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장 내정자, 머니투데이방송 본부장 시절 칼럼 보니… MB에 “따뜻한 자본주의”, 노 전 대통령 수사에선 “고가 시계, 가난한 근로자에는 선행한 셈”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를 둘러싸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최 내정자가 머니투데이방송(MTN) 시절 썼던 칼럼들이 회자되고 있다. 경제 전문 기자인 최 내정자는 경제 평론에 가까운 글들을 많이 썼으나 일부 칼럼에서는 정치권력을 직접 다루기도 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최 내정자는 2009년 7월 MTN 시평(“나눔의 결단, 세상을 맞추다!”)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 331억 원을 사회에 헌납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번 실천은 부인할 수 없이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선행이다. 그 동안 支流(지류) 형태로 이뤄져 온 ‘존경받는 부자 만들기’ 움직임을 한국 사회의 本流的(본류적) 이슈로 끌어 올리는 큰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최 내정자는 “일반인으로서는 수십만 원을 기부하기도 쉽지 않은 데 자신이 피땀 흘려 평생 모은 거액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로 회귀시키는 건 대승적 결단”이라며 “대통령의 재산 헌납이 돋보이는 건 무엇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이 자발적으로 재산을 포기하는 자기희생의 자세를 ‘역할모델’(Role Model)로 보여 주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독한 가난의 껍질을 깨고 최상류층으로 성공의 비상을 한 ‘샐러리맨의 신화’가 인생 여정의 출발점을 되돌아보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보답에 나선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신선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결단은 ‘따뜻한 자본주의’를 구호의 단계에서 구체적 실행의 단계로 현실화시켰다는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재산 헌납 약속과 이어진 계획 발표는 대선 기간 동안 불거졌던 BBK 의혹, 다스·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8년이 지난 현재에도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검찰 수사 대상으로 손꼽히고 있다. 최 내정자의 평가가 무색한 까닭이다.
최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의혹 수사가 한창일 때인 2009년 4월 “‘노 전대통령과 다이아몬드의 역설’… 비극”이라는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회갑 선물로 1억 원짜리 시계를 받았다고 하지요. 서민들로서야 입이 짝 벌어질 일인데요. 1억짜리 시계는 다른 시계보다 시간이 훨씬 더 정확해서 그렇게 비싼 걸까요? 스위스의 유명 시계 브랜드 피아제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진 이 시계는 시계 테두리와 시계줄 전체를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고 합니다.”(2009년 4월30일자 “‘노 전 대통령과 다이아몬드의 역설’… 비극” 칼럼 中)
그는 상품의 효용과 반비례적인 가치를 설명한 경제학자 아담스미스의 ‘다이아몬드의 역설’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사례를 끌어다 썼다. 최 내정자는 글 말미에 “시청자 여러분, 요즘 봄철을 맞아 결혼식장이 북적거리고 있다. 혼수로 마련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인도의 근로자에게는 생명줄이 된다는 사실, 기억하십시오. 그러고 보니 노 전 대통령도 이런 면에서는 선행을 한 셈이 되겠네요”라고 비꼬았다.
노 전 대통령 수사 국면에서 고가 시계 수수 건은 MB 정부 국가정보원의 ‘언론 플레이’로 활용됐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지난 10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측근이 2009년 4월21일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만나 “고가 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한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다수 언론이 가담했던 국정원의 ‘언론 플레이’에 최 내정자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셈.
최 내정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뒤인 2009년 6월에는 “‘바보’ 노무현과 ‘바보’ 김수환”이라는 칼럼을 통해 “한 분의 종교지도자는 국민들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기쁨의 현장을 함께 함으로, 한분의 전직 대통령은 거친 언행으로 자주 도마 위에 올랐지만 그 투박함과 소탈함이 보통 사람과 비슷하구나 하는 동류의식으로 국민들 곁으로 다가선 것”이라며 “사랑 또는 민주주의라는 숭고한 가치를 저 위 추상의 세계에서가 아니라 땅을 딛고 있는 많은 사람과 함께 했기에 그리움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실용의 시대정신’으로 되돌아가자”라는 칼럼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불길처럼 일어난 추모 열기는 투박했지만 국민의 눈높이로 내려 왔던 인간적 모습의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 미안함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정이 貯水(저수)된 ‘合(합)집합’의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이 2007년 대선 때 이뤄진 국민적 선택의 의미를 백지화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역사가 준 교훈으로, 그리고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로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최 내정자는 이어 “촛불 정국, 국회에서의 정파 간 힘겨루기, 전직 대통령 서거 이후의 정치권 긴장 고조 등 정신 차릴 수 없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바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2007년 말의 그 출발점이 아닐까? 국민의 역사적 선택에 머리 숙였던 그 初心(초심)이 아닐까 한다”며 “국민이 정권을 바꿔 가며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 ‘내 편 네 편 하는 이념적 편 가르기에 너무 지쳤다, 제발 경제에 다시 생기를 불어 넣는 일에 매진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념의 깃발을 내리고 실용의 푯대를 올려 달라는 요구였다”고 해석했다.
최 내정자는 또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는 일단 이 같은 국민의 소리를 잘 실어 담았다.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자’,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루는 데 너와 내가 따로 없다’는 선언”이라며 “시대정신이 투영된 새 출발의 적절한 좌표였다”고 평가했다.
그가 쓴 많은 칼럼 중 최고 권력에 관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일부에 불과했다. 또한 오랜 세월이 지난 만큼 최 내정자 생각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MB를 높게 평가한 칼럼이 나온 시기인 2009년은 MB 정부 ‘언론장악’에 맞서다 해고된 노종면 기자 등이 긴급체포와 구속으로 고초를 겪고 있을 때다. 이 과정에 MB 정부 국무총리실이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YTN 구성원들이 최 내정자를 사장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돌발영상’ PD였던 임장혁 YTN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내정자 칼럼을 공유한 뒤 “MBC는 해직 언론인 최승호 PD가 사장이 됐는데, YTN은 낯 뜨거운 ‘MB어천가’나 부르던 사람이 박근혜표 이사회의 낙점을 받아 사장이 되려 한다”며 “MB 정권의 언론장악에 양심적 언론인들이 몸부림치던 2009년에 지금의 YTN 사장 내정자가 쓴 글이다. 논란이 많았던 MB의 ‘재산헌납’을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기부’라고 찬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도 페이스북을 통해 “2009년 7월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최대 결과물로 평가되는 미디어악법의 통과 시점”이라며 “3개월 전에는 YTN 낙하산 사장 반대와 공정방송 투쟁을 하고 있던 조승호·노종면·현덕수·임장혁 YTN 기자가 불법으로 긴급 체포됐다. 많은 언론에서도 유례없는 불법체포라고 앞 다퉈 보도했던 언론장악 정점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 내정자는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YTN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언론 개혁, 적폐 청산, 공정 방송, 경영 혁신 등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 최 내정자는 MB 정부에서 벌어진 2008년 YTN 대량 해직 사태에 대해 “양심을 걸고 말씀드리지만 동아투위 해직 사태(1975년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 동아일보 기자들이 대량 해직된 사건) 이후 기자 해직이 가능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MB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기자들을 다룰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직한 후배들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종면·조승호·현덕수 등 복직 기자들에게 충분히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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