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결심공판서 중형 구형
감정 격앙돼 울며 최후진술
“벌금, 사회주의보다 더해”
검사들 이름 일일이 부르기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고인 최순실(61)씨가 13개월의 대장정을 마감하는 결심 공판에서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며 무너졌다. 징역 25년 구형 순간에도 검찰을 향해 여유를 보이던 최씨는 재판 진행 도중 점차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재판에서 조기 퇴정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씨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 18개 혐의 관련 결심 공판에서 미리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든 최씨는 “검찰의 구형 낭독을 보며 가슴이 멈출 것 같았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사익을 취한 적이 없는데 검찰에서 1,000억원대 벌금을 물리는 것은 사회주의에서 재산을 몰수하는 것보다 더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통상 재판은 검찰 구형과 변호인 최후변론, 피고인 최후진술 순서로 진행되지만 이날 최씨가 검찰 구형 뒤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건강 이상을 호소하자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 변호인들의 최후변론보다 앞서 최후 진술을 할 수 있게 배려했다.
최씨는 검찰과 특검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정호성 비서관과 오랜 인연으로 대통령을 도운 사실은 있지만, 그것이 국정농단이라면 지금 대통령이나 과거 대통령들도 그런 사람이 없지는 않다”며 “1년이 지난 지금도 수사는 여전히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강변했다. 검사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편파 수사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재판장 제지까지 받았다.
크게 울다가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혐의는 또박또박 부인했다. 특히 관행을 이유로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뜯어낸 행위를 정당화했다. 최씨는 “과거 정권도 모든 기업에서 돈을 받고 출연해서 재단을 형성해왔다. 그런데 어떻게 대통령과 공모하면서까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재단을 먹으려 했다고 몰고 가느냐”며 “저는 억울해서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국정농단 기획론’도 재차 들고 나왔다. 최씨는 “저는 더블루케이가 잘 되길 바라는 조언자에 불과했다. 고씨 등이 저를 이용하는 걸 알게 돼서 그만두려 하자 고씨가 저를 국정농단자로 제보하는 기획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영태의 압박과 협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할 땐 큰소리로 오열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젊은 시절 겪은 고통과 아픔을 딛고 일어난 강한 모습에 존경과 신뢰를 가졌기 때문에 40년 동안 곁에서 지킨 것 뿐”이라며 “인생동반자라고 하는데, 같이 산 연인이라는 건가 뭔가?”라고 소리질렀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있으면서 투명인간 같이 살았고, 개인의 삶은 실종됐다. 결국 가족들의 희생을 가져왔다”며 회한을 드러내기도 했다. 23분간 진술을 마친 최씨는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먼저 떠났다. 앞서 재판 초반 검찰과 특검이 의견진술에서 “국정농단의 시작과 끝” “후안무치”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고, 징역 25년 중형을 구형할 때도 입 꼬리를 올리며 비웃는 표정을 내보였던 최씨는 한 차례 휴정을 기점으로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최씨 측 변호인 최후 변론 도중 재판이 휴정 되자 법정을 빠져 나가던 최씨는 검찰을 노려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 교도관에게 제지를 당했고 이후 법정 옆 구치감에서는 “아아아악”하는 고성이 수 차례 들렸다. 놀란 법정 경위들은 황급히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가 최씨 상태를 살폈고, 이후 재판부는 휴정을 연장했다. 다시 재판에 돌아 온 최씨는 휴지로 연신 눈가와 입가를 훔치고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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