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서 ‘출·퇴근 단식’ 중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이 법조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다소 뜬금없는 이번 단식의 진짜 이유와 배경이 검찰의 세월호 수사에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오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뼈대로 한 선거법 개정 포기 등 크게 세 가지를 내걸고 청와대 앞에서 “죽기를 각오한” 단식을 시작했다.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은 황 대표의 결단이라고 한다. 20일 저녁 국회로 장소를 옮겼던 황 대표는 21일 다시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출·퇴근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황 대표가 내세운 요구 조건 세 가지가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여서 “죽기를 각오할” 일인지에 대해선 정치권뿐 아니라 법조 쪽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시기·방법·강도 모두 뜬금없다는 반응이 많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자신을 겨냥한 세월호 특별수사단(특수단·단장 임관혁)을 의식해 미리 ‘야당 탄압’의 명분을 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황 대표는 세월호 사건 발생 때부터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할 때까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특히 황 대표는 2014년 검찰이 세월호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도 인명 구조에 나서지 않은 해경 123정장을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업무상 과실치사상’(업과사) 혐의를 빼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으로 최근 검찰에 고발됐다.
특수단 수사가 진행되면 어떤 식으로든 황 대표 조사가 불가피해진다. 처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세월호 사건을 잘 아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세월호 특수단이 성과를 내려면 당시 법무부의 ‘업과사 배제’ 지시 등 외압 쪽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그 부분은 당시 황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밝히는 수사”라고 했다.
앞서 세월호 수사 과정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들은 <한겨레>에 “법무부의 지시로 다 써놨던 구속영장에서 업과사를 들어냈다”, “황 장관만이 그런 지시를 할 수 있다. 나머지 법무부 간부들은 메신저(전달자)에 불과했다”, “해경 정장을 업과사로 구속하면 세월호 사건에 대한 국가(정부) 책임을 인정하는 모양이 될까봐 우려했을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황 대표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방어하려고 ‘단식 카드’를 뽑아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해 출석 요구 등을 받게 되면 ‘야당 탄압’이라며 맞서기 위해 한발 앞서 문재인 정부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당시 자신이 보고받고 지시한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황 대표로서는 재수사에 대비해 ‘선수’를 둘 필요를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야당 대표의 입장도 있겠지만, 검찰 재수사의 맥을 정확히 짚고서 선택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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