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처리 시 동시에 통과시킨 14개 법안도 문제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들 법안 모두가 한미 FTA 협정문 규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률안 원문은 모두 "한미 FTA 협정문을 체결하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안 이유로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 맞춰 우리 법률을 뜯어고치는 작업이 이미 비준안 통과 당시부터 시작된 셈이다. 25일 정석윤 변호사(민변)와 남희섭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이번 14개 법률 개정안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짚어봤다.
특허연계제도 만들어져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약가를 높일 허가특허연계제가 결국 약사법에 규정됐다는 점이다. 허가특허연계제는 한미 FTA 발효 시 국내 제약산업이 큰 피해를 입게 되는 핵심적 근거다.
약사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31조의 3이 바로 허가특허연계제다. 조문을 살펴보면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는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에 관한 특허권의 특허권자, 존속기간 등의 정보를 의약품 특허목록 등재를 받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신청하여야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특허권이 일정한 대상 및 기준을 충족하면 의약품 특허목록에 등재하고 그 내용을 공고"하도록 강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복제약을 만들려는 회사(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는 특허 기간이 만료된 의약품의 복제약을 만들려고 할 때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신청해야 하고, 식품안전청은 특허신약을 보유한 제약사(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에 관한 특허권의 특허권자)의 특허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 검토하게 된다.
또 특허권 보유 제약사가 특허침해소송만 제기해도 복제약 허가절차는 중지돼, 그 기간만큼 특허권은 더 연장되며, 이로 인해 높은 약값이 유지된다. 신약 개발능력이 떨어지는 국내 제약업계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독소조항이다.
이밖에도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광범위하게 마련됐다. 우선 이번 개정으로 실용신안법과 디자인보호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특허법, 상표법에 공통적으로 '비밀유지명령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비밀유지명령제도란 특허 소송시 소송과정서 법원과 소송인, 피소송인 사이에 교환된 비밀정보는 오직 소송을 위해서만 쓰이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자는 제재받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는 한미 FTA 협정문 제18.10조 11의 나항에 마련됐다.
특허법 개정안 역시 특허권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개정에 따라 특허 등록 과정에서 발생한 지연 시간도 모두 특허권에 포함하게 됐다. 이는 한미 FTA 협정문 제18.8조 6의 가항에 규정된 내용이다.
저작권 보호 지나치게 강화되고 저작인접권은 부활
특허자와 마찬가지로 저작권자의 권한도 대폭 강화됐다. 저작권법 개정안이 날치기 통과되면서, 국내 저작권 보호 체계와 이용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타율적으로 일어나는 게 불가피해졌다. 인터넷 이용환경에도 큰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세계 최대 저작권 보유 국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한 미국산 저작물의 권리보호 강화는 고스란히 미국의 이익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2011년 '국제무역통계'를 보면 미국은 2009년 현재 세계 주요 국가 중 저작권과 라이선스료를 가장 많이 버는(수출 41.9%, 수입 12.0%) 나라다.
저작권법 개정안 35조의 2는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해, 인터넷 이용 환경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일시적 저장'을 저작권으로 인정했다.
남희섭 변리사는 과거 본지 기고에서 이에 대해 "마치 저작권자에게 책을 읽을 권리, 노래를 들을 권리, 영화를 줄 권리를 준 것과 같다"며 "저작권자에게 책을 출판하거나 복제할 권리를 줄 뿐이지 책을 읽을 권리 따위는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컴퓨터 이용자에게 인터넷 이용자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할 권리까지 준 셈이라는 얘기다.
저작권 위반자는 물론, 위반할 '혐의'가 있는 사람까지 처벌대상으로 삼은 것도 문제다. 개정된 저작권법은 저작권이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영화관이나 공연장 등에서 불법녹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 법 137조 7항의 2는 "미수범"까지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남희섭 변리사는 "쉽게 말해, 녹화장치가 있는 스마트폰을 영화관에 소지하고 가더라도 불법녹화 미수범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저작권 존속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위헌 소지까지 생겼다. 이 법 개정안 부칙 제4조는 한미 FTA 협정문이 보장한 저작인접권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법에서는 소멸된 저작인접권을 되살렸다. 저작인접권이란 음악창작자의 저작권과 별도로 가수와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 등 '저작인접자'에게도 일정 기간 동안 부여한 권리다.
