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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ly 13, 2024

전기저항 0, 전자파도 없다…초전도케이블은 꿈의 전선일까[딥다이브]

 초전도체를 아십니까. 지난해 여름 국내 주식시장을 아주 뜨겁게 달궜던 테마였죠. 초전도체가 ‘전기저항이 0’인 물질이라는 건 이미 아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도대체 전기저항이 0이라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게 왜 그렇게 대단할까요. 초전도체 열풍이 지나간 이후이지만 궁금증은 남는데요.


산업현장에서 이 초전도체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문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주식시장이 열광했던 상온 초전도체와는 좀 다르지만, 고온 초전도케이블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까지 성공시킨 LS전선의 류철휘 박사입니다.

고온 초전도체를 이용해서 만든 초전도케이블. 송전손실이 매우 적어서 일반 케이블의 최대 10배 용량 전력을 보낼 수 있다. LS전선
고온 초전도체를 이용해서 만든 초전도케이블. 송전손실이 매우 적어서 일반 케이블의 최대 10배 용량 전력을 보낼 수 있다. LS전선


‘옴의 법칙’ 깬 새로운 현상의 발견
-초전도 현상이라는 게 전기저항이 0이 된다는 뜻이라고 알고 있는데, 맞나요?

“반만 맞췄습니다. 초전도체는 크게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해요. 첫 번째는 전기저항이 제로가 되는 거고요. 두 번째는 내부로 침입하는 자기장을 밖으로 밀어내는 특징입니다. 저희는 그중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극대화해서 초전도케이블을 개발했습니다.”

-전기저항이 제로인 게 왜 그렇게 획기적인 건가요?

“지금 쓰는 전력케이블은 주로 구리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 도체를 쓰는데, 이런 물질은 고유 저항이 있습니다. 이런 저항 때문에 전기를 다 흘려보내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죠. 그런데 전기저항이 0이면 이런 손실 없이 전류를 100% 다 보낼 수 있습니다.

또 초전도 모터도 만들 수 있는데요. 금속 도체 대신 초전도체로 모터를 만들면 아주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고출력 모터가 필요한 선박이나 항공기, UAM(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초전도 모터를 쓸 수 있고요. 핵융합 발전기에도 초전도체를 쓸 수 있습니다.”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류철휘 박사는 대학원에서 전기를 전공했다. 없으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전기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다. 박사를 마친 2009년 LS전선에 입사해, 2010년부터 초전도케이블 개발에 합류했다. 현재 LS전선 에너지국내영업부문 소속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류철휘 박사는 대학원에서 전기를 전공했다. 없으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전기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다. 박사를 마친 2009년 LS전선에 입사해, 2010년부터 초전도케이블 개발에 합류했다. 현재 LS전선 에너지국내영업부문 소속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전류의 세기는 전압에 비례하고 저항에 반비례한다는 옴의 법칙이 있죠. 이에 따르면 저항이 0이라는 게 성립하지 않는데요?

“그렇죠. 전기저항이 제로가 되는 초전도체 특성은 기존 물리법칙과는 맞지 않는 현상인데요. ‘저온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물리학자들이 증명해서 노벨상까지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쓰는 ‘고온 초전도체’는 아직 증명되진 않았습니다. 현상이 먼저 발견되고, 그다음 그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발견하고, 그 이후에 물리적 원인을 규명해가는 과정에 있죠.”

-말씀하신 대로 저온과 고온 초전도체가 있죠. 또 지난해 주식시장이 열광한 상온 초전도체가 있고요. ‘상온’은 일상의 온도이니까 뭔지 알겠고요. ‘고온’의 경우엔 영하 196도를 유지해야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더라고요. 그게 왜 고온이죠?

“초전도 현상이 인류에 모습을 드러낸 게 19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발견된 초전도체가 수은이었죠. 수은이 약 4켈빈, 영하 269도에서 갑자기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견됐고, 이후 금속 계열 초전도체가 속속 발견됩니다. 그 온도가 약 영하 260도 수준이었고요.

그렇게 약 60~70년간 답보 상태를 유지하다가 1980년대 갑자기 영하 200도 안팎 온도에서 초전도 특성을 가진 물질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처음 발견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초전도체는 저온, 또 일상에선 아주 낮은 온도이지만 상대적으로는 높은 영하 200도에서 초전도 특징을 갖는 물질은 고온 초전도체라고 명명했죠. 그리고 상온 초전도체는 이미 발견이 완료돼 있습니다.”

-그래요? 이미 발견됐다고요?

“상온 초전도체는 주로 수소 화합물인데요. 2020년 영상 15도에서 초전도 특성을 발현하는 물질이 발견됐고, 저명한 저널에 공개됐습니다. 문제는 이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화합물을 금속화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수소를 어떻게 금속화하죠?

