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BC 배현진 앵커에게 묻고 싶은 것…유망했던 아나운서는 배현진의 차별로 떠났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배현진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지난 8일 교체됐다. 누리꾼 반응은 뜨거웠다. ‘사필귀정’이라는 분위기 속에 언론들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배현진’ 키워드를 갖고 열심히 기사를 쏟아냈다.
배현진 앵커에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비제작부서로 쫓겨나 있던 양윤경 MBC 기자와 지난 7월 진행한 인터뷰 때문이다.
양 기자와 배 앵커의 일화가 ‘양치대첩’으로 희화화하면서 관련 내용으로 포털이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배 앵커가 양치질 등을 할 때 물을 많이 써서, 양 기자가 대놓고 이를 지적했다가 이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여전히 실시간 검색어로 ‘배현진’이 뜨면 이 사건이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사실 묻고 싶은 것도 많다. 배 앵커가 보여준 ‘차별’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가 몹시 괴롭혔던 후배 아나운서 A씨. 다른 시간대 뉴스를 맡으며 배 앵커의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했던 그는 선배의 괴롭힘에 자괴를 느끼며 MBC를 퇴사했다. 동료들이 유능함을 인정했던 아나운서였다. MBC에서 방송 출연이 더 이상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 뒤 A씨는 머리를 붉게 염색했다고 한다. A씨는 2012년 공정방송 파업에 참여했다.
뉴스 앵커들 사이에 사내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MBC의 경우 정도가 지나치다 싶었다. ‘최장수 앵커’라는 수식어 이면에는 파업에 참여했다가 부당하게 마이크를 뺏긴 MBC 아나운서 동료들의 눈물이 배어있다.
일각에서는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이 앵커 교체를 지나치게 서두른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MBC 구성원들은 지난달 파업이 끝나기 전부터 각 부문 별로 ‘MBC 재건 플랜’을 논의하고 고민해왔다.
최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속전속결로 기존 보도국 간부들을 보직 해임하고, 새 인사를 단행한 것은 파업 참여 언론인들의 ‘숙의’가 반영된 결과다.
MBC는 8일 ‘뉴스데스크’ 떼고 ‘MBC 뉴스’라는 타이틀로만 방송했다. 재정비 기간을 갖고 완벽히 준비를 마친 뒤 뉴스데스크 타이틀을 다시 붙여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배씨 교체 역시 뉴스 체제가 전환된 데 따른 조치였다. MBC에서 주요 뉴스 앵커는 보직으로 간주돼 왔다.
물론 배씨의 클로징 멘트를 시청자 입장에서 듣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5년 동안 그가 MBC 앵커로서 보고 느낀 경험들은 ‘남다른 것’이니 말이다.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이 있다. 배씨에 대한 비판이 거센 까닭은 단지 적폐 체제를 대표하는 앵커여서가 아니다. 그는 MBC 아나운서국에 팽배했던 비상식적 인사 차별을 방관했다. 더 나아가 이를 조장하고 악용했다. 파업 참여 아나운서에 대한 부당한 인사 배제도 MBC 차원의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할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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