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가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칼럼 인용 까닭
여소야대-대통령 낮은 지지율-국정비선-당내 분열, 재현되는 요인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청원이 127만7000명을 넘어서고, 김건희 여사 문제와 채상병 특검법 대치 상황으로 갈등이 증폭되면서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 2017년 탄핵과 비슷한 풍경이 재현된다고 우려해 주목을 끌었다. 특히 이 칼럼 내용은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가 자신의 칼럼에서 소개할 정도로 예사롭지 않았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6일자 토요판 12~13면 '성한용의 막전막후' 코너 <윤 대통령 '적반하장'…'탄핵 민심' 불 지핀다>에서 윤 대통령 탄핵청원 상황과 관련해 과거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기각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받아들인 이유를 떠올렸다. 성 선임기자는 “최고위직 정치인이자 선출직 공직자인 대통령의 탄핵은 위헌·위법 정도보다는 민심의 향배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며 법리 보다는 민심에 달렸다고 밝혔다. 성 선임기자는 “윤 대통령은 이러한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제는 그런데도 최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발언과 태도에서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는 데 있다. 성 선임 기자는 정진석 비서실장이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본질이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이 어긴 항명 사건이 그 실체이고 본질이라고 한 것을 두고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인식”이라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갈등과 대결의 정치가 반복되면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을 극복할 수 없다”고 한 것 역시 성 선임기자는 “정국 파행에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통과된 특검법이 위헌에 위헌을 더한 반헌법적 특검법이라 한 대통령실을 두고 성 선임기자는 “적반하장식 태도”라며 “국민의 분노에 휘발유를 끼얹고 있다.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성 선임기자는 이런 자신의 분석에서 돌연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을 소개하고 인용하면서 “불길한 흐름을 감지한 이른바 보수 논객들이 나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해당 칼럼은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 지난 4일자 고정코너인 '양상훈 칼럼' <'2016 탄핵' 때 닮은 꺼림직한 정치 풍경>이다. 양 주필은 현 상황을 두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내부 모습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슷한 점이 눈에 띄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 주필은 △국민의힘 총선 패배로 만들어진 여소야대 국회 구도 △대통령 불통으로 민심 이반을 불러온 총선 패배 원인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등이 그때와 같다고 제시했다. 양 주필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세월호 사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채 상병과 김건희 여사 문제가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고, 두 사안 다 이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었지만 대통령 스스로가 키웠다고 설명했다.
양 주필은 “민주당이 김 여사를 '제2의 최순실'로 만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면서 “김 여사의 국정 개입에 대한 소문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다. 일부만 사실로 드러나도 민주당은 '제2의 최순실 사태'로 규정하고 공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주필은 가장 심각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분열이 2016년 탄핵 때의 여당 분열과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규정했다. 양 주필은 정치권에선 지금 국민의힘 대표 경선은 '윤 대통령 대 한동훈'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 전 위원장이 승리해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지는데, 그렇다고 한 전 위원장을 인정할 수도 없다는 예상이다. 양 주필은 “어느 쪽으로 가든 큰 분열의 요인이 있으며, 만약 분열하면 '대통령 탄핵'은 민주당의 정략을 넘어 '실제 상황'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며 “윤 대통령 바람대로 한 전 위원장이 패배해도 여권 내에 파인 깊은 골은 두고두고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주필은 “국민의힘이 108석에 불과하지만 분열하지만 않으면 탄핵을 막을 수 있지만, 문제는 분열을 막을 수 있느냐다”라고 썼다. 대통령이 용기 있게 풀 것은 풀고 매듭지을 것은 매듭지으면 모든 우려는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했고, 한 전 위원장에게도 서로 인내하고 관용해 불행한 정치 역사의 되풀이를 막아야 한다고 양 주필은 조언했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와 유사한 불길한 예측을 내놓았다. 홍 시장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 탄핵 전야제처럼 흘러가는 정국이 걱정스럽다”며 “거대야당의 폭주, 일부 당대표 후보의 동조, 얼치기 여당 중진의 부화뇌동, 야권성향 언론의 극성, 탄핵 청원의 시작들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또다시 광화문 촛불로 가는 서막 같다”고 우려했다.
홍 시장은 “또다시 2017년 (탄핵) 사태가 재발하면 나라만 불행해 지는게 아니라 보수우파 진영은 궤멸된다”며 “2017년엔 화양연화 한동훈이 수사로 우리를 궤멸시키려 했지만 이제는 정치판에서 우리 스스로 궤멸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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