“아주 큰 압력을 가해줘야 합니다.”

-‘상온’이지만 ‘상압’은 아니군요.

“그래서 상온 초전도체와 상압 초전도체는 있지만, 아직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없고요. 상온·상압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사는 일반 환경에서 초전도체를 쓸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한 거죠. 그래서 그 발견이 지난해 잠깐 이슈가 됐고요.”

20년 후발주자에서 세계 선두 국가로
-LS전선이 2001년 고온초전도체를 이용한 초전도케이블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박사님은 2010년에 거기 합류하셨고요. 처음 맡으셨을 때 어떠셨나요? 너무 막막하지 않았나요?

“2001년 국책과제에 LS전선이 참여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제 앞에 계셨던 선배님들이 일궈놓으신 연구성과들이 있었죠. 지금 돌아보면 개발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네요. 사실 그때 당시엔 하루하루가 어려웠는데 말이죠(웃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었을 거 같아요. 우리나라가 늦기도 했고요.

“그렇죠. 현재 경쟁 구도에 있는 국가와 기업들은 우리보다 20년 이상 앞서서 시작했거든요. 선행 국가는 초전도체를 개발한 뒤에 이걸 상용화했는데, 우리나라는 초전도체 개발과 제품 개발을 동시에 시작했어요. 그래서 초기에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고요. 그런데 2007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초전도케이블 개발에 성공합니다. 일본, 미국 다음이었죠.”

LS전선의 초전도케이블. 가운데 구리선은 전선을 지지해주고 고장전류를 흘려주는 역할을 한다. 구리심 바깥을 도체 역할을 하는 초전도체가 몇겹으로 둘러싸는 구조이다. 류철휘 박사는 “초전도체를 여러층 겹겹이 발라주는 제조공정이 반도체 공정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LS전선
LS전선의 초전도케이블. 가운데 구리선은 전선을 지지해주고 고장전류를 흘려주는 역할을 한다. 구리심 바깥을 도체 역할을 하는 초전도체가 몇겹으로 둘러싸는 구조이다. 류철휘 박사는 “초전도체를 여러층 겹겹이 발라주는 제조공정이 반도체 공정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LS전선
-개발은 세 번째였고, 초전도케이블 상용화는 2019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였죠?

“그렇죠. 상용화하려면 어딘가에 설치해서 써봐야 하는데, 그게 쉽진 않습니다. 이미 설치돼있는 전력 계통에 기존에 없던 제품을 넣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한전이 전력 공급을 위해 변전소를 곳곳에 지어야 하는데, 신규 변전소를 짓지 않고 초전도케이블로 대용량 전류를 송전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사업이 2019년 완료되면서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명칭을 얻었죠.”

-해외 경쟁사는 놀랐겠네요. ‘쟤네 왜 저렇게 빨리빨리 하지?’라고요.

“제가 이 개발에 참여하면서 1년에 10번 이상 학회를 다녔습니다.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세계에 알려야 해서였어요. 처음엔 발표하는데 사람들이 듣지도 않더라고요.”

-‘한국? 저건 들을 필요 없어’라고 한 거군요.

“그런데 지속적으로 가서 발표하고, 인맥을 쌓고, 각국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2014년부터 초청이 오더라고요. 와서 너희 성과를 발표 좀 해달라고요. 처음엔 무시당하는 것 같고, 이렇게 계속 변방으로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개발을 지속할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세계 최초의 성과를 내다 보니, 그다음부터는 저희가 기술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게 됐죠.”

-지금은 우리가 일본·미국·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 앞서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죠. 여러 지표를 종합해 봤을 때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고, 성능도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고요. 또 실증과 상용 실적도 가장 많이 보유했기 때문에 지금은 세계 최고 기술력이라고 자부할 수 있죠.”

변압기·변전소가 필요 없다
-영하 200도 가까이 되는 엄청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초전도케이블이잖아요. 그 온도를 어떻게 계속 유지하죠? 냉각기를 돌리나요?

“네, 맞습니다. 초전도케이블이라고 하면 단순히 케이블만 생각하는데요. 실제로는 극저온 냉각 시스템과 제어 시스템, 그걸 무인 운전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확보해야 상용화할 수 있죠.”

-냉각장치는 어떻게 생겼나요. 요만하게 작나요? 아니면 이만큼 커다란가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컨테이너 2개 정도 크기입니다.”

-엄청 크군요.

“네, 하지만 일반적인 전력 설비들이 다 그렇게 큽니다(웃음). 따라서 냉각시스템이 특별히 크다고는 할 수 없고요. 냉각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케이블 내부의 초전도체가 ‘도체(전류가 흐르는 물질)’로서 역할을 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하나라도 그 영역을 벗어나면 초전도체는 ‘절연체(전기가 통하기 어려운 물질)’가 돼요.

