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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25, 2011

한미 FTA 발효도 날치기하려는가?

한미 FTA 발효도 날치기하려는가?[기고] 미국 법률조사도 미완, 이대로 발효되면…
(프레시안 / 송기호 / 2011-11-25)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어떤 절차를 거쳐 발효되는가? 한미 FTA 24장은 한국과 미국이 (발효를 위한) 각자의 법적 절차를 완료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면 통보를 교환할 것을 발효조건으로 규정했다.
한국은 그 절차로서 국회로부터 1800페이지의 한미 FTA 협정문 자체를 조약으로 비준 동의받는 절차를 선택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 FTA를 미국 헌법상의 ‘조약’으로 인정하는 절차 대신 80페이지의 한미 FTA 이행법을 따로 제정하는 쪽을 택했다.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을 먼저 검증해야

과연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한미 FTA 발효를 위한 절차가 될 수 있는가? 그 최소한의 조건으로,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한미 FTA와 어긋나서는 안 된다. 그렇지 못하면 이는 한미 FTA 발효를 절차가 될 수 없다.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에 한미 FTA의 조항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하여’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1.3조) 이는 한미 FTA의 가장 근본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이와 다르다. 다음과 같이 미국의 어떠한 법률에 어긋나는 한미 FTA 조항은 항상 무효라고 규정한다.
No provision of the Agreement, nor the application of any such provisions to any person or circumstances, which is inconsistent with any law of the United States shall have effect.(102조 a)
미국의 어떠한 법률과도 어긋나는 한미 FTA의 규정과 그것의 어떠한 사람이나 어떤 경우에서의 적용은 무효이다.
즉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미국의 법률과 다를 경우 한미 FTA의 효력을 원천적으로 부인한다.
그런데 지난 10월의 국회 끝장토론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 FTA와 어긋나는 미국 법률 조사를 마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런 상태에서 발효하면 안 된다.
한국 정부는 발효보다도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부터 먼저 검증해야 한다. 한미 FTA와 어긋나는 미국의 법률을 모두 고쳤다고 확인받지 않는 한,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한미 FTA의 발효를 위한 법적 절차가 되지 못한다.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오후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한 후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한국 기업의 제소권을 박탈

한미 FTA에서는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은 미국 정부가 한미 FTA 11장의 투자자 보호 조항을 어겼을 경우 이를 이유로 한국 기업은 미국 법원에 제소하거나 투자자 국가 중재(ISD)에 회부할 선택권을 갖고 있다. (11.18조 2항, 부속서 11-마) 외교통상부가 낸 한미 FTA 설명 자료에도 아래와 같이 나와 있다.
투자자는 상대국 법원 또는 국제중재절차에 제소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짐. (외교통상부, 한미 FTA 상세 설명 자료, 2011년 7월, p.99)
그러나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그 어떠한 개인이나 기업도 한미 FTA 위반이라는 이유로는 소송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No person other than the United States shall have any cause of action or defense under the Agreement or by virtue of congressional approval thereof.(102조 c)
미합중국을 제외한 어떠한 자도 한미 FTA에 의해, 또는 의회가 한미 FTA를 승인했다는 것에 의해 소송 청구 원인이나 항변사유를 갖지 못한다.
즉 한미 FTA 11장 위반 자체를 이유로 미국 정부를 미국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는 한미 FTA 자체를 조약으로 인정하지 않는 미국식 접근에서는 당연한 법적 논리이다. (법관은 법률이 아닌 것에는 구속받지 않는다) 그러나 한미 FTA 11장 위반이다. (그런데 외교통상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이 한미 FTA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를 미국 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이른바 <한미 FTA의 오해와 진실>)
나는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한미 FTA의 발효 요건을 준수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것을 그대로 놓아둔 채, 한미 FTA를 발효할 수 없다.

한미 FTA 발효마저 날치기하려는가?

한나라당은 한미 FTA에 맞춘다는 이유로 14개 법률을 날치기 개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이에 만족하지 못한다. <협정 시행을 위한 조건> 규정이 있다. (101조) 오바마 대통령으로 하여금 한국이 한미 FTA 협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 했는지를 판단한 후에 발효를 시킬 것을 의무화했다. (101조) 대신 미국 자신은 발효 후 1년 이내에 행정조치 규정을 제정하면 된다. (103조) 그리고 한미 FTA의 발효 시기를 2012년 1월 1일 이후로 정했다.
이처럼 발효에 있어서도 한미 FTA는 미국법에 따라 진행되고 잇다. 지금 미국은 한국이 한미 FTA 협정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 했는지를 점검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법률 개정만 아니라,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의 방대한 법령 개정이 포함된다.

한미 FTA 발효를 목적으로 어느 법령을 고치는지 전모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한국 정부는 한미 FTA 때문에 개정이 필요한 법령 조항의 전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그 내용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 개정 필요 법령 일체와 그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 시민들은 어떠한 법령이 어떻게 한미 FTA를 이유로 개정되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

송기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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