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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May 3, 2023

순식간에 모인 목회자 1000여 명... "대통령님,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현장] 천주교 이어 개신교까지 시국선언 "나라꼴 망가지게 내버려 둬선 안 돼"

[조혜지, 권우성 기자]

▲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1천인 시국선언‘이 4일 오전 서울 종로 5가 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열렸다.
ⓒ 권우성
 
"목회자들이 무슨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웬만하면 축복해야 마땅한 시간, 그것이 정권 1년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지난 1년, 사회 구석구석 한국 현대사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러 이룩한 소중한 가치들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아픈 마음으로 목도해야 했습니다. (중략) 축하 대신 고언을 드리게 되어 안타깝습니다만, 더 이상 나라가 망가지고 국민의 삶이 뭉개지는 일을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천주교와 불교 등 종교계 일각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규탄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개신교에서도 4일 윤 대통령 취임 1년에 부치는 시국선언이 나왔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목회자들은 지난 3일 오후 9시 40분 기준 1016명이다. 시국선언 참여 목회자 일부는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 1년, 우리는 권력에 눈먼 무능한 지도자가 한 나라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민생을 도탄에 빠트리는지 똑똑히 보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평등의 보편적 대의를 따르지 않고 정파적 이해에 몰입한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불안한 미래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의 극단적 선택 이어지고, 가진 자는 온갖 특혜"
 
▲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1천인 시국선언‘이 4일 오전 서울 종로 5가 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열렸다.
ⓒ 권우성
 
이들이 시국선언에서 언급한 윤석열 정부 1년 비판은 ▲국민통합 상실 정치 양극화 ▲사회적 참사 국가 책무 뒷전 ▲사회적 양극화 및 노동자 압박 ▲에너지 환경 정책 뒷걸음질 ▲한반도 정세 불안 고조 ▲일제강점기 노동자 문제 해법 등 굴욕 외교 등이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인 정진우 목사는 이날 시국선언 취지를 설명하면서 최근 건설노조 탄압에 분신한 노동자의 죽음을 언급했다. 정 목사는 "노동자 한 분이 이 정권의 절대 무기인 검찰 압박을 견디다 못해 분신해 사망했다는 아픈 소식을 듣는다"면서 "무거운 마음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참여한 목사들은 '굴욕외교 전쟁위기' '민생파탄 검찰정권'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그는 "여러 제약 속에도 자발적으로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였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라면서 "다른 한편으로 한국 교회가 수구 보수의 온상처럼 이미지화되는 풍조 속에서 상식과 양식을 지닌 이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희망의 사인으로, 부디 오늘 이 작은 목소리가 퇴행하는 역사를 막을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어떻습니까. 대통령직 수행해 낼 만합니까."

교계 원로 목사인 김상근 목사도 이날 격려사를 통해 쓴소리를 던졌다.

김 목사는 "사회적 약자들의 극단적 소식이 이어지고, 국민들이 갈라졌다. 노동자는 부패 집단으로 몰아간다. 가진 자에게는 온갖 특혜가 안겨지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서로 증오하게 되었다"면서 "정치는 실종되고 검찰 압수수색, 구속영장 신청 보도만 매일 쏟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김 목사는 이어 "저자세, 매국외교, 다듬어지지 않은 경륜 없음을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감당할 수 있겠나. 더 해도 되겠나. 나라가 거덜 날 수도 있다"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시국선언문에서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으니 어찌 두렵지 않으랴"는 마태복음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의 행적을 엄중히 돌아보고 향후 진퇴를 분명히 하기 바란다"고 적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시국선언 이후 전국 각지에서 시국 선언과 기도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10일부터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진행해 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또한 5월 8일 춘천, 15일 광주, 22일 의정부까지 시국 기도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1천인 시국선언‘이 4일 오전 서울 종로 5가 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열렸다.
ⓒ 권우성
 
아래는 이들이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 전문이다.