그 세 가지 조건이 전류밀도·자기장·온도인데요. 이 온도를 유지해주기 위해 고온 초전도케이블은 내부로 액체질소를 순환시킵니다. 액체질소가 케이블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뺏어오면, 온도가 높아진 액체질소를 다시 냉각시킬 냉각시스템이 필요한 거죠.”

동아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는 류철휘 박사. 인터뷰 동영상은 4월 6일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동아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는 류철휘 박사. 인터뷰 동영상은 4월 6일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송전량을 기준으로 할 때 초전도케이블 한 개가 일반 케이블 몇 개와 맞먹는다고 볼 수 있을까요?

“단순히 표현하자면 초전도케이블 한 가닥이 일반 케이블의 최대 10배의 전력을 송전할 수 있는데요. 말씀드렸듯이 초전도체는 직류 전류를 흘리면 전기저항이 0입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가 쓰는 전기는 대부분 교류 전기(전류 크기가 시간에 따라 변화)이거든요. 초전도케이블도 직류가 아닌 교류 전류를 흘리면 자기장이 발생합니다. 그 자기장에 의해 송전손실이 발생하는데, 손실량이 일반 케이블과 비교하면 5%가 채 되지 않아요.

-송전 손실이 아예 0은 아니지만 20분의 1 수준이어서, 여러 가닥 구리선이 필요했던 걸 초전도케이블 한 가닥으로 대체할 수 있는 거군요. 그런데 초전도 케이블을 쓰면 변압기, 변전소 설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요?

“맞습니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면 전기를 쓰는 곳까지 멀리 보내야 하잖아요. 전기를 멀리 보내려면 전압이 높아야 합니다. 물을 높은 곳에서 부으면 더 멀리 흘러가듯이, 전기도 전압을 높여줘야 더 멀리 가죠. 이 전압을 높이는 이유는 송전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초전도체는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전압을 높일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변압 과정, 즉 발전한 뒤 전압을 높여서 보냈다가 몇 단계 변압 과정을 거쳐 다시 전압을 낮추는 과정이 이론적으로는 필요 없죠.”

신도시를 건설할 때 변전소를 새로 지어 일반 케이블을 쓰는 것(왼쪽)과 변전소를 신설하지 않고 초전도케이블을 까는 것(오른쪽)의 차이. 초전도케이블은 송전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류를 멀리 흘려보내기 위해 전압을 올렸다가 내려주는 변전소가 필요 없다. LS전선
신도시를 건설할 때 변전소를 새로 지어 일반 케이블을 쓰는 것(왼쪽)과 변전소를 신설하지 않고 초전도케이블을 까는 것(오른쪽)의 차이. 초전도케이블은 송전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류를 멀리 흘려보내기 위해 전압을 올렸다가 내려주는 변전소가 필요 없다. LS전선
-아예 변압 과정이 필요 없군요. 그럼 변압기 제조사 입장에선 너무 재앙인데요?(웃음) 대신 변전소, 변압기가 사라져도 똑같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효율적이네요.

“그렇죠. 그런데 그건 초전도체가 범용으로 다 설치됐을 경우에 가능한 얘기이고요. 지금 단계에선 발전부터 수용가까지 다 초전도케이블로 설치할 순 없어서요. 특수한 구간, 예를 들어 신도시가 생겨서 새로 전기를 공급하려면 변전소를 설치하거든요. 그런데 초전도케이블을 사용하면 변전소를 짓지 않아도 됩니다.

보통은 154kV 전기를 끌어온 뒤, 신규 변전소에서 이걸 22.9kV로 전압을 낮춰서 전봇대에 있는 가공선이나 땅속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초전도케이블을 쓰면 낮은 전압으로 많은 전류를 흘릴 수 있기 때문에, 기존 22.9kV를 직접 인근 변전소에서 끌고 와서 보내면 돼요. 중간에 변전소가 하는 역할이 사라지죠. 단순히 전기를 끊었다가 이었다가 하는 개폐소 역할만 하면 되는 건데요. 이 사업을 지금 한전과 같이 진행하고 있어요.”

-변전소를 새로 만들면 부지도 필요하고 주변 민원도 많잖아요. 상당히 경제적이면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지금 얘기한 사업이 ‘초전도 스테이션’입니다. 기존 154kV 변전소를 22.9kV 개폐소로 바뀌는 거죠. 기존 변전소 면적의 약 10분의 1~20분의 1 정도로 아주 작게 만들 수 있고요. 결정적으로 초전도케이블은 전자파를 발산하지 않습니다.

-고압 송전선이 지나가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전자파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전자파가 아예 없어요?

“네, 제로예요. 초전도케이블은 케이블 내부에서 전자파를 상쇄합니다. 그래서 외부로 전자파가 나가지 않고요. 케이블 원재료도 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라서 친환경 제품이라 할 수 있죠.”

