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가 국정원의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나와 앞으로 파장이 예상됩니다.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그 본질은 국정원, 그리고 검찰이 '노무현 죽이기'에 앞장섰다는 자기고백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됩니다.
애초에 노무현 대통령의 수사 관련 기록은 검찰에서만 갖고 있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국정원의 공작이라는 이인규 현재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의 말을 그대로 믿더라도, 국정원이 그런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조건은 결국 검찰에서 흘렸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마땅합니다.
어쨌든 이때 검찰 소환 열흘 후, 노무현 대통령은 서거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지만, 이것은 검찰과 국정원의 인격 살인이라는 면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은 정치적 살인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3개월만에 우리나라 정치계의 큰 어른이었던 김대중 대통령도 서거합니다. 장례식장에서 펑펑 울던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이 두 장면에서 한 가지 장면을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바로 '한 큐로 자신의 정적 둘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이명박이 씨익 웃고 있을 그런 장면입니다. 당시 국정원장은 바로 원세훈. 이명박의 가장 가까운 수족입니다. 즉, 이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한 것이 원세훈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계산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란 짐작을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런 것이 다시 문제가 됐을까요? 뉴스를 들어보니 이인규가 책을 쓴다는 이야기가 들려 옵니다. 노이즈마케팅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만일 그렇다면 더더욱 이 인간을 용서못할 일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조금 순진한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어떤 면에선 이것을 다른 시각으로 충분히 바라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지지율이라는 면에서 최악입니다. 심지어는 정치적 고향이라고 하는 TK 지역에서조차 지지 철회의 소리가 나오는 상황.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보려고 이완구 총리 지명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온갖 상처를 입고 운신조차 못하는 상황이 된 후에야 총리로 간신히 임명됐고, 이 때문에 당에 대한 장악력도 크게 잃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 중에 제일 확실한 카드는 애초에 꺼내야 했을 이명박에 대한 단죄가 될 것입니다.
가장 친한 친구였다던 전두환-노태우도 결국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정도니. 사실 박근혜 정권으로서는 어떻게든 이명박을 치고 싶었겠지만, 부정선거로 끈끈하게 맺어질 수 밖에 없는 관계에서 둘 사이는 서로 가장 원수 관계이면서도 또한 함부로 서로가 서로를 쳐낼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최근 이른바 사자방 비리에 관한 청문회 상황에서도 짐작이 충분히 됩니다.
대 놓고 정치적인 압박을 가할 수 없다면, 그 다음에 취할 수 있는 수순은 여론을 이용해 이명박 조이기를 하는 거겠지요. 그리고 원세훈이 구속 수감된 이 상황에서 이인규가 과거의 상황에 대해 국정원의 역할을 이야기한다면 박근혜 정부와 이인규 사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거래 커넥션이 이뤄질 수도 있었지 않을까 하는 소설을 써 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쨌든 다시 말하지만, 아무리 이인규가 변명을 한다고 해도 그의 역할 자체를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에 출두하던 날, 연합뉴스 카메라에 잡혔던 사진이 있습니다. 그걸 들여다보면 그가 지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얼마나 비열하고 더러운 것인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검찰과 국정원은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공모해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나면, 이들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하게 응징해야 할 겁니다. 역사 앞에 저들이 죄값을 치르도록 만들어 줘야 합니다.
시애틀에서...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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