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장, 안보실장, 수석비서관, 행정관 등 16명 줄줄이 구속 / "국정 컨트롤타워 아닌 범죄단체", "교도소 담장 위 청와대" 등 비아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5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박근혜정부 청와대 관계자 16명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신분도 대통령부터 말단 경호관까지 다양하다. 공직자나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근무하고 싶어하는 청와대가 ‘범죄 소굴’로 전락했다는 탄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쯤 되면 국정 컨트롤타워는 고사하고 조폭과 유사한 범죄단체(범단)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대통령 1명·장관급 실장 3명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청와대 출신으로 검찰에 구속된 이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박 전 대통령 본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롯데 등 대기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 대기업들을 겁박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 검찰에 구속됐다. 최근 재임 중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40억원가량을 상납받은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조사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는 내년 2월쯤 내려질 전망이다.
장관급인 비서실장·안보실장 중에선 3명이 구속됐다. 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그들이다. 김기춘 전 실장은 재직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를 만들어 특정 문화인과 예술인을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혐의로 지난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됐다. 이 전 실장은 국정원장 시절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뇌물로 상납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김관진 전 실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댓글 등 정치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이명박정부에선 국방장관, 박근혜정부에선 청와대 안보실장을 지내는 등 보수정권 9년 내내 안보 분야 최고 실세로 군림했다. 다만 구속 후 신청한 구속적부심이 서울중앙지법에서 받아들여져 지금은 풀려난 상태다.
◆차관급 수석비서관 5명
◆차관급 수석비서관 5명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중에선 5명이 구속됐다. 우 전 수석은 국정원을 동원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 공직자,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 과학기술계 인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승환 전북교육감 등 교육계 인사를 사찰하도록 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3번 청구한 끝에 겨우 구속할 정도로 우 전 수석 수사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깊이 관여한 혐의로 지난 1월 박영수 특검팀에 구속됐다.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풀려나긴 했으나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에 부당한 지원을 몰아줬다는 ‘화이트리스트’ 의혹이 새롭게 불거졌다. 국정원에서 매월 500만원씩 총 5000만원가량의 특활비를 받아 썼다는 혐의도 새롭게 드러나 재구속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에 연루돼 지난해 12월 검찰에 구속돼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조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에서 매월 500만원씩 총 5000만원가량의 특활비를 받아 썼다는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형량이 더 늘어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박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과 공모해 대기업들을 겁박,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도록 한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구속됐다. 최근 검찰은 안 전 수석에게 징역 6년형을 구형했으며 1심 선고공판은 내년 1월26일 열린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깊이 관여한 혐의로 지난 1월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하지만 이후 법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는 최근 그동안 교수로 재직해 온 숙명여대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비서관·행정관 등 7명
◆비서관·행정관 등 7명
1급 비서관 중에서도 5명이 구속됐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 등 국정자료를 빼돌려 비선실세 최씨에게 건넨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혐의를 순순히 시인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을 향한 강한 충성심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 최근 법원 1심 판결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다.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국정원에서 특활비 약 40억원을 건네받은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원 특활비를 받았으며 최종 사용자는 박 전 대통령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깊이 관여한 혐의로 지난 1월 박영수 특검팀에 구속됐다. 이들은 혐의를 순순히 시인하고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1심에서 실형 선고를 피하진 못했다.
비서관보다 아래 행정관·경호관 중에선 2명이 구속됐다.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에 부당한 지원을 몰아줬다는 화이트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지난 10월 검찰에 구속됐다. 허 전 행정관은 박근혜정부 시절 각종 선거에 출마한 야권 정치인들을 겨냥한 낙선운동을 조장한 혐의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은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기치료 아줌마’ 등 무자격 의료인들에게 비선진료를 받도록 방조한 혐의가 드러나 지난 2월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하지만 이후 법원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는 항소심에서 다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으며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이 형량이 그대로 확정됐다.
◆‘교도소 담장 위 청와대’ 지적
비록 구속은 면했으나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들도 많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CJ그룹에 이미경 부회장의 2선 퇴진을 압박한 강요미수 혐의로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인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청와대가 몰래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국정원으로 하여금 대납토록 한 혐의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조만간 그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깊이 관여한 혐의로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으나 집행유예가 선고돼 구속은 면했다. 그는 최근 교수로 재직해 온 숙명여대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렇게 무더기로 구속되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현실에 법조인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모두가 선망하는 ‘꿈의 직장’이 실은 교도소 담장 위처럼 위험한 곳임을 새삼 여실히 보여줬다”며 “문재인정부는 물론 다음 정권 청와대 근무자들이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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