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최종보고서로 살펴본 검찰 해명의 문제점 총정리
'김학의 보고서' 윤 총장을 윤중천에게 소개한 인물로 기록된 임아무개씨
윤 총장 모른다면서도 "(검찰이 윤 총장에 대해 물어본) 사실이 없다" 답변
수사단, 보고서 보고도 임씨 조사하면서 윤 총장 언급조차 하지 않았을 가능성
'김학의 보고서' 윤 총장을 윤중천에게 소개한 인물로 기록된 임아무개씨
윤 총장 모른다면서도 "(검찰이 윤 총장에 대해 물어본) 사실이 없다" 답변
수사단, 보고서 보고도 임씨 조사하면서 윤 총장 언급조차 하지 않았을 가능성
14일 <한겨레>가 공개한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과거사조사단)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관련 최종보고서 내용(관련기사: [단독] ‘김학의’ 최종보고서 “윤중천 ‘임○○ 소개로 윤석열 알아’ 진술”)을 보면, 그동안 검찰이 국정감사 발언, 공식 해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해명’의 문제점이 조목조목 드러난다.
애초 <한겨레>의 보도 취지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관련된 의혹이 윤중천씨를 상대로 한 과거사 조사단의 조사 과정에서 나왔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공식 최종보고서에 담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검찰수사단’(검찰수사단)에 넘겨졌는데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하지만 여환섭 대구지검장(당시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검찰수사단장)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최종 보고서에 담긴 사실관계를 “일방적으로 요약 정리한 자료”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고, “(윤씨와 윤 총장이) 설혹 만난 적이 있다손치더라도 그것이 무슨 범죄행위가 되는 것도 아니”라며 검찰이 반드시 조사해야 할 핵심 사항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기도 했다.
특히, 여 지검장은 국정감사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중천씨와 (윤석열 검찰총장을 윤씨에게 소개해줬다는) 사업가 임아무개씨를 불러다 조사했으나 관련 사실을 둘 다 부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윤씨는 지난 12일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고, 임씨 역시 14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검찰 수사단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질문은) 안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실제 이들을 제대로 조사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여환섭 지검장은 11일 국감에서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이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윤석열 검찰총장과 친분이 있다는 진술이 담긴) 진술보고서를 봤느냐”고 묻자 “정확한 워딩을 지금 여기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아주 애매한 표현인데, ‘만난 적도 있는 것도 같다’ 이런 취지의 면담 보고 형식의 과거사위 조사단 관계자의 면담 보고서가 있다”고 대답한다. 면담 보고서에 의하면 만난 것 자체가 애매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겨레>가 14일 공개한 과거조사단 최종보고서에는 “윤석열 검사장도 임00 소개로 알고 지냈는데 원주 별장에 온 적이 있는 것도 같다”고 돼 있다. 누구 소개로 알고 지냈는지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면서 윤 총장과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원주 별장’에 대해서는 ‘것도 같다’는 애매한 표현을 쓴다. 여 지검장은 이것을 뭉뚱그려 “만난 적도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여 지검장은 뒤이어 “그 후에 과거사위가 정식 조사를 하는데 과거사위 정식 조사 기록에는 전혀 언급이 없고 정식 조사가 아니라 외부에서 조사단 관계자가 윤중천을 만났을 때 윤중천이 그런 취지의 얘기를 하더라는 걸 일방적으로 요약 정리한 자료는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가 말한 ‘정식 조사 기록’은 녹음 기록이 없이 윤씨를 조사한 뒤 조사관들의 ‘복기’를 통해 만들어진 면담보고서가 아닌, ‘정식으로 녹음되거나 조서가 만들어진’ 자료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미 알려져있다시피 당시 조사단은 수사권이 없어 강제로 조서를 쓰거나 녹취를 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에서 당시의 조사를 ‘정식 조사’와 ‘비정식 조사’로 나누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윤 총장과 윤중천씨의 관계가 담긴 진술은 과거사 조사단의 면담보고서뿐만 아니라 과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에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정식 기록’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여 지검장은 이 자료에 대해 “일방적으로 요약 정리한 자료”라는 표현을 통해 애써 의미를 깎아내린다. <한겨레>가 공개한 최종보고서를 보면 해당 진술을 기재한 항목 제목이 ‘조사단이 확인한 사실관계’라고 돼 있다. 조사단이 ‘사실을 확인’하고 공식 자료로 남겼다는 뜻이다.
