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이라는 기자를 기억해야 한다. 우장균과 현덕수, 조승호, 권석재, 정유신이라는 언론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은 현 정부가 집권 초부터 밀어붙인 파렴치하고 독재적인 언론통제에 강하게 맞섰던 YTN의 언론자유 투사들이다. 부러진 창을 끝까지 휘두르던 이들은 마침내 힘이 부쳐 차가운 거리에 내팽겨 쳐졌다.
언론특보 출신의 사장을 저지하면서 공정방송 수호투쟁을 벌이던 이들이 강제해직된 지 지난달로 3년이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7일 YTN 노조는 ‘해직자들과 함께 하는 출근길’이라는 행사를 열었으나, 보안업체 직원들의 제지로 실패했다. 이날 기념사진 속에서 해직 기자와 동료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그들은 결코 주눅 들지 않았으나, 그래서 오히려 보는 이의 마음이 쓰리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우리 언론사에서 해직 기자의 맥을 잇고 있다. 생활인으로서 참담하고 가족에게도 미안하지만, 언론인으로서는 당당하고 용기 있는 일이다. 이들은 1975년 박정희 유신정권 아래서 탄생한 동아투위와 조선투위, 1980년 전두환, 허문도에 의해 무더기로 강제해직된 여러 언론인들의 뒤를 잇고 있다.
비극적 강제 해직, 정의가 결핍된 나라
비극적 강제 해직을 미화하고 싶지는 않으나, 신념에 충실하여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의 인간적 위엄과 긍지가 존경스럽다. 그들은 모두 독재적·보수적 정권에 맞서 언론자유 투쟁을 하다가 길거리로 내몰린 공통점을 갖는다. 반면 ‘언론투위’가 태어나게 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오랜 권언유착의 열매로 현 정부 들어 중앙일보와 함께 종편TV를 소유하게 됐다.
1980년 무더기 강제해직을 주도한 허문도, 3년 전 YTN 기자들의 집단해직을 조종했으며 현재 거액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현 정부의 실세로 민주언론의 바탕을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는 최시중 방통위위원장 등이 모두 기자 출신이라는 점이 언론인들을 낯 뜨겁게 한다. 여기에 중앙일보 출신으로 지금은 수감돼 있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보수 정부와 보수 상업지 간 권언유착을 폭로하는 실체적 증인들이다.
한국은 ‘정의’에 목말라 하는 나라다. 왜 목마른지는 자명하다. 국민이 정의가 결핍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한국의 ‘사회 정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25위에 불과했다. 독일 베텔스만 재단이 내놓은 이 보고서는 ‘한국은 15%가 중위 소득의 절반 이하로 살아가는 빈곤층’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장기 베스트셀러가 되어 저자 자신도 놀라게 한 나라다.
‘언론 정의’라는 말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언론 자유’라는 말에는 익숙하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2009년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 지수'는 한국이 175개국 가운데 69위였다. 이는 전년도 보다 22위, 참여정부 때보다 약 30위 추락한 수치였다. 또 지난해 미국 프리덤 하우스의 ‘언론자유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196개국 가운데 70위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한국은 언론 자유가 ‘상당히 후퇴한’ 나라가 되어 ‘언론자유국’ 지위를 잃고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떨어졌다.
‘언론이 정의롭기 위해서는 어떤 필요조건을 갖춰야 하는가’ 라는 물음을 다시 떠올려 본다. 정치경제 등 권력으로부터 언론 자유가 확보돼야 하며, 여론의 다양성과 진실보도가 실현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의 언론과 민주주의는 깊고 캄캄한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언론 자유는 점점 더 실종되고, 여론 다양성과 진실보도의 틀이 근본부터 위협 당하고 있다. 공정보도를 위해 투쟁하는 기자를 무더기로 해직시키는 나라를 정의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해 '국경 없는 기자회'나 프리덤 하우스의 언론자유 보고서조차도 객관적이거나 공정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 보고서들에 지금 한국 언론을 파괴 시키고 언론인을 절망케 하는 독소들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한국의 보수 세력은 국민을 현혹시키면서 카르텔을 한층 공고히 한 뒤, 지상파TV를 장악하고 보수 상업지들에 종편TV 소유라는 특혜를 주었다.
보수언론·정부와 맞서 강고한 대열 이뤄야
그동안 보수 상업지들은 불법·부정한 방법을 통해 부수를 확장함으로써 신문시장을 독과점해 왔으며, 종편TV를 소유한 뒤로는 광고 시장마저 몰아가려 하고 있다. 광고 시장이라는 파이는 크기가 정해져 있다. 특혜를 등에 업고 보수지 TV들이 광고에서 큰 몫을 베어 가면, 한국의 양심적인 언론들은 설래야 설 땅이 없다. 유감스럽게도 두 기관의 보고서에는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이런 독소들이 누락돼 있다.
