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인증해야 참여 가능, 대기자 1-2만명 이상... 과거 탄핵 청원과 비교하면 차이 확연
[임병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대통령실 |
지난달 2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은 게재된 지 사흘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충족해 법사위에 회부되는 등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히 동의를 얻던 탄핵 청원은 지난달 27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에 담긴 이태원 참사 관련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김 전 국회의장은 회고록에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관련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고 썼습니다.
해당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뒤 특히 온라인커뮤니티와 뉴스 댓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에는 '탄핵 청원 100만 가자'라는 문구와 함께 청원 링크가 계속해서 공유됐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즉각 "독대를 요청해 나눈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조작 가능성을 언급한 적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수습에 나섰지만, 탄핵 청원에는 계속 접속자가 몰렸습니다. 대기자만 1~2만명을 넘었고, 접속 대기 시간도 30분에서 1시간이 넘게 소요됐습니다.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서버 증설을 국회사무처에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접속은 쉽지 않았고, 대기 시간도 길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명을 넘은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도 있었지만...
▲ 2020년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탄핵에 관한 청원 |
ⓒ 국회홈페이지 갈무리 |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을 두고 '야당인 민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도적으로 주도했다'거나 '북한의 지시나 공작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돌고 있지만, 사실이라고 볼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특히 북한의 지시와 공작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실명 인증된 회원이거나 휴대폰이나 공동인증서로 인증을 해야만 동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남한 사람 수십만 명의 실명 인증을 동원할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대한민국 안보가 뚫려있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다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지난 2020년에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이 올라온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법사위와 국회 운영위까지는 회부는 됐지만 논의되지 못했고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2020년 문재인 탄핵 청원과 2024년 윤석열 탄핵 청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꾸준함'과 '폭발력'입니다. 문 대통령 탄핵 청원은 10만 명에 그쳤지만, 윤 대통령 청원은 꾸준하게 동의를 받으며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국회 국민동의청원 이전에 비슷한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라왔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은 총 146만 9023명이 동의하면서 보수 진영과 언론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에 맞서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라는 청원도 올라왔습니다. 문 대통령 응원청원은 총 150만4597명의 동의를 얻어 탄핵 청원보다 3만5574명이 더 많았습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은 카카오나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로 로그인 한 후 참여가 가능했습니다. 또 30일 동안 20만 명이 동의하면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가 답변을 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과거 대통령 탄핵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응원과 반대를 나타내는 댓글 수준으로만 끝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청와대는 대통령 탄핵을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시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도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라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의 당부를 결정한다"라고 답변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1백만 돌파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개설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이 3일 오전 1백만명을 돌파했다. |
ⓒ 권우성 |
이어 탄핵 청원을 법사위 소위에서 심사하겠다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국회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면서도 "정치적으로 탄핵을 계속 언급하면서 우리 국정이 잘 진행될 수 없게 만드는 이런 상황이 온 것 같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민동의청원은 7월 20일까지 계속됩니다. 100만명 동의를 넘어 150만명, 20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누군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이 소위 통과도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탄핵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앞으로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그 누구도 예측하긴 어렵지만, 성난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작점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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