이 법 통과로 이전에는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저작권자에만 보호해줬지만, 앞으로는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도 인정해야 한다. 통화연결음, 벨소리 등 각종 음원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소멸한 저작인접권까지 다시 보호 대상이 돼, 위헌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87년 7월 1일~1994년 6월 30일의 7년간 발생한 저작인접권은 1994년 개정 당시 원래대로 20년만 인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개정안은 이미 소멸한 저작인접권까지 소급해 회복시키기로 했다. 이 때문에 1987년에서 1991년 사이 인정된 저작인접권은 이미 보호기간이 끝났음에도 다시금 보호 대상이 된다. 지난 3월 문방위의 검토보고서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헌법 위반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과도하게 저작인접권을 보호한 것은 한미 FTA 협정문에도 근거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 협정문 18.1조 10항은 "당사국의 영역에서 이 협정의 발효일에 이미 공공의 영역에 속하게 된 대상물에 관한 보호를 회복하도록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소멸한 저작인접권은 되살리지 않기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우체국 죽이기' 시작
한미 FTA 발효로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급속히 이행될 것이라는 우려는 그간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반면 정부는 이런 주장 대부분을 괴담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번에 날치기 처리된 14개 법률안을 보면 반대 측 주장이 옳았음이 선명히 입증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체국예금ㆍ보험에 관한 법률'의 일부개정안이다. 개정안의 목적은 우체국의 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것이다. 민간보험의 자유로운 영업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관련업 진출을 최대한 막겠다는 심산이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법률안 부칙 제2조는 "이 법 시행 후에는 … 새로운 보험의 종류를 신설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다만 "기존의 보험의 종류는 수정할 수 있으며, 수정의 범위는 지식경제부령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체국은 새 금융상품을 만들거나 팔 수 없다. 우체국이 만든 상품의 예ㆍ보험 시장 신규 진출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른 파급효과는 단순 법률 내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정사업본부는 작년 우편부문에서 528억 원의 수익을 냈다. 그러나 그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9월까지 3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우정사업본부는 절대적으로 금융부문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부문 흑자 규모는 4392억 원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에 따라 우정사업본부의 수익력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업으로 우편사업 적자를 메우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우편사업을 강화해 페덱스 등 대형 민간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하면 되지 않을까?
이 역시 불가능하다. 이번 날치기 법안 중에는 우편법도 포함돼 있는데, 우편법이 "국가가 독점하는 우편 사업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우편법 개정안 1조의2 7항은 우편물의 예외 항목을 열거하는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개정 전에는 예외항목이 없었다. 이 법조문은 "다만, 신문, 정기간행물, 서적, 상품안내서 및 지식경제부령으로 정하는 것은 예외한다"고 돼 있다. 우편물 예외항목은 이미 민간에 개방돼 있다.
또 2조 3항 "제2항에도 불구하고 서신(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송하는 등기취급 서신은 제외한다)의 중량이 350그램을 넘거나 우편요금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상우편요금의 10배를 넘는 경우에는 타인을 위하여 서신을 송달하는 행위를 업으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그간 2조 2항에 따라 국가 독점 영역이었던 서신 우편업무도 민간에 개방됐다. 우편법 개정안은 제안 이유로 "국가가 독점하는 우편사업의 범위를 축소"하고 "우편사업 외의 … 서신송달업자에 대하여 지원ㆍ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두 개정 법률은 우체국의 미래 수익원천을 갉아먹고, 본래의 기능도 축소시키기 위한 목적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은 한미 FTA로 자유로워진 민간부문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될 게 명약관화하다.
미국산 대형차 경쟁력 높이기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아울러 마련된다.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은 배기량 2000cc를 초과하는 승용차의 개별소비세를 매년 인하해 궁극적으로 배기량 2000cc 이하인 차의 세율과 일치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지방세법 개정안은 승용차의 자동차세 세율구간을 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국산 자동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산 자동차는 큰 경쟁력을 얻게 된다. 이 점은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허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문제는 대형차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는 만큼 환경에는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이다.
