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이정은, US여자오픈 트로피에도 'LEE6' 새겨

USGA, 이정은에게 1천만원 상당 레플리카 트로피 증정 예정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에 이름 새기는 과정 지켜보는 이정은 (찰스턴[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에서 끝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정은이 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찰스턴[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9 JEONGEUN LEE6'.

제74회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에 새겨진 이름이다.

'핫식스' 이정은(23)은 2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6천535야드)에서 끝난 제74회 US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시상식 후 클럽하우스에서 우승 트로피에 정교하게 이정은의 이름을 각인했다.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 이름은 '하튼 S 셈플'(Harton S. Semple trophy)이다. 이 트로피에는 1946년 첫 대회부터 역대 우승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1998년 우승자 박세리부터 2017년 우승자 박성현까지 한국인 우승자 이름도 각인돼 있다.

이 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지는 과정을 아이처럼 신기한 표정을 지켜봤다.

특이하게 이정은 영문명 옆에 숫자 '6'가 붙었다.

US여자오픈 트로피에 새겨진 LEE6 [촬영 최인영]

이정은은 미국에서 '식스(six·6)'로 통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동명이인 선수를 구분하려고 입회 순서대로 이름 뒤에 숫자를 붙인 것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트로피에 새겨진 이름을 본 이정은은 "US여자오픈 대회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름이 남을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이정은은 "철자가 너무 많다. 숫자까지 들어가서"라며 "내가 일부러 '식스'에 맞췄나 보다. 사실은 8언더파로 우승하고 싶었는데, 6언더파로 우승했다"라며 웃었다.

하튼 S 셈플 트로피는 우승자도 영구적으로 가질 수는 없다.

우승자는 진품 트로피를 약 1년간 보관한 뒤 다음 대회가 열리 전에 주최 측인 USGA에 반납해야 한다.

1만 달러(약 1천187만원)를 내면 레플리카(모조품)를 가질 수 있다. 박인비도 2008년 모조품을 구입했다.

이정은은 무료로 모조품을 가질 전망이다. LPGA 관계자는 "USGA가 올해는 이정은에게 선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진품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정은은 "솔직히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는 LPGA 투어를 꿈꾸며 골프를 시작한 게 아니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할 거라고는 상상해보지 않았다. 너무 벅차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우승 트로피를 가장 먼저 주고 싶은 사람이 "당연히 엄마 아빠"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은 새벽에 일어나셔서 제 경기를 보셨을 거다. 나보다 더 좋아하셨을 것이다. 아직도 연락을 못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US여자오픈에 이름 새기고 환하게 웃는 이정은 [촬영 최인영]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