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의혹 당사자인 김 전 차관을 15일 오후 공개 소환해 조사한다.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4월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13년 실시된 이 사건과 관련된 경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실수사한 정황이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2013년에 조명됐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조사를 하면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의혹의 당사자 김학의 전 차관을 15일 서울동부지검으로 소환해 조사합니다.
처음에는 '별장 성접대 의혹'이라 불리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은 여성 사업가와 건설회사 대표간 성폭행 수사로 시작됐습니다.
'성접대 의혹' 사건의 시작
2012년 여성 사업가 A씨는 중천건설 윤중천 대표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돈을 뜯어냈다면서 윤씨와 지인 B씨를 강간 혐의로 고소합니다.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는 윤씨와 B씨를 체포하고 강원도 원주 별장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없자 무혐의 처분을 내립니다. 윤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여성 사업가 A씨는 윤씨의 벤츠 승용차를 찾아달라고 P씨에게 요청합니다.
P씨는 윤씨의 벤츠 승용차에서 성관계 동영상이 담긴 CD 7개를 발견했고,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별장 성접대 리스트'에 등장하는 사회 고위층
▲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정부 고위층 인사 등에 성접대를 한 장소로 알려진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의 한 별장. 정자와 연못 등이 보인다. | |
ⓒ 성낙선 |
윤중천 대표가 고위층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했던 강원도 별장은 민가에서 1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별장입니다. 2000평 대지 위에 총 6채의 건물과 수영장 2곳,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와 모형 풍차가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줍니다.
건물 내부엔 대리석 바닥이 깔려 있고 원목가구와 고급 소파, 찜질방, 당구장, 가라오케 등이 설치돼 있으며 주말마다 벤츠 등 고급 외제차가 끊임없이 드나들었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윤 대표는 주말에 골프를 치고 난 뒤 고위층 인사를 자신의 별장에 초대해 술자리와 성접대를 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윤 대표가 단순히 즐기기 위한 모임을 연 게 아니라 건설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로비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 리스트에 등장했던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말 | |
ⓒ 임병도 |
MBC 'PD수첩'은 윤중천 회장의 강원도 별장에서 성접대 의혹을 받은 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김학의(전 법무부 차관), 성OO(전 OO원 국장), 박OO(일산OO병원 원장), 이OO(OO당 인수위 대변인실), 박OO(OOO건설 대표), 이OO(OO그룹 부회장), 문OO(OOO그룹 회장), 김OO(OO건설 회장), 하OO(OO대 교수), 지OO(OOO피부과 원장), 최OO, 손OO 등 사회 유력인사
별장 성관계 동영상에는 2013년 3월 13일 박근혜 정권에서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김학의씨가 등장합니다.
당시 김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라며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한다"라고 6일 만에 차관직에서 사퇴합니다.
김 전 차관은 "확인되지도 않은 언론 보도로 인해 개인의 인격과 가정의 평화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라면서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경찰 고위 관계자들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대부분 혐의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트위터에 '만약 성접대 의혹이 사실이라면 할복자살하겠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육안으로 식별 가능했던 영상"... 하지만, 검찰은 '무혐의'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에는 다수의 여성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등장합니다. 동영상에는 김 전 차관이 함께 술을 마시던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성접대 의혹에 대해 SBS와 단독 인터뷰를 했던 여성 사업가 A씨는 윤중천 대표가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이 되면 한번 크게 써먹겠다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라고 밝혔습니다.
동영상에 등장했던 여성들은 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김학의 전 차관을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11월에 윤중천 회장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가 없다면서 불기소 결정을 내립니다.
2013년 11월 검찰이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씨 성접대 혐의에 대해 동영상 속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피해여성은 2014년 7월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며 김 전 차관과 윤중천씨를 '성폭력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상습 강요)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합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엉망진창'이었습니다. 1차 수사에서 김학의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가 다시 수사를 배당받았고, 2차 수사에서도 동영상 속의 여성과 고소인이 동일 인물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다시 김 전 차관 등을 무혐의 처분합니다.
검찰 수사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말도 나왔습니다. 지난 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회 행정안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학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이 '당시 화질이 깨끗한 동영상 원본과 흐릿한 영상을 입수했는데 왜 흐릿한 영상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민 청장은 "육안으로 봐도 식별이 가능했기 때문에 국과수 감정 의뢰 없이 동일인이라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라고 답했습니다.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사들
▲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검사 및 검찰 지휘 라인 | |
ⓒ 임병도 |
1차, 2차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곳은 서울중앙지검입니다. 그런데 당시 수사했던 검찰 지휘 라인을 보면 하나같이 '정치 검사'들이었습니다.
당시 1차 수사를 맡았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외압 의혹을, 박정식 3차장 검사는 BBK 특검 다스 수사팀장이었습니다. 2차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장 김수남은 박근혜 정권 마지막 검찰총장이었고, 유상범 3차장 검사는 정윤회 문건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현장에서 1차 수사를 지휘했던 윤재필 강력부 부장검사는 연예인 도박사건을 담당했고, 2차 수사를 했던 강해운 부장검사는 2017년 여검사 성추행 사건으로 면직됐습니다.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지휘라인을 보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성접대 의혹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었을까 의구심이 생깁니다.
<피해 여성이 검사에게 보낸 편지>
검사님, 전 지금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제가 용기를 내어 조사에 임한 만큼 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김학의, 윤중천을 법 앞에 국민들 앞에 심판을 받게 할 것입니다.
검사님, 이 세상에 제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그들을 제 힘으로 벌할 수 없어 목숨을 버리려고까지 했던
제 아픔을 느끼신다면 절대 김학의, 윤중천을 세상에 무릎 꿇게 하시고 처벌하여 주세요.
피해 여성은 별장 성접대 사건 이후에도 김학의 전 차관 등으로부터 서울 등지에서 수차례 더 성관계를 요구당했다면서 고소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검찰 조사 후 검사에게 장문의 손편지를 보내 김학의, 윤중천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합니다.
그러나 법은 결코 피해자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피해 여성은 검찰의 힘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검사들이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검찰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번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 재조사를 통해 검찰의 썩은 부위가 과감하게 도려내지길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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