AI 기술과 초전도케이블의 상관관계
-여러모로 너무 좋은데, 당연히 이런 반응이 있을 듯해요. ‘생산단가가 훨씬 비싸겠지’란 반응이요. 가격은 어느 정도 차이 나나요?

“일반 케이블보다 지금은 많이 비쌉니다. 2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비싼데요. 그 이유는 극저온 냉각 시스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재료인 초전도체 자체가 비쌉니다.”

-아직은 대량 생산이 안 되나 봐요.

“그렇죠. 아직 기존 케이블 시장만큼 규모의 경제를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상만큼 수요가 증가하고 있진 않은 상황이에요. 핸드폰 같은 건 몇 년에 한 번씩 바뀌지만, 전력기기는 기본 수명이 30년이거든요. 그런데 초전도케이블은 세계 최초로 상용 설치한 게 2019년이니까 이제 5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이걸 선뜻 전력 인프라에 적용하자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죠.

만약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초전도케이블은 일반 케이블과 비슷한 수준까지 가격 형성될 걸로 예상이 됩니다. 이것 한 가닥으로 일반 케이블 10가닥을 대체할 수 있으니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죠.

현재는 단순히 케이블만으론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초전도 스테이션 같은 전력 계통 사업으로 경제성을 확보해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또 유럽에선 바닷속에 깔리는 해저 초전도케이블을, 미국에선 하늘에 설치된 가공선을 개발 중인데 모두 저희와 기술 협력 중입니다.”

-제품군이 넓어져서 수요가 확대되면 생산량도 늘고 원가도 떨어지겠네요.

“사용처가 많아지면 당연히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제 초전도케이블이 빛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말고 다른 해외시장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을까요?

“최근엔 베트남과 초전도케이블을 상용화하기 위한 협력 체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MOU를 체결하면 제가 가서 베트남 전력 계통 어디에 초전도케이블이 필요할지를 찾아주고, 설치하면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에 대해 기술협력을 할 거고요. 그리고 나면 베트남에도 초전도 케이블을 깔게 될 것 같습니다.

류철휘 박사는 베트남 출장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류철휘 박사는 베트남 출장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근 유럽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늘리면서 전력망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고요.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수요가 급증한다던데, 그걸 느끼시나요?

“네. 아까 말씀드린 유럽의 해저케이블도 해상풍력 단지에서 만든 전기를 육상으로 끌고 오기 위한 케이블이 초전도케이블로 설치되는 것이고요. 독일에선 도시 전체 인프라를 초전도로 바꾸는 사업도 시작됐어요. 미국은 몇 년 전 텍사스에서 겨울에 이상한파로 전력 설비가 동파돼 전기가 끊기면서 수십명이 얼어 죽은 사건이 있었거든요. 이후 텍사스의 전력회사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초전도케이블을 설치해서 계통을 보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2022년부터 관련 사업도 기술협력을 하고 있어요.

또 LS일렉트릭의 초전도 전류제한기와 저희 초전도케이블을 같이 묶어서 급격하게 성장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시장에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IDC는 (수전 용량이) 20~40MW 정도 수준인데요. 갈수록 AI(인공지능)나 IoT(사물인터넷) 산업이 발달하면서 데이터양이 급증하잖아요. 그래서 IDC도 점점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이건 전기 먹는 하마와 같거든요. 엄청난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데, 거기엔 초전도케이블이 적합하다고 보는 거죠. 전기를 멀리서 끌어올 수 있고, 끌어오는 과정에서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으니까 민원 염려도 없고요.”

-그럼 결론적으로 박사님이 보셨을 때 초전도케이블의 미래는 아주 밝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될까요?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By.딥다이브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구축이 핫 이슈라고 전해드린 적 있죠(딥다이브 전력망편 참고). ‘전기 인프라 혁명’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데요. 과연 신기술 초전도케이블이 이 기회를 틈타 도약할 수 있을까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초전도체란 전기저항이 제로이고 자기장을 밖으로 밀어내는 물질입니다. 기존 물리학 법칙을 깬 이 새로운 물질로 전력케이블 또는 전기모터를 만들면 엄청난 고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01년 뒤늦게 초전도케이블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후발주자이지만 이젠 세계적으로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초전도케이블 하나가 최대 10개의 구리케이블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멀리 보내기 위해 전압을 높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변전소와 변압기도 불필요합니다. 전자파도 발산하지 않죠.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서 가격은 아직 매우 비쌉니다. 하지만 한국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초전도케이블 사용처를 넓히기 위한 기술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죠. AI 시대를 맞아 급증한 데이터센터 수요 역시 초전도케이블 필요성이 부각되는 이유입니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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