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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December 7, 2021

"내 일은 상의 좀 해라"..'디테일 尹'이 불호령 내린 사연

 “우리 후보는 디테일에 강한 게 장점인데 참모로선 솔직히 조금 피곤할 때가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 인사가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웃음 섞인 하소연이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부산저축은행 건을 포함하는 특검’ 논평을 두고 윤 후보가 불같이 화를 낸 일화였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미진해 대장동 비리 토대를 만들어줬다’고 남 탓하는데, 윤 후보는 당당하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부분도 포함해 특검을 조건 없이 수용하라는 입장”이란 내용의 논평을 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충북-충남도민회 주최 '국가균형발전 완성 결의대회'에 참석, 마스크를 바로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 측 인사에 따르면 이후 윤 후보가 참모들을 불러 “내가 직접 관련된 논평은 내기 전에 상의를 좀 내라”고 다그쳤다는 것이다. 자신이 주임검사로 2011년 수사한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사건은 "80여명을 엄정하게 처벌한 사건"이라며, "이재명 후보 측의 물타기에 선을 그어야지 끌려들어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취지의 질책을 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특검 도입에 응하겠다고 하면서도,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 역시 특검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공세를 펴고 있다.

윤 후보의 호된 지적에 참모들은 “대장동 특검을 끌어내기 위한 협상용 카드”라고 설득했고, 이를 들은 윤 후보는 “그런 거라면 좋다. 앞으로 우리 소통을 더 잘하자”고 했다고 윤 후보 측은 전했다.

윤 후보가 '디테일'을 일일이 챙기는 것은 참모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대표적인 게 지난 6일 선대위 출범식 연설문인데, 본인이 거의 다 뜯어고쳐 초안의 흔적도 별로 안 남았다는 후문이다. 윤 후보 측은 통화에서 “검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꼼꼼하다. 문구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며 “특히 연설문에 ‘문재인 정부’를 지나치게 깎아내리듯 한 표현을 쓰면 ‘팩트로 싸워야지 저급하게 그러지 말라’고 지적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선대위 출범 연설문에도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충북-충남도민회 주최 '국가균형발전 완성 결의대회'에 참석,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논평은 거의 최지현 변호사가 쓰는 것을 두고도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인 최 변호사는 지난 6월 윤 후보의 정치 참여 선언 직전 캠프에 합류해 지금도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을 맡고 있다. 이날도 친여 성향 인터넷 매체인 열린공감TV가 1997년 5월 ‘쥴리’라는 예명을 쓰는 김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취지의 방송을 한 것을 두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 논평을 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김건희씨 관련 정치공세는 법률적인 내용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법률전문가인 최 변호사가 내부 법률팀과 논의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윤 후보가 무심한 듯 보여도 논평을 누구에게 맡길지부터 고민하는 등 굉장히 세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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