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삼성證 연금 부자 분석
IRP 상위 10% 고객 살펴보니퇴직연금 세제혜택 적극 활용
공격적 투자로 노후자산 불려
취미생활 즐기는 골든 시니어
"연금 300만원 넘게받아" 66%
매달 연금으로 450만원을 꼬박꼬박 받는 윤 모씨(62)는 금전적으로 큰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 아내와 함께 가끔 골프를 치고 종종 친구들과 외식도 한다. 한 달 생활비로 300만원가량을 쓰고 남는 연금액은 결혼 준비를 하는 자녀를 위해 증여 목적으로 모으고 있다.
윤씨는 "자녀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노후를 책임질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며 "물가 상승률을 이길 수 있는 적극적인 연금 투자가 지금 나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연금 투자를 한 W세대(Wisdom·Wealth·Well-being·Work)가 은퇴 후 매달 연금으로 받고 있거나, 향후 받을 예정인 금액이 평균 3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적극적인 자산 축적을 통해 노후 준비를 마친 '골든 시니어'들은 소비시장에서 VIP 고객 대우를 받고 취미 생활도 적극적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18일 매일경제신문이 삼성증권과 함께 개인형퇴직연금(IRP) 자산규모 상위 10%에 속한 투자자 중 50~70대 시니어 1318명을 조사한 결과 46.5%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은퇴 이후 연금 소득으로 한 달에 300만~500만원 정도를 현재 받고 있거나, 은퇴 후 받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 달 500만원 정도 연금을 기대할 정도로 노후 준비가 됐다고 답한 비중도 19.1%에 이르렀다.
1955~1974년 출생한 W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고 일에 대한 의지도 높아, 자산을 많이 축적한 게 특징이다. 동시에 W세대 연금 부자들은 씀씀이도 큰 편이다. 한 달 평균 생활비가 300만~400만원 정도에 달하는 시니어들이 많다.
'골든 시니어'는 이른바 '3층 연금'의 중요성을 알고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개인연금·퇴직연금을 운용해 자산을 미리미리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세제 혜택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0년 이상 연금 투자를 하며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는 응답 비중은 21.9%였다.
매일경제신문이 만난 복수의 골든 시니어들은 연금 투자의 성공 비결로 "적극적인 위험자산 투자"를 꼽았다. 금융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내년에 은퇴가 예정된 양 모씨(57)는 최근 3년간 연금계좌 누적 수익률이 20%를 웃돈다. 그는 "단순 미국 증시의 대표지수·반도체지수 추종 투자를 통해서도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골든 시니어'들의 연금계좌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자산배분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노후 대비를 위해 적극적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금 투자 상위 10% 고객의 절반 이상인 58%가 '과거로 돌아가 처음부터 연금 투자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어디에 가장 중점적으로 투자하겠느냐'는 질문에 펀드와 ETF를 꼽았다. 주식을 선택한 골든 시니어도 18.4%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6.4%가 주식 등 위험자산을 핵심 투자처로 꼽은 것이다.
반면 연금 자산을 현금이나 은행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묵혀 둔 시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았다. 매달 받은 연금 수령액이 100만원대에 그치거나, 이에 미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자산운영 업계에서는 어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향후 연금 수령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삼성증권 IRP 수익률 상위 10% 시니어 고객의 평균 수익률은 46.5%에 달하는 반면, 수익률 하위 10% 고객의 평균 수익률은 -3.3%로 손실권이었다. 전체 고객의 평균 수익률은 13.6%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약 30년 근무하다가 은퇴한 장 모씨(58)는 최근 연금저축과 IRP 잔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40대부터 연금저축과 IRP를 통해 연금 투자를 시작했는데, 정작 연평균 수익률이 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부진한 수익률의 원인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목돈이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시중 금리에도 못 미치는 금리 수준의 예·적금 상품에 돈이 투자되다 보니, 노후 자산을 불리기는커녕 물가상승률 헤징(위험회피)마저도 어려운 성적표를 거머쥔 것이다.
장씨는 "국민연금이야 또래가 받는 액수가 비슷하지만, 퇴직연금에서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새롭게 일자리를 구하지 않으면 연금 수령액이 수익의 전부인데,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골든 시니어가 펀드, 주식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물가상승률을 이길 수 있는 수익률을 기록해야 충분한 노후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조미옥 삼성증권 연금마케팅팀장은 "단순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연금 자산을 넣어두면, 고물가 시대에 결과적으로 자산이 녹기만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며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성공적인 노후 자산 굴리기의 비법"이라고 밝혔다.
골든 시니어
1955~1974년 출생한 W세대(Wisdom·Wealth·Well-being·Work) 가운데서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 상위 10% 수준 자산을 축적해 풍족한 노후 생활을 즐기는 시니어를 일컫는다. 다양한 운동과 취미 생활을 즐기며, 부를 자녀에게 이전하기보다 자신을 위해 쓰는 게 특징이다.
[차창희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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