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부장 "믿음·명예·자긍심 엷어졌다" 고강도 비판
고위간부 등 포함하면 43명 사직..계속 이어질 듯
고위간부 등 포함하면 43명 사직..계속 이어질 듯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오는 6일자로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 만 하루도 되지 않아 권순철 서울동부지검 차장(50·사법연수원 25기)을 비롯해 20명 가까운 중간간부급 검사들이 사의를 표명하고 나섰다.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 이후 용퇴한 고위 간부 등을 포함하면 모두 43명에 이르는 검사들이 옷을 벗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사단 및 특수통 약진'으로 요약되는 중간간부 인사의 후폭풍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의 표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31일) 고검검사급 검사 620명, 일반검사 27명 등 검사 647명에 대한 인사를 8월6일자로 단행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인사 대상자 중 18명이 사의를 밝힌 상황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한 주진우 동부지검 형사6부장(44·31기)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결국 저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능력과 실적, 조직 내 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다는 신뢰',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인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제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도 않다'고 판단했다"며 "저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를 맡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그동안 서울중앙지검이나 대검, 법무부 등 주요보직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주 부장의 경우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좌천' 성격의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주 부장은 "'환경부 사건'을 수사함과 동시에 '세월호 특위 조사방해 사건'의 공소유지를 전담했고, 일이 주어지면 검사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강도와 절차로, 같은 기준에 따라 수사와 처분을 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했으며, 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침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했다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 부장의 직속 상관이었던 권 차장 역시 한직으로 분류되는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된 직후 사의를 표명하며 '인사는 메시지'라는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권 차장은 전날(7월31일) 올린 사직의 글을 통해 "20년 동안 직장에 출근하면서 하루도 기대와 설렘이 없는 날이 없었다. 양심적 판단에 어긋나게 처리하는 사건이나 결정은 없었기에 언제나 기쁜 마음이었다"며 "인사는 메시지라고 한다"며 "다른 분들에게는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그래, 수고했어. 충분했어'라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린다"고 했다.
수사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이었던 한찬식 전 검사장(51·21기)의 경우 윤 총장 취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이외에 안미영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3·25기), 류혁 창원지검 통영지청장(51·26기), 장기석 제주지검 차장(48·26기), 전승수 법무연수원 교수(50·26기), 고은석 대전지검 서산지청장(51·28기), 주진철 대구고검 검사(50·28기), 황종근 대전지검 인권감독관(52·28기), 김태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47·29기), 신영식 인천지검 형사2부장(51·29기), 이정훈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장(49·29기), 김주필 수원지검 공안부장(50·30기), 안희준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장(43·30기), 이상진 부산지검 공안부장(49·30기), 최종무 대구지검 안동지청장(47·30기), 박인우 대전지검 천안지청 형사3부장(48·31기)도 잇따라 사의를 밝혔다. 민기호 대검 형사1과장(49·29기)도 곧 사의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 부장으로 전보된 주진철 검사는 "검사밥 좀 먹은 이후로 초임 검사들을 보면서 그 순수함과 선량함, 열정 등에 감탄한 적이 많았다"며 "그러면서 검찰에 먹칠을 해대는 많은 선배들도 저런 초임검사 시절이 있었을 텐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안타까워하곤 했다. 젊은 후배 여러분들의 선량한 열정을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 형사1부장으로 전보된 최종무 지청장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아 황망한 심정이지만, 저의 검사로서의 관운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고 이제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 보고자 한다"며 "검찰 조직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항상 검찰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하겠다"라고 썼다.
앞서 지난달 26일 단행된 고위간부 승진 인사 이후에는 박장우 서울고검 검사(52·24기), 이형택 서울고검 공판부장(55·24기), 김광수 부산지검 1차장(51·25기), 김병현 서울고검 검사(54·25기), 서영수 수원지검 1차장(50·25기), 서영민 대구지검 1차장(50·25기), 이성희 대전지검 차장(55·25기), 정수봉 광주지검 1차장(53·25기), 최태원 서울고검 송무부장(49·25기) 등이 옷을 벗었다
같은날 김종범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장검사(49·28기)와 이헌주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검사(47·30기)도 사의를 표명했다. 윤 총장 지명 이후에는 송인택 검사장(56·21기)을 시작으로 모두 14명의 고위간부가 용퇴한 바 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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