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실업급여 제도가 큰 폭으로 달라진다. 일주일에 14시간 미만으로 일해오던 아르바이트생도 자격만 갖춘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개정안에 근로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10월 1일부터 바뀌는 실업급여는 8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안에 따른 개정 조치다. 근로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대목은 이른바 실업급여로 불리는 고용보험법 제40조 ‘구직급여’. 실직한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재취직 촉진을 목적으로 정부에서 일정 기간 지급하는 급여다.
구직급여는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피보험 기간(주휴를 포함한 유급 근로일)이 180일 이상이고,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무직 상태인 근로자가 재취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경우에 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지급 조건이 대폭 완화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 핵심 키워드 ‘초단기 근로자’, ‘지급액·지급일’, ‘하한액’
고용노동부는 우선 이번 개정안에서 실업급여 지급기준부터 뜯어고쳤다. 우리나라 근로자는 통상적으로 주당 근무 시간에 따라 초단기·단기·일반 근로자로 나뉜다. 초단기는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 단기는 주 15시간 이상 40시간 미만 근로자, 그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일반 근로자로 분류된다.
그런데 개정 전 실업급여 지급 조건엔 사각지대가 있었다. 근로자가 18개월 이내에 180일을 근무해야 퇴사 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에 충족하지만, 초단기 근로자는 18개월 동안 근무하더라도 유급 근로일이 최대 156일뿐이라 조건 성립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초단기 근로자만 ‘이직일 이전 24개월 내’로 유급 근로일 산정 기간을 확대했다. 6개월 동안 한 주에 이틀을 일할 경우 유급 근로일 52일이 추가돼 최대 208일을 인정받을 수 있다. 덕분에 일주일에 14시간 미만으로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도 2년 내로 180일 이상 일한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하게 된다.
실업급여 지급액 역시 인상되었다. 개정 전 실업급여는 평균임금 50%로 피보험기간과 나이에 따라 차등 지급됐다. 이번 개정안에선 지급액이 평균임금 60% 수준으로 증가했다. 평균임금은 통상임금인 기본급에 연장·심야 수당, 성과급, 상여금 등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본다. 평균임금을 계산할 이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치 임금 총액을 근무일수로 나누면 된다.
구직급여 지급 기간도 연장했다. 기간 역시 피보험 기간과 나이에 따라 다르다. 개정 전엔 90일에서 240일까지 구직급여를 지급했지만, 120~270일로 지급 기간을 연장했다. 여기다 현행 30세 미만, 30~49세, 50세 이상·장애인으로 구분했던 나이를 10월 1일부터는 30~49세로 통합하기로 했다.
실업급여 지급 수준과 기간이 확대·연장됨에 따라 실업급여 하한액은 기존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조정된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기존 실업급여 지급액(평균임금 50%)이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 하루 급여의 90%보다 낮을 경우 지급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하한액의 경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보다 지급 수준이 높다. 따라서 하한액 덕분에 실업자가 본인이 받던 월급보다 더 높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재취업을 꺼리고 실업급여만 받으려 하는 경우가 생긴다. 지급 기간과 수준을 늘리면서 하한액을 조정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10월 1일부터는 이를 최저임금 80% 수준으로 내린다. 단 이렇게 될 경우 실업급여 지급액이 현재보다 줄어들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고용노동부는 개정안에 따른 하한액이 현행 하한액인 6만 120원보다 낮을 경우 현행 하한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8시간 근무 기준 일당은 6만 6800원. 이의 80%는 5만 3440원이다. 현행 하한액 6만 120원보다 낮다. 2020년 최저임금(8590원)의 경우 8시간 기준 하루 급여는 6만 8720원으로 80%는 5만 4976원이다. 이 역시 현행 하한액보다 낮다. 따라서 2020년까지는 현행 6만 120원 이상을 하루 최저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 실업급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자발적 퇴사자도 가능?”
4대 보험에 가입된 직장을 장기간 다녔다고 해도 모두가 실업급여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업급여 지급 조건이 의외로 까다롭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자발적 퇴사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 퇴사자에게만 지급되는 게 원칙이기 때문. 고용보험법 58조에 따르면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 계약을 위반한 근로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더해 이직하거나 자영업으로 전직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둬도 실업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자발적 퇴사자가 아예 실업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표2 ‘수급자격이 제한되지 않는 정당한 이직 사유’에 따라 회사를 옮기거나 그만두는 이유가 정당하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 제 53조를 보면 △주 연장 근무 시간 12시간을 초과한 주가 2개월을 넘었을 경우 △월급이 2개월 이상 체불됐거나 연체돼 지급받았을 경우 △출퇴근 편도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원거리에 발령받은 경우 △질병으로 퇴사한 경우 등 퇴사 이유에 따라 실업급여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실업급여는 퇴사 후 바로 신청하는 게 좋다. 고용보험법 제48조 1항에 따라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기간이 퇴사일을 기준으로 12개월이기 때문이다. 만약 6개월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퇴직자가 퇴사 10개월 후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면 2개월 치 실업급여만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개정된 실업급여 기준과 관련해 “실업급여는 실직자들의 생계유지와 재취직을 장려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이 취지에 맞게 실업급여 제도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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