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5년간 미수금까지 포함, 검찰이 9500억원으로 부풀려
사전구속영장 발부되지 않았을 것… 개인 비리와 빅딜 제의 오가지 않아"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성 전 회장의 변론을 맡았던 오병주(58) 변호사는 13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은 발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성 전 회장은 해외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의 실질심사를 수시간 앞둔 지난 9일 오전 목숨을 끊었다. 오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법률적으로 성 전 회장에게 매우 억울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 “성 전 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법리적으로 다퉈 검찰에 이길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오 변호사는 특히 성 전 회장에게 적용된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이게 영장이 나오면 우리나라 기업 웬만한 곳이 다 사기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검찰수사를 비판했다. 2007년까지 22년 동안 검사로 일했던 오 변호사는 1998년 대전지검서 특수부장을 지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에게 800억원대 사기 대출과 9,500억원대 분식회계, 250억원 횡령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검찰수사는 ‘별건 수사’
오 변호사는 성 전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를 ‘별건 수사’라고 규정했다. 검찰이 경남기업에 대한 자원개발 비리 수사가 벽에 부딪히자 성 전 회장의 개인비리에 초점을 두어 수사방향을 틀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 사례로, 성 전 회장에게 적용된 분식회계의 경우 실질적 규모는 5년간 1,250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8,250억원은 5년에 걸친 미수금인데 검찰이 이것까지 포함시켜 숫자가 9,500억원으로 부풀려졌다는 설명이다. 오 변호사는 “분식회계 액수가 많지 않다”며 “이 정도로 영장이 발부된다면, 우리나라 대기업 대부분을 같은 혐의로 엮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가 10가지인데, 이 가운데 자원개발 비리와 무관한 혐의가 총 7개에 달한다. 특히 이중에는 4년 동안 법인카드로 아들 영국 유학비 등에 1억 6,000만원을 썼다는 혐의도 포함돼 있다. 오 변호사는 “집 월세와 밥값 등 한 달에 300만원 정도 되는데, 비용 자체가 크지 않아 가벌성이 적다”며 “검찰이 성 전 회장 구속을 위해 무리하게 갖다 넣은 혐의로 보이는데, 심지어 수사를 진행한 검찰에서도 해당 내용 물으면서 ‘질문하기 창피한 내용’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오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의 부인 동모(61)씨의 계열사 계좌를 통해 빠져나간 18억원에 대해선 “부인이 성 전 회장 모르게 친정 쪽의 95세 노인 부양에 사용한 돈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부인이 돈 쓰면서 남편한테 일일이 얘기하지 않는 경우 많지 않느냐”며 “아들 유학비도 부인 명의 계열사 법인카드에서 지급돼 성 전 회장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오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가족 일이라면 남편으로서 책임져야 하는데, 진짜 몰라 답답하다. 검찰이 처음 듣는 얘기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여금 횡령’은 검찰 억지
오 변호사는 또 성 전 회장이 횡령 혐의를 받는 회삿돈 250억원 중 대여금 189억원에 대해 “대여금은 회계처리 순간 갚아야 할 의무가 생기는 돈”이라며 “누가 횡령을 마음 먹은 뒤에 이를 채무 의무가 있는 대여금으로 처리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성 전 회장은 2007년부터 5년 동안 대아레저산업, 대아건설, 대원건설 등 계열사로부터 빌린 대여금 대부분을 금융기관의 대출이자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오 변호사는 “검찰에서는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이사회 회의를 실제 하지 않고 결의 받은 것처럼 절차를 꾸며 돈을 빌렸기 때문에 ‘사기’ ‘횡령’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도 회계책임자에게 전권을 위임한 성 전 회장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해당 대여금을 장기간에 걸쳐 갚은 것이 거의 없고, 이자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돈을 횡령한 것으로 판단했다. 오 변호사는 그러나 “검찰이 성 전 회장을 구속시키기 위해 다소 무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계책임자 ‘현금 32억’ 유용 가능성
오 변호사는 경남기업이 2007년부터 5년간 현장 전도금(경비) 명목으로 사용한 ‘현금 32억원’에 대해선 회계책임자 한모(50) 전 부사장의 유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 변호사는 “한 달에 3,000만원 정도씩인데 선의로 해석하면 한 전 부사장이 영수증 처리 없이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은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라 회계의 기본인 대차대조표조차 볼 줄 몰라 평소 회계관련 업무 전권을 한 부사장에게 위임해왔다고 오 변호사는 전했다. 그는 또 성 전 회장이 “회계관련 보고를 따로 받지 않았고, 정치활동으로 바빴던 당시 회계처리와 관련해 일일이 알 수 있었겠느냐”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그러나 “한 전 부사장은 검찰조사에서 성 전 회장에게 관련 내용 전부를 보고했다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그에 대해 진상을 먼저 규명하면 많은 의혹도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딜’ 제의는 없었다
오 변호사는 다만 성 전 회장이 주장한 검찰의 ‘빅딜’ 제의는 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검찰이 자원개발 비리와 개인 비리를 맞교환 하려 했다’는 식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오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이 조사 받을 당시 최소한 내가 배석하고 있을 때는 빅딜 관련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론 성 전 회장이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그런 얘기가 분명 나오지 않을까 예측하고 미리 짐작해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하지만 성 전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도중 (내가) 2시간 가량 자리를 비웠는데 데 그때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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