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감사 중인 감사원이 국회법상 정해진 감사 기한이 다가오는데도 결론 내리길 미루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사무처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감사원은 ‘이달 13일로 예정돼있던 이 위원장 정치 중립의무 감사 결과 확정에 시간이 다소 소요되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9일 국회 사무처 의안과에 보내왔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해 9월10일 유튜브 ‘방송 펜앤드마이크 티브이(TV)’에 나와 “제가 그 민주당, 야당 의원들에 맞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했는데도, 그렇게 시민들이, 국민들이 응원을 해주셨지 않나”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달 20일 출연한 ‘고성국 티브이’에선 패널 가운데 한명이 “보수 여전사 하면, 다 같이 이진숙!”이라고 건배 제의를 하자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1월14일 민주당 등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 감사요구안을 의결했다. 이 위원장의 △공무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의혹 △부적격자 선거방송심의위원 선임 과정 등이 감사 대상이다. 애초 감사 기간은 지난해 11월14일부터 지난 2월13일까지 3달이었는데, 감사원은 2월7일 이를 2달 연장해 오는 13일이 기한이다.
국회법 127조에 따라 감사원은 국회 의결로 감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최장 5달 안(3달 내 감사 결과 보고, 2달 연장 가능)에 감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 관계자는 “감사 기한은 강행 규정(강제로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어서, (기한을 어기더라도) 감사원이 결과를 보고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감사원이 정치권 눈치를 보며 감사 결과 발표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이미 법무법인에서 “(이 위원장 발언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65조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는 법률 검토 의견서를 제출받은 만큼 감사 결과 발표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장감사도 지난 2월10~28일 끝낸 상태다. 감사원은 지난달 13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각으로 복귀한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휘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명백한 법 위반 소지가 감사원에 제출된 문서를 통해 확인됐음에도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정치적 회피”라며 “감사원은 즉각 감사 결과를 보고하고, 이진숙 위원장을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감사원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회에서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45건의 감사를 요구한 상황으로 상당수의 감사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여 신속히 처리하는 중”이라며 “지난 2월 현장감사를 실시하고 최대한 신속히 감사결과를 정리하고 있는 단계로, 국회에 감사결과를 보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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