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강제동원, 본인은 피폭 이기열 씨 대담 부산서 열려
- “제3자 변제 반대… 피해자 외면”
- 영도주민들 남포역서 단체행동
-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손 놔
- 어업 종사 주민 생존권과 직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피해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부산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경남 합천군 주민이 상당수인 일제 강제동원 원폭피해자들도 최근 정부의 강제동원피해자 ‘제3자 변제’ 등의 문제를 비난하고 나서는 등 대일 외교 비판여론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카톨릭센터 소극장에서 부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주최로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목소리’ 대담이 열렸다. 피폭 1세대 이기열(78) 씨가 참석해 떨리는 목소리로 피폭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씨의 부모는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로, 일본에서 일하며 살고 있었다. 1945년 3월 생인 이 씨는 생후 5개월 만에 원폭피해자가 됐다. 이 씨는 현 정부의 대일 외교정책에 관해서 “일본이 직접적인 사과와 배상을 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줬으며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식인 ‘제3자 변제’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1월 정부가 15명의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먼저 1억 원씩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격렬히 반대했다”며 “가장 바라는 건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인데, 정부는 피해자들의 가장 간절한 마음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통사 박석분 조직위원은 “정부의 ‘제3자 변제’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갈라치는 것이다”며 “정부의 외교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피해자들을 동원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영도구 주민을 중심으로 구성된 시민단체의 윤 정부 대일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일·굴욕외교 규탄 영도주민행동’은 이날 도시철도 남포역 6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하에 영도구민이 큰 타격을 입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올여름 일본 정부가 계획 중인 후쿠시마 해양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도구주민행동 하상윤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 연간 해산물 소비량은 육류 소비량을 뛰어넘기에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는 전 국민적 문제다. 특히 해양·수산 업계 종사자가 많은 영도구 특성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는 구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후쿠시마 해양오염수 방류문제 외에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주장 ▷강제동원3자변제문제 ▷한일위안부 합의문제 등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전반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도구주민행동 권혁 실무자는 “윤 정부의 대일외교 정책은 누구를 위한 국익 외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이제라도 윤 정부가 제대로 된 외교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부산시민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도주민행동은 앞으로 매주 금요일 남포역에서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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