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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 2011

돈, 다 어디 갔나?… 서글픈 현실 앞에 우는 국민들

돈, 다 어디 갔나?… 서글픈 현실 앞에 우는 국민들(블로그 ‘사람과 세상 사이’ / 오주르디 / 2011-09-30)

수치로는 10년간 한국경제가 두 배 성장했다. 연간 GDP가 600조 원에서 1100조 원으로 늘었고 1인당 국민소득은 역시 11,000불에서 20,000불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10년 전보다 더 살기 힘들어 졌다

성장한 만큼 국민은 삶이 더 윤택해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소득이 늘면 총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엥겔의 법칙이 한국사회에는 통하지 않았다. 2005~2008년 12% 대까지 떨어졌던 엥겔계수는 현 정권 들어 다시 증가해 10년 전으로 후퇴했다.


명목소득은 증가했지만 국민의 생활은 나아진 게 없다. 국민의 태반은 10년 전 형편 그대로 팍팍한 가계를 꾸려가고 있다. 소득이 늘면 여행, 레저, 문화 활동을 위해 지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결과는 정반대…. 오히려 기본 생계비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가계의 부담감과 10년 동안의 실망감이 국민의 의식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얼마 전 이와 관련된 매우 유의미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식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매일경제신문과 엠브레인이 1997년 4월에 실시했던 설문조사와 질문 내용을 똑같이 적용해 최근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생활고와 실망감, 국민 의식 통째로 바꿔 놓았다

14년 동안 국민 의식 변화는 놀라웠다. 국가가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6%가 ‘삶의 질 개선’을 꼽았다. 1997년 조사 때는 12.9%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변화다. 1997년 조사 당시 ‘경제강국 진입’이 국가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45.7%.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21.8%로 크게 낮아졌다.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크게 높아진 반면 경제에 대해서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10년간 전혀 나아지지 않은 살림살이가 국민의 의식을 송두리째 변화시킨 셈이다. 국가 경제가 성장해도 서민들의 가계에는 성장의 혜택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서민의 어려움이 절절히 묻어나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현재 걱정하고 있는 첫 번째 고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부족한 금전’(24.9%)을 꼽았다. 여행을 가고 사치품을 사기 위해 금전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하소연이다.


주거에 대한 고민도 컸다. 응답자의 24.6%가 ‘주거비 부담’이 당장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답했다. 이어 노후대책 등이 그 뒤를 이었지만, 최대 이슈였던 연평도 포격, 일본 대지진 등 전쟁과 재난 문제가 우선적 고민거리라고 답한 국민은 고작 2.4%에 불과했다.

서민들, 서글픈 현실 앞에서 울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은 의식주 해결에 모아져 있다는 얘기다. 여기를 봐 달라, 이것에 관심을 가져 달라, 정부와 정치권이 아무리 통사정해도 생활비가 부족해 전전긍긍하는 서민들의 귀에는 아득한 얘기로 들리는 게 당연하다.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기득권층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는 국민이 대다수였다.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이유’가 뭔지를 묻는 질문에 44.6%가 ‘금전 부족’때문이라고 답했고, ‘인맥 부족’을 꼽은 경우도 56.9%에 달했다. 국민 태반이 부와 권력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좌절감과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수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조금만 참으면 나아질 것’이라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국민들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성과는 엉뚱한 자들의 몫이 되는 결과 앞에 어찌 실망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
정부와 정치권의 잘못이 크다. ‘나라가 잘되면 나도 잘되겠지’라고 생각해 온 서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실망을 안겨줬는지 돌아보라. ‘나를 뽑아준다면’이란 말에 담겼던 약속들 중 과연 몇 가지나 실행에 옮겨졌는가 생각해 보라.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약속조차 거반 지켜지지 않았다.

10년간 두 배 더 벌었다는 한국, 그 돈 다 어디 갔나?

국민들이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고, 기본적인 생활비라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애걸하는 동안 이 정권은 딴전을 피웠다. 부자와 재벌기업을 살찌우는 정책을 폈고, 지나친 강경정책으로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남발하면서 국민의 처지와 요구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해왔다.
GDP와 GNP가 늘었으면 뭐하나. 상당수의 국민들은 10년 전보다도 더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다.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고, 자살이 크게 느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일 년 내내 뛰어도 명품 가방 하나 값도 벌지 못하는 일용직과 비정규직의 수가 근로자의 40%나 된다. 재벌은 불황에도 엄청난 순이익을 내 곳간이 풍성한데, 근로자들은 아이들에게 삼겹살조차 맘껏 먹이지 못해 눈물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나 더 벌었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더 벌어들인 주역이 소수 부유층과 대기업 사주들의 노고뿐이란 말인가? 적게 땀 흘린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밤낮 피땀을 쏟은 근로자들은 점점 사지로 몰리고 있다. 그 돈, 다 어디로 간 건가?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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