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대구시-대구경찰 전면전
퀴어축제 ‘충돌’ 이어 압수수색에 갈등 고조경찰 “영장 관여 검찰·법원도 공범이냐” 반발
홍준표 대구시장이 경찰의 대구시청 압수수색을 두고 ‘보복 수사’라고 반발하면서 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을 두고 빚어진 대구시와 지방경찰청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홍 시장은 압수수색 직후 잇따라 개인 소셜네트워크에 글을 올려 “대구경찰청 직원들의 시청 출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이 홍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과 관련해 대구시청 동인청사 공보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하자,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대구 경찰청장이 이제 막가는구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권을 통째로 갖게 되자 이제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좌파단체의 응원 아래 적법한 대구시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강압적으로 억압하더니, 공무원들을 상대로 보복수사까지 하고 있나? 고발만 들어오면 막무가내로 압수 수색하나! 수사권을 그런 식으로 행사하면 경찰이 아니라 깡패다. 그래 어떻게 되는지 끝까지 가보자”고 엄포를 놓았다.
홍 시장은 얼마 뒤 페이스북에 다시 “오늘부로 대구경찰청 직원들의 대구시청 출입을 일체 금지한다. 대구경찰청장이 그동안 사건 수사에 협조하고 있던 대구시를 좌파단체의 허무맹랑한 고발이 들어 왔다고 시청을 강제수사로 압수수색했다? 권력이 경찰에 집중되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나 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야당이라면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이라도 하겠는데 법치 행정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대구경찰청장의 엉터리 법 집행, 보복 수사 횡포는 참으로 유감”이라며 경찰을 맹공했다.
홍 시장이 경찰이 강압적으로 억압했다는 대구시 공무원의 직무 집행은, 공무원들이 지난 17일 대구퀴어문화축제 당시 주최 단체가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행정대집행에 나서자 경찰이 막아선 일을 가리킨다. 경찰은 적법하게 집회 신고된 축제는 보장해야 한다며 행사차량의 진입을 막는 대구시·중구청 직원들과 대치했다.
홍 시장이 압수수색을 ‘보복수사’로 몰아가자 이번엔 대구 경찰들이 반발했다. 대구경찰청 직장협의회는 이날 ‘홍 시장! 경찰은 미워도 법원 결정은 존중하시죠’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적법하고 정당한 경찰의 퀴어축제 집회 관리를 두고, 연일 궁색하고 독특한 홍준표 시장의 해석으로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더니 이제는 영장 집행을 두고 보복 수사라고 깎아내린다. 영장 발부에 관여한 검찰과 법원도 보복 수사의 공범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압수수색은) 퀴어축제 이슈가 있기 전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그 필요성을 인정해 발부한 것이다. 경찰행정에 군림하려는 시도에 이어 법원의 사법 활동마저 개입하려 하느냐”고 꼬집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9일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16일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됐다. 이는 퀴어축제가 열리기 전 일”이라며 퀴어 축제 갈등으로 인한 보복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홍 시장의 계속되는 경찰 비난에 대구 시민사회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가 사건을 고발한 것이 2월 말이었는데, 넉 달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을 했다. 한참 늦은 강제수사 착수를 퀴어축제 갈등에 대한 보복 수사라고 반발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도 “홍 시장이 무리하게 경찰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결국 용산 대통령실을 의식한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힘 있는 자들의 권력 놀음에 소수자의 권리나 시민단체의 정당한 문제제기가 묻히는 상황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부는 이날 오전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과 관련해 대구시청 동인청사 공보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고발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2월 홍 시장과 대구시 유튜브 담당 공무원 1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홍 시장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티브이(TV)홍카콜라’에 대구시장인 자신의 이미지와 업적을 홍보하는 영상을 지속해서 올려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은 자치단체장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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