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제범죄센터 자료 분석
사진·동영상 보내 친분 쌓은 뒤
"송금 수수료 빌려달라" 돈 요구
국정원 "지식인층 피해자들 쉬쉬"
#충청남도에 사는 여성 A씨는 지난해 4월 제임스 윌리엄스라는 사람으로부터 페이스북 친구요청을 받았다. 윌리엄스의 직업란엔 ‘리비아에서 근무하는 평화유지군’이라고 적혀 있었다.
#경기도에 사는 B씨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시리아에 파병된 한국계 미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엠마는 B씨에게 이성적 호감까지 표시했다. 가끔씩 메신저로 ‘사랑한다’는 표현도 보냈다.
국정원은 신고 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신고센터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이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식인층이어서 신분 노출 우려 때문에 신고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사진·동영상 보내 친분 쌓은 뒤
"송금 수수료 빌려달라" 돈 요구
국정원 "지식인층 피해자들 쉬쉬"
아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친구를 맺자는 데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A씨는 친구요청을 수락했고, 윌리엄스는 파병 지역에서 일하는 모습의 사진과 동영상, 미군 신분증 사진을 종종 보내줬다.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A씨는 시간이 갈수록 윌리엄스에 대한 사이버 친분이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윌리엄스는 “리비아 정부로부터 리베이트 자금 300만 달러를 받게 됐다”는 얘기를 꺼냈다. A씨는 미군은 리베이트를 따로 받기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큰 의심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윌리엄스는 이어 “본국 송금 절차를 위한 수수료 7000달러가 필요한데, 이 돈을 자신의 친구 계좌로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현직 군인이 사기를 치겠느냐’는 생각에 돈을 보냈다. 윌리엄스는 그 이후로 연락이 없었다.
이렇게 친분이 쌓인 뒤 엠마는 “시리아에서 5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발견했다”며 “미국으로 보내기는 어려운 돈이니 일단 한국 계좌에 보관해줄 수 있느냐”고 B씨에게 물었다. 그러기 위해선 500만원의 수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B씨는 돈을 보낸 뒤 추가 송금 요구가 이어지자 그제서야 ‘내가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국가정보원 콜센터에 신고했지만, 아직 보낸 돈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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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주고, 연애감정 자극하기도
국제금융범죄조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한국인 상대 사기 범죄 시도가 늘고 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SNS를 이용한 사이버 국제금융사기 신고 건수는 2017년 36건에서 지난해 71건으로 늘었다.
신뢰 주고, 연애감정 자극하기도
국제금융범죄조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한국인 상대 사기 범죄 시도가 늘고 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SNS를 이용한 사이버 국제금융사기 신고 건수는 2017년 36건에서 지난해 71건으로 늘었다.
신고 접수된 것 중 실제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지난해의 경우 22건이었다. 같은 기간 총 피해 금액도 6억9000만원에서 12억8650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수법은 대부분 미군이나 고액 자산가로 자신을 속여 친분을 쌓은 뒤 수수료나 증여세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AㆍB씨에 대한 사기 모두 미군을 가장해 신뢰감을 주고, 연애감정을 자극해 상대방의 의심을 무력화시키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방식이 동원됐다.
국정원은 신고 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신고센터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이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식인층이어서 신분 노출 우려 때문에 신고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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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들 국적 대부분 나이지리아, 라이베리아"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 사기집단은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용자의 현황을 사전에 파악한 뒤 친구신청을 통해 접근한다.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자신을 속여 친구가 되면 피해자의 관심사에 맞는 사진이나 글을 보내며 친밀감을 형성한다. 이 과정이 길게는 몇개월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범죄자들 국적 대부분 나이지리아, 라이베리아"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 사기집단은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용자의 현황을 사전에 파악한 뒤 친구신청을 통해 접근한다.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자신을 속여 친구가 되면 피해자의 관심사에 맞는 사진이나 글을 보내며 친밀감을 형성한다. 이 과정이 길게는 몇개월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범죄자들의 국적은 나이지리아나 라이베리아가 대부분인 것으로 국정원은 잠정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물가가 싸고 IT(정보기술) 환경이 구축된 태국ㆍ인도네시아가 이들의 활동 거점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국내 체류 나이지리아인 일부도 범죄에 개입됐다는 첩보가 있다”고 전했다.
이런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모르는 사람의 친구요청은 원칙적으로 수락을 미뤄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친구ㆍ팔로어 수를 늘리고 싶어하는 SNS 이용자의 심리를 노린 사기 시도 중 하나”라며 “나와 친구를 맺은 ‘사기 시도 계정’이 또 다른 친구에겐 ‘저 두 사람이 친한가 보다’는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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