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모터사이클 운전면허 시험이 필요하다
[최홍준의 모토톡] 우리나라 자동차 운전면허는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취득하기가 매우 쉬운 편에 속한다. 2008년 운전면허 취득 간소화 이후 교통사고가 급증해 2013년에는 다시 강화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쉬운 편에 속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전면허 학원에서 정해진 방법대로 손쉽게 면허를 취득한다. 면허는 있지만 실제 주행을 잘 하지 못하고 사고를 유발하거나 교통방해를 일으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면허시험은 이론시험과 기능, 그리고 도로 연수로 그럴듯하게는 되어 있지만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용이하게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면허학원을 다닌다면 1주에서 2주면 보통 취득을 한다고 한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면허를 남발하는 나라는 또 없다.
게다가 1종 보통이나 2종 보통의 자동차 운전면허라도 하더라도 원동기장치 자전거, 즉 125cc 미만의 모터사이클도 운전할 수 있다. 자동차 운전면허로도 완전히 조작법이 다른 모터사이클도 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일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2종 보통 오토 면허로는 스쿠터만 몰 수 있다는 정도이다.
2012년에 경찰청이 이륜차 운전면허제도 개선안을 내고 2013년부터 시행한다는 목표로 도로교통법령 개정 절차에 착수했지만 아직 법안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50cc 이하의 소형 이륜차는 여전히 운전할 수 있다. 배기량만으로 운전의 가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있다. 경찰청도 불합리한 법령이라 알고 개선안을 내놓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면허 체계가 가능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125cc 이상의 모터사이클을 운행하기 이해서는 2종 소형 면허가 필요하다. 자동차 면허에 비하면 어렵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이론 시험과 4가지의 기능 시험만 통과하면 도로연수 없이 면허가 발급된다. 기능 시험 중 굴절 코스는 곡예에 가깝다고들 말하지만 외국의 모터사이클 면허 시험에 비하면 아주 쉬운 편이다. 실제 도로에서 만나는 다양한 환경에 대한 검정 없이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곳에서 약간의 회전만으로 당락을 평가하는 것이다.
외국의 면허체계는 우리보다 훨씬 복잡한 곳이 대부분이다. 배기량별로 세분화 되어 있고 배기량을 올리는 면허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하위 면허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1000cc 넘는 모터사이클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5~10년 이상의 저배기량 모터사이클 라이딩 경력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만 18세만 넘으면 2종 소형 면허를 딸 수가 있다. 모터사이클을 한 번도 몰아보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면허학원에서 한 달 정도만 실기 연습을 하고 그곳에서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바로 1800cc 모터사이클도 운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적이지 않은 면허 체계는 결국 모터사이클 사고율이 높아지는 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2종 소형 운전면허 취득 과정을 더 현실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교차로 통과방법이나 차선 변경, 경사로 및 회전에 대한 방법 등도 추가해야 한다. 실제로 면허는 있지만 모터사이클 라이딩에 자신이 없어하는 경우도 있다. 간단한 기능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실제 도로에 나왔을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형식적으로 있는 이론 시험 역시 바꿀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자동차 면허도 마찬가지이다. 도로 표지판이나 추월차로와 주행차로의 개념을 모르는 운전자들이 너무 많다. 요즘 많이 생기고 있는 원형 교차로 이용 방법도 모르는 운전자들도 있다. 전부 이론 시험에서 나온 내용이지만 워낙 쉽고 간단한 문제출제로 인해 실생활에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이다.
모터사이클 면허뿐만 아니라 자동차 면허의 개정이 필요하다. 남발된 면허는 결국 많은 교통사고를 유발하게 된다. 독일의 경우에는 응급처치 방법이나 차량 고장 시 대응 방법까지 시험에 포함이 된다.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본의 경우도 대형 모터사이클 면허를 따려면 일정기간의 경력이 필요하고 시험 코스도 굉장히 어렵다.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대응능력을 보는 것이다.
운전면허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자동차 소비 촉진을 위해 면허를 남발해 결국 수많은 인명재산피해를 유발했다. 모터사이클 면허도 더 체계적이고 실제 도로에서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방면으로 시험을 본다면 사고율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터사이클이 위험한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은 부적절한 관계법령과 체계 그리고 부족한 자질로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 면허 체계도 개정이 시급하다.
칼럼니스트 최홍준 (<더 모토> 편집장)
최홍준 칼럼니스트 : 모터사이클 전문지 <모터바이크>,<스쿠터앤스타일>에서 수석기자를 지내는 등 14년간 라디오 방송, 라이딩 교육, 컨설팅 등 여러 활동을 했다. <더 모토> 편집장으로 있지만 여전히 바이크를 타고 정처 없이 떠돌다가 아주 가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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