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에 이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금융권 4대 천왕’이라 불렸던 이 전 회장이지만 이 전 대통령 재판에 나와 “대선 자금으로 잘 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도 했다.
5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 이 전 회장은 “2007년 자금을 지원하게 된 계기는 가깝게 계신 분(이 전 대통령)이 큰일(대선 출마)을 하게 돼서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잘 되면 제가 도움 받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대선의 공로자라서 응분의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공로라고까지 생각한 건 아니지만 열심히 열정을 가지고 일을 했고 나름 정책적 건의도 많이 해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7년 7월 서울 가회동 이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가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증언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와 미리 통화를 한 뒤 가회동을 찾았고 “대문이 열려서 안에다 (돈 가방을) 놨고 (여사님은) 저쪽 마루에서 얼굴만 봤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2011년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사위인 이 변호사를 통해 이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22억5,000만원, 양복 1,230만원 어치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전후 사정이 소상하게 적힌 ‘이팔성 비망록’을 토대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전 회장의 증언이 진행되는 동안 이 전 대통령은 뭔가 말하려다 말거나, 말없이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얕은 한숨만 내뱉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학수 전 부회장이 다스 소송비용 대납에 대해 증언할 때 ‘미친 X’이라 혼잣말을 하다 재판부에게 주의를 받았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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