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기무사 촛불 계엄령’ 사건을 덮었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대검찰청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가운데, 윤 총장이 이 사건 수사에 관여했다는 정황 증거가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4일 ‘계엄령 문건 수사 결과, 직인 찍은 윤석열이 몰랐다? 비겁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짓말’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건 관련 대검의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검찰이 입수하고도 덮어서 서울중앙지검장(윤석열)에게 책임이 있다”라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를 진압하기 위해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문건인 ‘현시국 관련 대비계획’에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현 자유한국당 대표)이 연루된 정황이 담겼는데, 검찰이 해당 문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황 대표를 조사하지 않아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해당 문건에 대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검은 23일 “임 소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라며 해명에 나섰다.
대검 대변인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기존 검찰조직과는 별개의 독립수사단으로 구성됐다”라며 “실제 (수사단) 설치장소도 서울동부지검”이라고 밝혔다.
이어 “합동수사단 활동 기간 중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지휘 보고 라인이 아니어서 관련 수사 진행 및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윤 총장 직인 찍힌 불기소이유통지서 공개
“비겁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총장의 거짓말”
“비겁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총장의 거짓말”
군인권센터는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직인이 찍힌 이 사건 불기소이유 통지서를 공개하고 “비겁하고 무책임한 변명”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이들은 “합동수사단은 현재 설치가 논의되고 있는 공수처, 또는 특검과 같이 법률에 따라 설치된 별도의 수사 기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국방부는 군검찰에 ‘특별수사단’을 설치했는데, 민간인에 대한 관할권이 없는 군검찰의 특성상 계엄 사건에 연루된 민간인, 예비역 등을 수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민간인, 예비역 등에 대한 수사가 민간 검찰로 넘어가면서, 군검찰과 민간 검찰 간에 합동수사단이 구성됐다.
이들은 “민간인 피의자에 대한 처분의 책임은 민간 검찰에 있는 것이고,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당시 판단의 최종 책임은 합동수사단장이었던 서울중앙지검 노만석 조사2부장의 상관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있다”라고 지적했다. 노만석 부장검사는 현재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영전했다.
이들은 “그런데 윤 총장은 이러한 기본적인 내용을 부정하며 자신은 합동수사단과 관계가 없다는 변명을 내놓고 있다”라며 “윤 총장의 주장대로라면 이 수사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거냐? 합동수사단장이 최종 책임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검찰총장이라면 당시 합수단장의 상급자이자 현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해당 수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재수사를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놓았어야 정상인데, 자신은 모르고, 책임은 합수단에 있다며 하급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니 비겁하고 무책임하다”라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또 “이 사건 불기소이유통지서 발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돼 있고 직인도 찍혀있다”라며 대검의 해명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합수단이 기존 검찰조직과는 별개의 독립수사단이었다면 왜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관할하고 있냐?”라며 “최종 수사 결과를 기재한 문서에 엄연히 본인의 직인이 찍혀있는데 자신은 보고도 받지 않았고, 수사 결과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면 합수단장이 지검장의 직인을 훔쳐다 찍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수사 결과가 어디 있냐? 관여한 바 없다는 윤 총장의 변명은 거짓말이다”라고 질타했다.
군인권센터는 “수사가 엉망이었고, 당시 상급자였던 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수사 결과를 재검토해보기는커녕, 보고를 못 받았으니 책임이 없다며 기자들에게 무책임한 변명을 전하는 검찰 수장의 모습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장 관심 사안인 특정 사건 수사는 특수부를 투입해 먼지털이식 수사를 벌이면서, 헌정질서 전복을 도모한 내란음모사건 수사는 불투명하게 덮어버린 검찰의 행태를 보며 검찰 개혁의 시급성을 다시금 절감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군인권센터는 이 사건 불기소이유통지서를 공개하며 “검찰이 충분한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조현천 도주’를 핑계로 모든 피의자들의 혐의를 덮어버렸다”라고 지적했다.
공개된 통지서에 따르면, ‘피의자 황교안’에 대해 검찰은 “본건 계엄 문건의 실행의사 유무 판단은 피의자와 조현천과의 사전 의사 연락이 중요하다고 보이고, 2017년 3월경 피의자가 참여한 공식행사에 조현천이 4회 참석한 정황이 나타나는 등 조현천이 피의자에게 본건 계엄 문건을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현천의 소재를 알 수 없다”라며 “조현천의 소재가 발견될 때까지 참고인중지한다”라고 결론 내렸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계엄 문건 작성에 관여한 핵심 인물로,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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