여 지검장은 국감에서뿐 아니라 지난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표현을 썼다. “재수사 당시 ‘윤 총장과 아는 사이일 것’이라는 의혹이 있었나”는 질문에 “(윤중천) ‘면담보고서’가 넘어왔다. ‘일방적’인 청취 보고인데”라고 답했다. 여 지검장은 또 같은 인터뷰에서 “(조사 받고) 윤중천이 떠나고 나서 복기해 요약해 놓은 보고서다. 녹취도 없고, 보고서에 윤중천의 서명도 없다. 출처 불명이라 내용을 믿기 어렵다”는 표현도 한다. 과거사 조사단이 공식적으로 작성해 과거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법무부와 대검에도 전달된 최종보고서의 내용을 ‘일방적인 청취 보고’, ‘출처 불명’이라고까지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여 지검장은 윤중천씨가 윤 총장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놓는다. 그는 국감에서 정점식 의원의 질의에 “(윤씨와 윤 총장이) 설혹 만난 적이 있다손치더라도 그것이 무슨 범죄행위가 되는 것도 아니고 검찰에서 그걸 수사할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답했다. 수많은 고위공직자들을 접대하며 로비를 벌인 윤씨가 윤 총장을 만났는지의 여부는 이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단 입장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임에도 ‘별 것 아니다’는 식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여 지검장은 최종보고서의 ‘윤석열 총장’ 관련 내용이 녹음이 되지 않았기에 ‘정식 조사 기록’이 아니라고 깎아내렸지만, 정작 검찰 수사단에서 윤중천씨를 조사할 때도 기록을 남기지 않는 모순을 보이기도 했다. 여 지검장은 검찰 수사단에서 윤씨를 불러 조사했더니 윤씨가 ‘조사단에서 (윤 총장을 안다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수사단에서 윤씨를 조사한) 수사 근거는 없는 거네요?”라고 묻자 “조서를 남기려고 했는데 윤중천이 구속된 이후에 출석 자체를 불응해서 그 부분을 조서를 남기지 못 했다”고 답한다. 채 의원이 재차 “영상, 녹화, 녹음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런 것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결국 검찰이 윤중천씨를 조사한 것도 ‘정식 조사’가 아닌 셈이다.
이와 관련해 윤중천씨는 지난 12일 변호인을 통해 “수사단(검찰)에서 윤중천(자신)에게 윤석열을 아는지 여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고 따라서 윤중천은 ‘윤석열을 모른다’고 진술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단이 윤중천씨를 불러 윤석열 총장과 관련해 조사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윤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수사단은 아예 윤씨에게 윤석열 총장과 관련한 어떤 것도 묻지 않고 윤 총장 사건을 덮은데다, 국감에서는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여환섭 지검장은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가 (윤중천의 진술에 대해) 들었으니 국감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윤씨가) 진술을 부인한 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었다.
또한 여 지검장은 14일 <뉴스1>과 한 인터뷰에서 “재수사 당시 임아무개씨를 불러 조사했다”며 “임씨는 자신이 윤씨에게 검사들을 소개한 사실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4일 <한겨레>가 임씨를 직접 만나 “(수사단에서 조사할 때) 윤석열 총장에 관한 질문도 나왔느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답했다. <뉴스1>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 추가로 이어진 통화에서도 임씨는 <한겨레>에 재차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임씨는 <한겨레> 기자에게 자신이 윤씨에게 윤 총장을 소개시켜준 사실이 없다며 과거사위 최종보고서의 내용도 부인했다.
이에 대해 여 지검장은 15일 <한겨레>에 “(임씨에게 윤 총장을 언급하며 물어봤는지) 정확히 모른다. (임씨는) 일체 검사를 소개시켜준 적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윤중천씨가 임씨 소개로 윤석열 총장을 알고 지냈다는 과거사위 최종보고서를 보고도 임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윤 총장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14일 <한겨레>가 공개한 조사단의 최종보고서를 보면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이뤄진 대검찰청 대변인실의 공식 해명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먼저 10일 오후 대검 대변인은 윤씨와 윤 총장의 관계에 대한 <한겨레21>의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 “과거사위, 검찰수사단 모두에서 일절 (윤석열 관련) 언급이 없었다”며 “면담 과정에서 진술했는지도 의문이다.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의 ‘윤중천 리스트’ 첫 보도에는 검찰의 이런 해명이 담겼다. 그러나 검찰의 해명과 달리 조사단의 최종보고서에는 윤 총장에 대한 언급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후 검찰은 첫 보도 기사가 인쇄된 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11일 밤 12시4분에 문자를 통해 “보도는 완전한 허위사실”이라고 밝힌다. 허위인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은 윤모씨와 전혀 면식조차 없다. 당연히 그 장소에 간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기사의 핵심은 윤중천씨가 윤석열 총장을 만났는지의 여부가 아니었다. 윤씨가 조사단에 ‘윤 총장을 안다’고 진술했으나 검찰 수사단이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윤 총장이 윤씨를 만나지 않았으니 기사가 허위라고 밝힌 것은 보도의 내용을 오해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시킨 것으로 의심된다.
이후 검찰은 11일 낮 12시에 입장문을 내어 “과거사위 기록을 넘겨받은 검찰 수사단이 윤중천에게 확인하였으나 진상조사단에서 진술한 사실자체를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여환섭 지검장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과 같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대로 수사단이 윤씨를 조사한 것자체를 윤씨가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같은 날 오후 <한겨레> 첫 보도를 한 기자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보도가 나간 당일 곧바로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고소장에는 기자뿐 아니라 ‘보도에 관여한 이들’이라는 취지의 표현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뿐 아니라 취재원까지 폭넓게 조사하겠다는 요청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송채경화 김완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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