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KBS는 포항 지진으로 논 곳곳에 나타난 액상화 현상은 지금까지 우리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포항 지진의 진앙지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논에는 국내 지질학계 전문가들이 모여들었다. 경재복 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KBS와 인터뷰에서 “흙탕물이 올라온 만큼 그 지역이 가라앉으니까 위에 만약에 구조물이나 건물이 있다면 이것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연구팀도 현재 포항 진앙 인근에서 액상화 현상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 교수 연구팀 이성준(지질환경과학과·박사과정)씨는 국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진 발생 당시 ‘물이 부글부글 끓으며 솟아오르더라’는 주민의 증언을 확보했다. 그 전에는 밭 전체가 바싹 말라 있었고, 지진 후 지금까지 이 지역에 비가 온 적도 없다”고 전했다.
액상화(液相化·liquefaction)라는 용어는 1950년대 일본 학계에서 나온 말로 알려졌다. 일본 매체는 현재도 ‘액상화’라는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일본 도쿄 도시정비국도 홈페이지를 통해 액상화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반이 액체 상태로되는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진 발생으로 진동이 반복되면 지반 속 모래 알갱이는 뿔뿔이 흩어지는 반면, 지하수 압력은 커져 물과 모래가 분리되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도쿄 도시정비국은 “기초 공사가 약한 목조 건물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액상화 현상은 1964년 발생한 일본 중북부에 위치한 니가타현 지진 때문에 처음으로 주목을 받았다. 깊이 34㎞ 진원에서 규모 7.5으로 발생한 지진으로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컬러 텔레비전이 대중화 시기였던 당시 강변에 세워진 아파트 8채 중 3채가 기울어진 모습이 그대로 방송되면서 일본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인근 석유 저장소가 무너지면서 해안까지 번진 기름에는 12일 동안 불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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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부글부글 솟더라” 국내 첫 액상화 현상 발견에 커지는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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