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칼럼] "자유한국당,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가 '내로남불'이 아닐까 싶다. '나의 허물은 몰라라 하고, 다른 사람의 허물만 들추어낸다'는 의미의 이 단어는 인사청문회 때에도 늘 등장하고, 여·야가 서로를 비난하는 정쟁을 벌일 때에도 자주 등장한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운데, 역시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조국 후보자의 말대로 위법은 없다고 하더라도, 평소 조국 후보자의 발언에 비추어보면, '언행이 불일치하다', '그간 타인에 대해 비판한 것이 내로남불아니었냐'는 지적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자녀가 제1 저자로 된 논문 문제나 장학금 문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 조국 후보자를 비판하는 정치인 중에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얘기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근 연일 조국 후보자를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신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내로남불'이다.
이에 대해서는 2016년 3월 <뉴스타파>가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나경원 원내대표의 딸은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통과해 2012년 현대실용음악학과에 입학했다. 당시에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는 모두 21명의 장애인 학생이 응시해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딸 등 3명이 합격했다고 한다.
문제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딸이 21명의 응시자 중에서 학생부 성적이 21등으로 가장 낮았다는 것이다. 학생부 40%, 면접 60%였다고 하니까, 결국 면접을 통해 합격을 한 것이다. 그런데 면접위원 4명이 똑같이 100점 만점에 98점을 줬다고 한다. 반면에 다른 응시자들의 면접점수는 평균 70점대였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뉴스타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다.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의 딸은 면접 현장에서 자신이 '나경원 의원의 딸'임을 밝혔다고 한다. '저희 어머니는 어느 대학을 나와서 판사 생활을 몇 년 하시고, 국회의원을 하고 계신 아무개 씨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면접위원들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점수를 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 이상한 것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딸이 응시한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은 전에는 없던 전형으로, 2012년 처음 도입됐다는 것이다. 도입 시점은 공교롭게도 당시 나경원 의원이 성신여대 초청 특강을 한 직후였다고 하다. 2011년 5월에 나경원 원내대표가 특강을 하러 성신여대를 방문했는데, 성신여대 당시 총장에게 '성신여대와 같은 큰 대학에 장애인 전형과 같은 입시가 없는가'라는 발언을 했고, 그렇게 신설된 새로운 전형을 통해 나경원 원내대표의 딸이 입학했다. 이후 해당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보도에 대해 나경원 원내대표 측은 <뉴스타파>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2016년 5월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명예훼손죄로 기소를 했다. 그러나 법원은 1심과 2심 형사재판에서 <뉴스타파> 측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특히 2018년 7월 19일 내려진 2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2012학년도 성신여자대학교 현대실용음악학과 장애인 전형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 사이의 경쟁으로 유독 한 명에게만 베풀어진 편의와 관대함이 다른 장애인 학생의 탈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신분에 힘입어 특별한 혜택을 받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당시에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에 내린 경고 처분에 대해 <뉴스타파>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법원은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줬다. 그만큼 해당 보도는 진실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리고 성신여대는 2018년 4월 내부감사를 통해 '나경원 의원의 딸이 합격한 전형의 신설 과정이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고 면접시험 역시 불공정했다'는 자체 감사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참으로 참담하고 분노할 일이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현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후보자를 비판하는 것은 좋다. 야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내로남불'을 얘기하려면, 나경원 원내대표부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법적, 정치적 책임도 져야 한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정당의 원내대표에게 이런 문제가 있다면, 자기 내부부터 정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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