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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ne 6, 2019

'기생충' 송강호 "남우주연상 양보? 황금종려상에 다 있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벌써 네 번째 작품이다. 이제 서로 눈빛만 봐도 안다. 배우 송강호 만큼 봉준호 감독을 잘 이해하는 배우는 없다. 영화 ‘기생충’도 그랬다. 시나리오를 받은 순간부터 크랭크업 순간까지 두 사람은 작품에 대해 왈가불가 주석을 다는 대신 눈빛으로 얘기한다.
송강호가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반복한 단어는 ‘눈치’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로 대우받는 그가 왜? 그런데 그게 이유다. 누구도 자신의 연기를 선뜻 지적하지 않는 환경. 그래서 송강호는 눈치를 본다. 모든 시도를 해보고 감독의 눈을 바라보는 게 습관이 됐다.
“감독들도 동료들도 대부분 이제 저 보다 후배라서 오히려 눈치를 봐야할 때가 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이 저에게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건 사실이니까 제가 알아서 눈치를 채고, 변화를 시도하죠. 자기 점검이랄까. 편하게 연기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분주하게 물어보는 편입니다. 연기하고 감독의 눈을 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걸 시도해 보는 식이에요. 상황에 맞게 적확하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죠.”
쿠엔틴 타란티노, 칸 최고의 복병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안기까지 송강호는 칸에 여러 번 다녀왔다. ‘괴물’부터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등 출연하는 작품 줄줄이 칸에 진출했다. 그래도 최고의 순간은 역시 '봉준호'와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주인공으로 호명되는 순간이었다.

“제가 직접 상을 받은 건 아니지만 운 좋게 칸에 경쟁 부문으로만 진출한 게 세 번이잖아요. 전 정말 도연이가 상을 받을 때도 전 진심으로 기뻤거든요. 알아주려나 모르겠네요.(웃음) 그래도 가장 기쁜 순간은 이번 황금종려상이에요. 폐막식에 남으라고 전화가 오는 그 순간까지의 긴장감은 에휴, 뭐라 말로 설명할 수 가 없습니다. 살짝 기대를 하긴했지만, 정말 받으니 이 보다 더 기분 좋을 수 없죠.”
송강호는 수상 마지막 순간까지 느껴진 감정을 ‘스릴’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날 예상에 없던 쿠엔틴 타란티노가 등장했고, 끝까지 호명이 되지 않아 긴장했기 때문이다.
“저 양반(쿠엔틴 타란티노)이 왔는데 상을 안 받을 리는 없고, 호명은 안되고 설마 우리가 못받는 건가 끝까지 떨렸어요. 그 양반 덕분에 칸에서 스릴이 넘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러 왔다, 놀라왔다고 생각하시는데 막상 그렇지 않아요. 그 안에서는 되게 치열하고 기대도 커요.”
봉준호,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은 말
사실 송강호는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였다. 이냐리투 감독을 비롯해 많은 심사위원들이 송강호를 남우주연상 부문에 추천했던 것. 하지만 중복 수상이 불가능해 황금종려상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최고상은 황금종려상이지만 배우 개인에 입장에서는 아쉬운 선택일 터.

“아쉽냐고요? 에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진짜에요. 황금종려상 안에 남우주연상이 포함돼 있는 거죠. 봉준호 감독이 에프터 파티가 끝나고 저한테 ‘이냐리투 감독이 형님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어요’라며 말을 전하더군요. 중복 수상이 불가능해서 제게 상을 줄 수 없어 아쉬워 했다는 얘기였어요. 나는 봉 감독한테 진짜로 이렇게 말했죠. '진짜 내 진심인데, 우리 영화가 남우주연상 카테고리에 가두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냐'고. 황금종려상 안에 모든 상이 다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에게 주는 상이라서 전혀 아쉽지 않았습니다. 만약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면 '기생충'이라는 작품이 너무 아깝죠."
봉 감독에 대해 얘기하는 송강호의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굳이 애써 상대를 칭송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가족애 같은 성질의 감정이 느껴졌다.
“봉 감독은 늘 글을 써요. 다음 시나리오는 서울 한복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거라고 했는데 나중에 자세히 애기해준다고 하더군요. 제가 그 작품에 출연할지는 모르지만 벌써 그 이야기가 궁금하긴 해요. 20년 간 알고 지냈지만 변한 게 하나도 없는 좋은 사람입니다.”
칸 수상에 기뻐하던 송강호는 오히려 황금종려상이라는 타이틀이 관객에게 무겁게 다가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영화제 수상작이라고 하면 너무 무겁고 작가주의적 성향의 영화가 아닐까 걱정하시는데, '기생충'은 재밌어요.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희노애락이 있죠. 기생하는 자들이 나오지만 공생과 상생에 대해 묻는 영화에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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