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유세진 기자 =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가 최근 북한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전세계에 촉구했을 때 그녀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못했다. 전세계의 북한 대사관은 모두 폐쇄돼야 하는가? 북한에 대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해주던 자들은 어떻게 되나?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이익을 대변해온 스웨덴은 또 어떻게 되나?
헤일리의 대북 외교 관계 단절 촉구는 비군사적 방법을 통해 북한과의 핵대치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봉착한 어려움을 보여준다. 미국은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 하고 있지만 마땅한 수단을 갖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북 경제제재와 함께 북한을 고립시킴으로써 김정은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처벌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에 나서도록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한 미 대사관에서 부대사를 지냈던 마크 토콜라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이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외교 무대를 좁히는데 성공했다. 멕시코와 페루, 이탈리아, 스페인, 쿠웨이트가 자국 내 북한 대사를 추방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또 포르투갈과 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나라가 북한과의 무역 및 안보 관계를 중단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완전히 고립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국은 최근 2년 만에 최고위급 특사를 북한에 파견했으며 러시아도 의회 대표단을 북한에 보냈다. 또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치 담당 사무차장도 북한을 방문했다.
전문가들은 펠트먼 차장의 방북이 북한의 핵위협이 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돌파구를 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펠트먼은 또 미국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도 아니라고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말했다.
펠트먼의 방북은 그러나 미국이 어떻게 북한을 고립시킬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9일 북한을 떠난 펠트먼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먼저라며 방북의 성과에 대한 구체적 공개를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국가안보팀이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과 포용이라고 말하는 전략의 나머지 절반은 무엇인지도 불확실하다. 핵무력의 "역사적 완성"을 선언한 김정은이 협상에 나서겠다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과 여러 차례 비공식 접촉을 가졌던 미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의 수전 디마지오는 "미국은 지금까지 압박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이제는 포용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헤일리 대사는 "전쟁에 더 가까워졌다"며 북한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촉구했다.
미국은 그러나 구체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고립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순된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과의 전면적인 외교 단절을 촉구했지만 미 관리들은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들을 폐쇄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헤일리 대사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평양 주재 대사관을 철수시킨 나라는 하나도 없다.
워싱턴에 있는 동서센터 등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167개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며 47개국에 북한 대사관이 설치돼 있고 평양에도 미 동맹국들을 포함해 24개국이 대사관을 두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의 북한 전문가 아르티엄 루킨은 "미국이 정말로 북한을 고립시키려면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부터 북한과 관계를 단절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외교 관계가 없는 미국은 북한과 관련한 상당 부분을 영국과 독일 등 동맹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현재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 지원은 스웨덴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의 강력한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 없이는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노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외교적 제재 대신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베트남이나 몽골처럼 미국과 북한 모두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국가들이 미국이 촉구를 받아들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 해도 미국으로서는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만 없어지는 셈이다. 아시아 전문가프랭크 재너지는 "베트남이나 몽골이 북한과 관계를 단절한다면 북한에 대한 정보 상실뿐만 아니라 중간 입장에서 북한에 목소리를 전해줄 방법 또한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dbtpwls@newsis.c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