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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3, 2011

박원순과 시민이 파괴한 정치공식

박원순과 시민이 파괴한 정치공식이제 정치인이 바뀔 차례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1-10-04)

수학에는 공식이 있다. 세상에도 공식 비슷한 것이 많다. 정치도 그렇다. 선거의 경우, 유력한 정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를 해야 당선이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 같은 공식. 그래서 공천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목을 매고 치사한 경쟁을 한다. 죽기 살기다.


공식이 깨졌다. 박원순을 봐라. 그가 야당통합 후보로 선출된 후 수락연설에서 분명히 말했다.
“우리는 낡은 시대를 거울삼아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저는 단 한 마디의 네거티브도 없이 경선에 승리했습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까지 가세한 파상공세를 물리쳤습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
돈이 없는 제게 자금이 되어주셨고, 조직이 없는 제게 시스템이 되어주셨고, 공격을 당하는 제게 미디어가 되어주셨습니다.”

어떤가. 가슴에 찡하고 오는 것이 없는가. 특히 기성정치인은 물론이고 재래식 공식에 찌든 정치지망생들도 생각이 있는 머리라면 감동의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안철수 현상도 공짜로 가져 온 것이 아니다. 안철수가 살아오면서 보여준 인간으로서의 진솔한 삶. 박원순의 진가를 알아보고 50%의 지지율을 서슴없이 포기한 감동의 모습은 그대로 국민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박원순도 그렇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가세한 맹랑한 공세에 동요하지 않았고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국민들의 냉정한 반응이었다.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정치의 변화다. 이제 마타도어는 통하지 않는다. 통하지 않을 뿐이 아니라 바로 자해 행위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도 깨졌다. 문재인이 북 콘서트에 한 말이 있다.
“대세론은 흔들리면 깨진다. 이제 대세론은 없다. 우세가 있을 뿐이다.”
박원순의 이번 승리는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미 우리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 선거 때 힘을 과시했다.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과정을 보자. 그는 2%의 지지에서 출발했고 그의 진실된 삶은 국민의 가슴을 울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불리한데도 정몽준과 단일화에 합의했다. 박원순과 같다.

대통령 선거 투표 하루 전날 정몽준이 노무현 지지를 철회했다. 조선일보는 “정몽준이 노무현을 버렸다”라는 사설까지 썼다. 모두들 노무현의 패배를 예견했을 것이다.
아니다.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특히 젊은이들이 분노해 일어섰다. 전화통이 불이 났다. 그리고 결과는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이다. 민심의 승리였다.

박원순도 같다. 장충체육관을 메운 젊은 물결. 이들이 박원순을 지지했다. 그들이 박원순을 시장후보로 선출했다. 지금까지 금과옥조로 믿고 있던 정치의 틀을 한방에 깨버린 것이다. 통쾌한 만루 홈런이다.
이 세상 도처에 인간의 스승이 있다. 이번 박원순의 정치적 승리를 보면서 정치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꼭 배워야 한다. 민심을 호랑이처럼 무서워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은 비단 민주당뿐만이 아니라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누구와 더불어 정치를 한단 말인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해 온 지금까지의 못된 정치는 국민으로 하여금 인내의 한계를 벗어나게 했다. 도덕적으로 더 이상 타락할 수 없는 부패를 저지르고도 ‘이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소리를 하는 정권이니 국민이 침묵하면 버림받아 마땅한 국민이 될 것이다.
이제 불은 댕겨졌다. 그러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온갖 음해와 모략이 넘쳐 날 것이다. 무슨 트집을 잡아 한명숙 총리나 곽노현 교육감에게 굴레를 씌울 줄 모른다. 이번 장충체육관 현장에서 곽노현 구출운동에 서명 한 시민이 무려 9천 명이 넘었다. 이것이 바로 곽노현의 죄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박원순의 시민운동을 폄하하던 여러 말들은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시민들은 이런 일들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학습효과다.
정권은 잘하면 국민의 지지로 오래 유지된다.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된다. 억지를 부리다가는 그들 자신을 파멸로 이끌 뿐이다.

▲ 3일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로 선출된 박원순 시민사회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와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박원순은 야당이 함께 선출한 시민의 후보다. 각 당은 전력을 다해서 그를 당선시켜야 한다. 당내 사정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모두 뛰어넘어야 한다. 이번에 만약 협력이 안 하면 나중에 자신들도 같은 경우를 당한다. 정치는 하루만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후손 대대로 이어간다.

이제 새로 쓰는 정치사에 첫 페이지를 감동으로 장식했다. 다음은 시장 당선이다. 다음은 총선에서의 다수당 획득이다. 악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음은 대통령 선거에서 완벽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다.

이제 국민은 박원순을 목격하고 자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맞다. 반드시 정권 교체는 이룩될 것이다. 이제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역사를 거스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순리를 따라야 한다.

이제 재래식 정치의 공식은 파괴됐다. 이제 정치인이 바뀔 차례다.

2011년 10월 04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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