한미 FTA 협정문에 맞춰 우리 법률을 뜯어고치는 작업이 이미 비준안 통과 당시부터 시작된 셈이다. 25일 정석윤 변호사(민변)와 남희섭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이번 14개 법률 개정안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짚어봤다.
특허연계제도 만들어져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약가를 높일 허가특허연계제가 결국 약사법에 규정됐다는 점이다. 허가특허연계제는 한미 FTA 발효 시 국내 제약산업이 큰 피해를 입게 되는 핵심적 근거다.
약사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31조의 3이 바로 허가특허연계제다. 조문을 살펴보면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는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에 관한 특허권의 특허권자, 존속기간 등의 정보를 의약품 특허목록 등재를 받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신청하여야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특허권이 일정한 대상 및 기준을 충족하면 의약품 특허목록에 등재하고 그 내용을 공고"하도록 강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복제약을 만들려는 회사(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는 특허 기간이 만료된 의약품의 복제약을 만들려고 할 때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신청해야 하고, 식품안전청은 특허신약을 보유한 제약사(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에 관한 특허권의 특허권자)의 특허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 검토하게 된다.
또 특허권 보유 제약사가 특허침해소송만 제기해도 복제약 허가절차는 중지돼, 그 기간만큼 특허권은 더 연장되며, 이로 인해 높은 약값이 유지된다. 신약 개발능력이 떨어지는 국내 제약업계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독소조항이다.
이밖에도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광범위하게 마련됐다. 우선 이번 개정으로 실용신안법과 디자인보호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특허법, 상표법에 공통적으로 '비밀유지명령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비밀유지명령제도란 특허 소송시 소송과정서 법원과 소송인, 피소송인 사이에 교환된 비밀정보는 오직 소송을 위해서만 쓰이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자는 제재받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는 한미 FTA 협정문 제18.10조 11의 나항에 마련됐다.
특허법 개정안 역시 특허권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개정에 따라 특허 등록 과정에서 발생한 지연 시간도 모두 특허권에 포함하게 됐다. 이는 한미 FTA 협정문 제18.8조 6의 가항에 규정된 내용이다.
▲지난 22일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에 항의하던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린 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위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발효를 위해 관련 14개 법률 개정안도 이날 동시 처리했다. ⓒ뉴시스 |
저작권 보호 지나치게 강화되고 저작인접권은 부활
특허자와 마찬가지로 저작권자의 권한도 대폭 강화됐다. 저작권법 개정안이 날치기 통과되면서, 국내 저작권 보호 체계와 이용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타율적으로 일어나는 게 불가피해졌다. 인터넷 이용환경에도 큰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세계 최대 저작권 보유 국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한 미국산 저작물의 권리보호 강화는 고스란히 미국의 이익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2011년 '국제무역통계'를 보면 미국은 2009년 현재 세계 주요 국가 중 저작권과 라이선스료를 가장 많이 버는(수출 41.9%, 수입 12.0%) 나라다.
저작권법 개정안 35조의 2는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해, 인터넷 이용 환경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일시적 저장'을 저작권으로 인정했다.
남희섭 변리사는 과거 본지 기고에서 이에 대해 "마치 저작권자에게 책을 읽을 권리, 노래를 들을 권리, 영화를 줄 권리를 준 것과 같다"며 "저작권자에게 책을 출판하거나 복제할 권리를 줄 뿐이지 책을 읽을 권리 따위는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컴퓨터 이용자에게 인터넷 이용자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할 권리까지 준 셈이라는 얘기다.
저작권 위반자는 물론, 위반할 '혐의'가 있는 사람까지 처벌대상으로 삼은 것도 문제다. 개정된 저작권법은 저작권이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영화관이나 공연장 등에서 불법녹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 법 137조 7항의 2는 "미수범"까지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남희섭 변리사는 "쉽게 말해, 녹화장치가 있는 스마트폰을 영화관에 소지하고 가더라도 불법녹화 미수범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저작권 존속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위헌 소지까지 생겼다. 이 법 개정안 부칙 제4조는 한미 FTA 협정문이 보장한 저작인접권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법에서는 소멸된 저작인접권을 되살렸다. 저작인접권이란 음악창작자의 저작권과 별도로 가수와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 등 '저작인접자'에게도 일정 기간 동안 부여한 권리다.
