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10일 입점 업체에 부과하는 중개 수수료를 44%가량 올릴 계획을 밝히자 소상공인은 물론 정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배민의 배달 중개 수수료 인상으로 정부의 물가 안정화 정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배달 수수료가 올라가면 그 일부는 입점 음식점들의 음식 판매가격에 반영되고 이는 외식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 부문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지난달 기준)는 13.8%에 달한다. 소비자가 한 달에 100원을 쓰면 이 가운데 13.8원은 외식에 지출한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전년동월 대비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4%)을 웃돌았다. 여기에 이번 배민 변수가 더해지면 연말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 초반대로 안정화시킬 것이란 정부 방침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배민의 배달 중개 수수료 인상 결정 시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 정부가 지난 3일 “배달 플랫폼에서 배달료와 중개 수수료를 어떻게 결정하는 게 적정한지 합리적인 논의를 추진하고 부담을 과하게 느끼는 영세 사업자에겐 재정 지원을 하겠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고 나선 직후라서다.
한 기재부 간부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배달 앱의 수수료 인하 유도를 추진하겠다고 갓 나선 시점에 이를 무시하고 배달 중개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한 데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며 “정부 정책 추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 이해관계자 간 ‘자율규제 기구 회의’를 개최하려고 준비 중이던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당혹스럽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음식점주들은 싸늘한 반응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업계 1위 업체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리는 것에 많은 소상공인들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점주들과 상생 의지가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배민이 2019년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즈(이하 DH)에 매각된 뒤 DH가 단기적 시각으로 투자금 회수에 집중하면서 한국 내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배민이 거둔 영업이익 7000억원가량 가운데 4000억원 넘는 돈을 같은 해 4월 DH 측에 중간 배당한 게 주요 근거다. 아울러 최근 DH가 EU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6000억원가량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제기된 점도 배민의 이번 배달 중개 수수료 인상을 부추긴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타사에 비해 낮은 배달 중개 수수료를 부과해서는 서비스를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업계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라며 “중개 수수료를 높이는 대신 배달료 부담은 낮췄기 때문에 실제 업주들의 부담은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울 지역에서 업주가 2만원어치의 음식을 주문 받을 때 배민에 낼 돈은 종전 5676원에서 6006원으로 330원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주들은 수수료 인상이 향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배민이 수수료 인상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배달료를 일시적으로 인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독과점을 바탕으로 중개 수수료 등을 지나치게 올리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며 “정부가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넘어 더욱 단호한 대응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중·장주영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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