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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pril 30, 2020

"산지선 살처분-진열대선 실종" 美최악의 '고기대란'

[인싸Eat - 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미국의 한 대형마트 진열대에 닭고기가 사라진 모습. /AFPBBNews=뉴스1

“필요하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육류가공공장이 문을 계속 열도록 만들 것이다”
지난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물자법을 가동했습니다. 미국내 육가공업체들이 공장 문을 닫을 수 없게 강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육류가공공장은 미국의 핵심 인프라이며 이들은 미국인들에게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나 상황이 심각하길래 국방물자법까지 꺼내 기업들에게 일하라고 명령을 했을까요?
마트는 없어서 못파는데…공장선 닭 200만마리 살처분
/AFPBBNews=뉴스1

현재 미국 마트에선 고기를 구경하기 힘든 상황인 반면, 공장에선 수백만 마리의 닭, 돼지들이 살처분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속 늘면서 업체들이 공장을 폐쇄하고, 이로인해 소비자에게 전달될 최종 제품으로 가공이 되지 못해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달초 미국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의 한 가금류 가공업체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들이 늘어나자 일손이 부족하다면서 200만마리의 닭을 안락사 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는 “닭을 다른 공장으로 이송하거나, 가축 사료로라도 쓸 수 있게 일부 가공하는 방법을 검토했는데 결국 안락사 말고는 답이 없었다”면서 “이 상황을 방치하면 닭들이 필요 이상으로 성장하게 돼 보관 장소가 비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공장은 지난해에만 6억마리의 닭을 가공한 만큼 200만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 전역의 육가공업체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타이슨푸드가 지난 26일 뉴욕타임스 지면에 식품 공급망의 붕괴를 우려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미국 최대 식품업체인 타이슨은 지난 26일 뉴욕타임스(NYT) 신문 한면을 가득 채우는 광고를 게재하고 “식품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국민에게 식품을 제공하는 것과 임직원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 사이에서 매우 위험한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타이슨푸드의 존 타이슨 회장은 이 지면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워터루, 아이오와 등 공장 다수를 닫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공장들이 짧은 시간에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수백만 파운드의 고기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때문에 마트에 공급량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7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육류가공공장만도 총 25개주 75개 공장에 달합니다. 이로인해 현재 미국내 돼지고기 생산량은 25%, 소고기는 10% 정도 공급이 감소한 상태입니다.
대형 식품업체인 스미스필드 푸드는 사우스다코다주의 돼지고기 가공공장을 닫았고, JBS USA도 위스콘신에 위치한 공장을 줄줄이 임시 폐쇄했습니다.
트럼프가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강제로 육류가공공장을 가동하도록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조치는 이미 문을 닫은 공장에도 적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미국인들의 단백질 공급을 우려해서, 공급망이 붕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했을 지도 모르지만, 외신들은 자신의 지지층인 축산업자들의 표심 이탈을 우려한 것도 트럼프를 움직이게 했다고 분석합니다.
식품대기업들이 가공공장을 닫으면서 이 중 20여개 도축장도 닫아버렸는데, 이 때문에 농가는 공장으로 돼지, 닭, 소를 보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루 51만마리의 돼지를 도축하는 미 양돈농가가 가공공장 폐쇄로 도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이 현재 도축하지 못하는 돼지는 하루에 10만마리 수준. 축사가 가득차기 시작하면 양돈농가가 수주내 돼지 150만마리를 안락사 시켜야 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습니다.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는 미네소타의 한 양계장에선 이달초 6만1000개의 계란을 그대로 버려야 했고, 아이오와주의 한 농부는 7500마리의 돼지를 안락사 시켜야만 했다면서 농가 현지 상황을 전했습니다.
농부들을 결국 정부에 대책을 내놓으라며 정치권에 로비를 하기 시작했고, 미국 돼지고기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아이오와주의 킴 레이놀즈 상원의원은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농부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서한을 보냅니다. 아이오와주에서만 매주 70만마리의 돼지가 육류가공공장으로 가지 못한채 안락사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면서 말입니다.
VOA는 농부들이 금전적 피해보다 극심한 절망감에 빠져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전의 자연재해 같은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말입니다. 수많은 미국인들을 먹여살린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농부들이 멀쩡히 살아있는 돼지나 닭, 소를 죽여야 하고, 우유를 버리고, 계란을 깨야 하는 상황은 그들에게 '어떻게 감히 소중한 식량을 그대로 버릴 수 있냐'는 괴로움에 시달리게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노조는 반발하고…
하지만 노동조합과 노동자 권리 보호 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험이 여전한데 노동자들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노조측은 여태껏 6000여명 이상의 육가공업계 노동자가 코로나19에 감여됐고, 20여명이 사망했다면서 분노하고 있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근무 가이드라인를 제시하고, 또 정부는 보호장비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이 없는 것이 또 문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노조의 반발도 있지만 또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육류가공공장을 전부 가동시켜도 기본적으로 수요가 예전같지 않은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마트에선 수요가 늘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전국의 식당들이 문을 닫으면서 영업용 수요는 거의 전무한 상황입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방식은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정치적 이유에 기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보다는 지지층을 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요.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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