이 법 통과로 이전에는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저작권자에만 보호해줬지만, 앞으로는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도 인정해야 한다. 통화연결음, 벨소리 등 각종 음원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소멸한 저작인접권까지 다시 보호 대상이 돼, 위헌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87년 7월 1일~1994년 6월 30일의 7년간 발생한 저작인접권은 1994년 개정 당시 원래대로 20년만 인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개정안은 이미 소멸한 저작인접권까지 소급해 회복시키기로 했다. 이 때문에 1987년에서 1991년 사이 인정된 저작인접권은 이미 보호기간이 끝났음에도 다시금 보호 대상이 된다. 지난 3월 문방위의 검토보고서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헌법 위반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과도하게 저작인접권을 보호한 것은 한미 FTA 협정문에도 근거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 협정문 18.1조 10항은 "당사국의 영역에서 이 협정의 발효일에 이미 공공의 영역에 속하게 된 대상물에 관한 보호를 회복하도록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소멸한 저작인접권은 되살리지 않기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우체국 죽이기' 시작
한미 FTA 발효로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급속히 이행될 것이라는 우려는 그간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반면 정부는 이런 주장 대부분을 괴담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번에 날치기 처리된 14개 법률안을 보면 반대 측 주장이 옳았음이 선명히 입증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체국예금ㆍ보험에 관한 법률'의 일부개정안이다. 개정안의 목적은 우체국의 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것이다. 민간보험의 자유로운 영업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관련업 진출을 최대한 막겠다는 심산이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법률안 부칙 제2조는 "이 법 시행 후에는 … 새로운 보험의 종류를 신설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다만 "기존의 보험의 종류는 수정할 수 있으며, 수정의 범위는 지식경제부령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체국은 새 금융상품을 만들거나 팔 수 없다. 우체국이 만든 상품의 예ㆍ보험 시장 신규 진출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른 파급효과는 단순 법률 내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정사업본부는 작년 우편부문에서 528억 원의 수익을 냈다. 그러나 그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9월까지 3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우정사업본부는 절대적으로 금융부문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부문 흑자 규모는 4392억 원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에 따라 우정사업본부의 수익력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업으로 우편사업 적자를 메우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우편사업을 강화해 페덱스 등 대형 민간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하면 되지 않을까?
이 역시 불가능하다. 이번 날치기 법안 중에는 우편법도 포함돼 있는데, 우편법이 "국가가 독점하는 우편 사업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우편법 개정안 1조의2 7항은 우편물의 예외 항목을 열거하는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개정 전에는 예외항목이 없었다. 이 법조문은 "다만, 신문, 정기간행물, 서적, 상품안내서 및 지식경제부령으로 정하는 것은 예외한다"고 돼 있다. 우편물 예외항목은 이미 민간에 개방돼 있다.
또 2조 3항 "제2항에도 불구하고 서신(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송하는 등기취급 서신은 제외한다)의 중량이 350그램을 넘거나 우편요금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상우편요금의 10배를 넘는 경우에는 타인을 위하여 서신을 송달하는 행위를 업으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그간 2조 2항에 따라 국가 독점 영역이었던 서신 우편업무도 민간에 개방됐다. 우편법 개정안은 제안 이유로 "국가가 독점하는 우편사업의 범위를 축소"하고 "우편사업 외의 … 서신송달업자에 대하여 지원ㆍ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두 개정 법률은 우체국의 미래 수익원천을 갉아먹고, 본래의 기능도 축소시키기 위한 목적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은 한미 FTA로 자유로워진 민간부문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될 게 명약관화하다.
미국산 대형차 경쟁력 높이기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아울러 마련된다.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은 배기량 2000cc를 초과하는 승용차의 개별소비세를 매년 인하해 궁극적으로 배기량 2000cc 이하인 차의 세율과 일치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지방세법 개정안은 승용차의 자동차세 세율구간을 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국산 자동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산 자동차는 큰 경쟁력을 얻게 된다. 이 점은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허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문제는 대형차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는 만큼 환경에는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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