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개봉에도 2만명 관람 '조용한 흥행'
일본에서 지난 4월 20일 개봉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主戰場)’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영화 속 인터뷰에 등장하는 3명의 보수 인사들이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에게 속았다”면서 상영 중지를 요구하면서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부회장은 “학술 연구라고 해서 협력했다”며 “상업영화로 공개하는 줄 알았다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편집이 중립적이지 않고 발언도 잘려 있다”며 “(보수 논객들을) 모욕하고 조롱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화에 출연한 보수논객 7명은 상영 중지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고 향후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은 영화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영화를 만들 당시 나는 대학원생이었고 그들에게 영화가 졸업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며 “완성된 영화가 잘 나오면 영화제 출품이나 일반 공개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인터뷰에 응한 모든 이들에게 영화 공개에 대한 내용을 담은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논쟁의 중심에 선 이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해 온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물론 위안부 존재를 부정하는 보수 인사들의 인터뷰로 구성돼 있다. 위안부 피해자나 그 반대 진영의 시각만을 전달해 온 기존의 접근법을 벗어나 제목대로 두 의견이 부딪히는 논쟁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제작됐다.
미키 감독이 2007년부터 5년간 일본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면서 ‘일본의 인종차별’이란 동영상을 올린 뒤 ‘네트우익’의 공격을 받은 경험이 계기였다. 위안부 문제를 처음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 아사히(朝日)신문 기자가 우익들로부터 비슷한 공격을 받는 것을 보고 “일본 우익들은 왜 위안부 문제를 피하려 하는가”라는 문제 의식에서 제작에 나섰다. 한국, 일본, 미국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20만명이란 피해자 수, 강제연행, 성노예 등의 쟁점에 대한 주장과 반박, 재반박을 쉴 새 없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자신의 머리 속에서 두 의견이 충돌해 전쟁터가 됐던 경험을 관객들에게 체험하도록 한다.
일본 보수 논객들이 불편해 하는 지점은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적 인터뷰 이후 등장한다. 1997년 당시 거의 모든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위안부 문제가 점차 사라진 것에 무감각한 사실과 그 배경에 일본의 최대 우익결사인 일본회의의 존재를 언급하기 때문이다. 일본 보수세력의 비판으로 논쟁이 촉발된 것은 제작 의도가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주전장은 도쿄를 비롯해 전국 12곳에서 상영 중이다. 소규모 개봉에다 다큐멘터리란 한계에도 한 달 남짓 2만명 이상의 관객이 찾았고, 전국 40곳 이상으로 상영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이 영화는 다음달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mailto: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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