-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시국 선언 -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으니 어찌 두렵지 않으랴? (마태 3:10)

두렵다. 온 나라에 재앙이 몰려오고 있다. 하나님의 심판이 두렵다. 윤석열 정부 1년, 민생은 파탄 나고 평화는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일로에 있다. 엉망진창, 지금 나라 꼴을 무슨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촛불민의가 좌절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였다. 물론 그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마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1년간 펼쳐진 일들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1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극에 달했고, 따라서 어느 때보다도 국민적 통합을 위한 정치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했다. 하지만 국민적 통합을 위한 정치는커녕 아예 정치가 실종되었다. 검찰권력이 온 사회를 속속들이 지배하고 일체의 정치행위가 사법적 판단에 맡겨지고 있다. 야당과의 협치는 말할 것도 없고 자당 소속 정치인들에게까지도 편 가르기 패악을 일삼고 있으니 대통령의 머릿속에 국민통합의 개념이 존재하기나 한 것인가?

공공성을 구현해야 할 국가의 책무는 뒷전으로 밀렸다. 9년 전 4.16 세월호 참사를 겪고 그 진상규명과 책임소재도 가려내지 못한 터에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를 다시 겪어야 했다. 그 자리에 국가는 없었다. 아니 국가는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부르며, '근조' 없는 리본으로 억울한 이들을 조롱했다. 천벌을 받을 일이다.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민생이 파탄 나고 있다. 성별 갈라치기는 여전하고,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산재, 불안정 고용과 임금격차 등 산적한 노동현실은 외면당하고 오히려 노동개혁 미명 아래 노동자들이 압박당하고 있다. 농업 정책은 고사작전 외에는 대책이 없으며, 사회적 서비스는 시장에 맡겨지고, 교육은 경쟁을 더욱 가속화 해 사유화, 상업화가 심화되고 있다. 부자감세와 긴축재정의 엇박자로 양극화 해소 방안이 묘연한 가운데 연금개혁은 또 어찌 될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에너지와 환경 정책도 뒷걸음질이다. 탈원전 정책은 범죄시되고 있으며, 세계적 추세인 탄소중립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인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세계 공통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그에 대한 긴박한 위기의식이 없다. 장기적인 경제 전망도 없이 그저 단기적인 경제 득실만 따지며 허둥대고 있는 꼴이다.

한반도에는 전운마저 감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선제공격 운운하더니 급기야 강 대 강의 벼랑 끝 전술에 집착하면서 남북관계를 파탄 내고 있다. 더욱이 말끝마다 진영 간의 대결을 자극하는 언사로 한반도 주변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방에 치우친 외교는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킬 뿐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 군사적 안보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민족의 역린을 건드린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에 대한 해법, 국가안보실 도청사건에 대한 대처 등은 주권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로,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사대적이며 굴욕적인 외교 가운데 빚어진 참사이다. 신냉전의 격랑 가운데서 그 일방적 외교는 오히려 경제적 군사적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윤석열 정부 1년, 우리는 권력에 눈먼 무능한 지도자가 한 나라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민생을 도탄에 빠트리는지 똑똑히 보고 있다.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는 언사가 넘쳐나고 걸핏하면 거짓말과 변명으로 둘러대는 것만이 익숙한 풍경이 되었으니, 국민통합의 전망은 요원해 보인다. 대통령의 거친 언사로 전쟁의 불안까지 겹쳐 이 땅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아득하기만 하다.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평등의 보편적 대의를 따르지 아니하고 정파적 이해에 몰입한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이 나라의 불안한 미래이다.

임기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현저히 낮은 지지율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적 요구를 받드는 정부가 아니라 특정세력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집행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 폐해는 고스란히 온 국민의 몫이 되었다. 오죽하면 취임 1년 만에 각계각층에서 퇴진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 되었겠는가? 국민의 인내가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나라꼴이 이토록 망가지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합법적 절차로 대통령이 되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여기지 말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부는 절차상의 정당성을 지녀야 할 뿐 아니라 마땅히 통치상의 정당성을 지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슬아슬한 표차로 선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자의 도취상태에 빠져 패악을 저지르고 있다.

역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가장 극악한 권력의 하나였던 히틀러 정권마저도 합법적 절차를 통해 탄생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정녕 그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인가? 잘못하면 바로잡을 수 있고, 스스로 그 잘못을 바로잡을 때 또다시 기회는 주어진다. 그러나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빗발치는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만 간다면 그것은 스스로 기회를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년간의 행적을 엄중히 돌아보고 향후 진퇴를 분명히 하기 바란다. 온 국민이 겪게 될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고 국민이 안도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한다면, 지금 이 순간 스스로의 운명이 다했음을 깨달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다(마태 3:10).

2023년 5월 4일
윤석열 정부 1년을 앞두고
한국 기독교 목회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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