여성환자에게 산부인과 질환 수술을 해주기로 한 담당의사입니다.
그런데 잠시 뒤 이 담당의는 다시 수술실에서 나옵니다.
뒤이어 다른 의사가 대신 들어갑니다.
의사가 뒤바뀌었다는 걸 여성 환자는 수면마취가 덜 된 채 수술대에서 알아차렸습니다.
[피해 환자] "(수면마취에서) 깼어요 금방. 근데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저 남자는 누굴까 근데 이게 막상 너무 공포스럽고…"
수술대에 팔은 묶여져 있었고 눈도 가려져 있던 상황.
[피해 환자] "저 팔 좀 풀어달라고 그랬더니 금방 끝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선생님이 거의 말씀이 없으셨어요. 근데 수면마취(주사)를 더 주입을 하시더라고요. 그것까지 느껴졌어요."
수술을 마친 뒤 간호사들에게 왜 다른 의사가 들어왔는지 물었지만, 오히려 자신을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고 합니다.
[피해 환자] "저 선생님 진짜 아니신 것 같다고 (물었더니) 저보고 헛소리 들으신 거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거듭된 확인 요구에 결국 병원측은 의사가 뒤바뀐 걸 인정했습니다.
[피해 환자] "갑자기 변호사를 만나야 돼서 본인한테 갑자기 부탁을 했다?"
[병원 관계자] "갑자기 부탁드린 건 맞아요. 서로 협력관계고 이렇기 때문에…"
의료법엔 수술 의사가 바뀌면 반드시 환자에게 그 이유까지 사전에 고지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병원을 찾아가봤습니다.
[병원 관계자] "(의사한테) 여쭤봤는데요. 만날 일 없으시다고 약속 잡아도 안 만나주시겠다고…"
피해환자는 결국 관할 보건소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보건소는 해당 의료행위는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고, 전신 마취가 아니라 수면마취 상태여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술이 아니란 근거가 뭔지, 수면마취면 왜 괜찬다는 건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인천 서구보건소 관계자] "'시술로 볼까요, 수술로 볼까요' 이런 건 누가 판단 내려주지 않잖아요. 자체적으로 판단해서…의료법의 사각이에요."
의사 입장에서 너무 소극적으로 법 해석을 하고 있단 비판이 나옵니다.
[박호균/의료 전문 변호사] "안과 교수가 수술하기로 했는데 전신마취가 아니니까 심지어 레지던트가 와서 수술해도 된다는 말인데…(해당 보건소가) 현행 의료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보건당국의 애매한 법 해석 속에 최근 국회에선 의사 바꿔치기 유령수술이 관행화되는 걸 막기 위해 처벌 규정을 현행 3백만원에서 3천만으로 상향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MBC뉴스 최유찬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 영상편집: 배우진)
최유찬 기자 (yucha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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