한국의 민주언론은 고립돼 벼랑 끝에 서 있다. 보수 상업지와 보수 정부가 장악한 TV에 포위돼 있다. 그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민주 언론인과 언론단체, 정치인 등이 뒤늦게나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그들이 냉철한 현실주의자가 되어 강고한 대열을 이룬 후 사선을 넘기 바란다
언론특보 출신의 사장을 저지하면서 공정방송 수호투쟁을 벌이던 이들이 강제해직된 지 지난달로 3년이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7일 YTN 노조는 ‘해직자들과 함께 하는 출근길’이라는 행사를 열었으나, 보안업체 직원들의 제지로 실패했다. 이날 기념사진 속에서 해직 기자와 동료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그들은 결코 주눅 들지 않았으나, 그래서 오히려 보는 이의 마음이 쓰리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우리 언론사에서 해직 기자의 맥을 잇고 있다. 생활인으로서 참담하고 가족에게도 미안하지만, 언론인으로서는 당당하고 용기 있는 일이다. 이들은 1975년 박정희 유신정권 아래서 탄생한 동아투위와 조선투위, 1980년 전두환, 허문도에 의해 무더기로 강제해직된 여러 언론인들의 뒤를 잇고 있다.
비극적 강제 해직, 정의가 결핍된 나라
2008년 10월6일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은 노조원들(왼쪽부터 조승호, 우장균, 현덕수, 노종면, 권석재, 정유신). ⓒYTN노조 |
비극적 강제 해직을 미화하고 싶지는 않으나, 신념에 충실하여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의 인간적 위엄과 긍지가 존경스럽다. 그들은 모두 독재적·보수적 정권에 맞서 언론자유 투쟁을 하다가 길거리로 내몰린 공통점을 갖는다. 반면 ‘언론투위’가 태어나게 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오랜 권언유착의 열매로 현 정부 들어 중앙일보와 함께 종편TV를 소유하게 됐다.
1980년 무더기 강제해직을 주도한 허문도, 3년 전 YTN 기자들의 집단해직을 조종했으며 현재 거액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현 정부의 실세로 민주언론의 바탕을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는 최시중 방통위위원장 등이 모두 기자 출신이라는 점이 언론인들을 낯 뜨겁게 한다. 여기에 중앙일보 출신으로 지금은 수감돼 있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보수 정부와 보수 상업지 간 권언유착을 폭로하는 실체적 증인들이다.
한국은 ‘정의’에 목말라 하는 나라다. 왜 목마른지는 자명하다. 국민이 정의가 결핍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한국의 ‘사회 정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25위에 불과했다. 독일 베텔스만 재단이 내놓은 이 보고서는 ‘한국은 15%가 중위 소득의 절반 이하로 살아가는 빈곤층’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장기 베스트셀러가 되어 저자 자신도 놀라게 한 나라다.
‘언론 정의’라는 말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언론 자유’라는 말에는 익숙하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2009년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 지수'는 한국이 175개국 가운데 69위였다. 이는 전년도 보다 22위, 참여정부 때보다 약 30위 추락한 수치였다. 또 지난해 미국 프리덤 하우스의 ‘언론자유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196개국 가운데 70위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한국은 언론 자유가 ‘상당히 후퇴한’ 나라가 되어 ‘언론자유국’ 지위를 잃고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떨어졌다.
‘언론이 정의롭기 위해서는 어떤 필요조건을 갖춰야 하는가’ 라는 물음을 다시 떠올려 본다. 정치경제 등 권력으로부터 언론 자유가 확보돼야 하며, 여론의 다양성과 진실보도가 실현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의 언론과 민주주의는 깊고 캄캄한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언론 자유는 점점 더 실종되고, 여론 다양성과 진실보도의 틀이 근본부터 위협 당하고 있다. 공정보도를 위해 투쟁하는 기자를 무더기로 해직시키는 나라를 정의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해 '국경 없는 기자회'나 프리덤 하우스의 언론자유 보고서조차도 객관적이거나 공정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 보고서들에 지금 한국 언론을 파괴 시키고 언론인을 절망케 하는 독소들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한국의 보수 세력은 국민을 현혹시키면서 카르텔을 한층 공고히 한 뒤, 지상파TV를 장악하고 보수 상업지들에 종편TV 소유라는 특혜를 주었다.
보수언론·정부와 맞서 강고한 대열 이뤄야
박래부·언론인 | ||
그동안 보수 상업지들은 불법·부정한 방법을 통해 부수를 확장함으로써 신문시장을 독과점해 왔으며, 종편TV를 소유한 뒤로는 광고 시장마저 몰아가려 하고 있다. 광고 시장이라는 파이는 크기가 정해져 있다. 특혜를 등에 업고 보수지 TV들이 광고에서 큰 몫을 베어 가면, 한국의 양심적인 언론들은 설래야 설 땅이 없다. 유감스럽게도 두 기관의 보고서에는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이런 독소들이 누락돼 있다.
한국의 민주언론은 고립돼 벼랑 끝에 서 있다. 보수 상업지와 보수 정부가 장악한 TV에 포위돼 있다. 그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민주 언론인과 언론단체, 정치인 등이 뒤늦게나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그들이 냉철한 현실주의자가 되어 강고한 대열을 이룬 후 사선을 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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