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nocutnews.co.kr/news/4374155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건 당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형태와 언론플레이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당시 수사를 직접 지휘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의외의 발언을 한 것이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이인규는 왜 지금에서야 국정원 탓으로 돌리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이 전 부장은 그동안은 "수사에 문제가 없었다" "내가 피해자다" 심지어 "저승에 가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따져보고 싶다"고 얘기 해왔는데 갑자기 국정원 탓으로 돌린 이유다 뭘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일단 이인규 본인의 얘기를 들어야 하지만 들을 수가 없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고 로펌으로 출근하지도 않았다.
법무법인 바른의 다른 변호사들에게 물어봐도 "출근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었다. 밤늦게 전화기가 잠시 켜져 있었지만 받지 않다가 다시 전화를 거니 꺼져있었다.
▶ 기자들과 식사자리에서 했다는 발언이라던데 의도된 것인가?
=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경향신문 법조팀 기자들과 저녁자리를 가졌고 그런 발언을 한 건 사실이니까 의도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저녁자리는 경향신문 기자들이 먼저 제의해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경향신문 기자는 "우연히 같이 식사하는 자리가 마련됐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다 나온 얘기"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이 당시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서 공식인터뷰를 한 자리는 아니지만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2009년 당시 상황이 화제가 됐고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검찰 책임이 아니라 국정원의 책임'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언급한 것인가?
이 전 부장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며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개입 근거에 대해서는 "(언론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과 저녁자리에 참석했던 경향신문 기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얘기가 나오자 그 부분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면서 "옛날에는 수사는 정당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얘길 하다보니까 고통스러워한다고 하면서 얘기를 길고 심각하게 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기자는 "이 전 부장이 술을 많이 마신 상태가 아니었으며, (얘기를)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았다"면서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 였다"고 설명했다.
말실수나 우연히 나온 발언이 아니라 작심하고 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얘기다.
▶ 의도된 발언이라면 무엇을 의도했다는 거냐?
= 크게 네 가지 정도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주홍글씨를 지우고 싶은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당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와 이에 따른 보도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연결됐다는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돼 괴로웠다면서 "그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었다. 이후 내 진로도 틀어지고 가족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9년 당시 언론플레이는 검찰이 아니라 국정원이 했다'면서 자신의 책임이 그리 무겁지 않다는 걸 부각시키려한 의도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가능성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두 가지 분석을 하는데 하나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보호하기 위해 책임을 국정원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중수부장이었던 자신은 불명예 사퇴했는데 당시 주임검사였던 우병우 중수1과장이 일약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영전하자 일종의 견제용으로 이 사건을 끄집어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두 가지 중 첫 번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인규 - 우병우 라인은 수사 때는 매우 친밀했는지는 모르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서거 한 뒤에는 사이가 아주 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인규와 우병우를 잘 아는 중견법조인은 " 두 사람의 스타일이 아주 비슷하다"면서 "누굴 위해서 그런 얘길 끄집어 낼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겨냥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인규가 좀 있으면 회고록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노이즈 마케팅을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사건 수임이 별로 안 된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도 본인으로부터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내 재임기간 잘못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했는데 이인규도 그런 차원인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일종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다. 내년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러 사람들이 정치권 진출의 의도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유리할 것도 없고 또 우병우 민정수석에게도 좋을 게 없는 사건을 끄집어낼 이유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다목적 다용도의 의도적인 발언으로 봤다. 박 의원은 "당시 수사주역은 이인규, 우병우 부장인데, 노 대통령 서거에 책임이 있던 당사자로서 억울하다는 형식을 띠고는 있으나, 우병우 민정수석 취임 직후라는 점과 MB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공무상비밀누설 공소시효 5년경과 뒤 작심발언이라는 점,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 고공행진 국면에서 나온 점 등을 종합하면, 다목적 다용도 의도적 발언으로 보여짐"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폭로대로 국정원이 공작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건가?
=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당시 수사의 책임자였던 만큼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전 부장이 국정원 개입 근거에 대해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를 했으니까 회고록에서나 밝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당시 국정원장이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주도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된 원세훈씨가 국정원장이었다.
원세훈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시절부터 심복이었으면 정부 취임 1주년 직전인 2009년 1월 행안부 장관에서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과정에서 드러난걸 보면 취임직후부터 정치개입을 공공연히 지시한다. 원세훈 전 원장은 취임직후부터 심리전단을 3차장 산하의 독립 부서로 편제하고 심리전단 내 사이버 팀을 계속 확대했다.
이런 정황에 비추어보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폭로대로 국정원이 언론플레이를 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폭로를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다. 국정원관계자는 "2009년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한 적이 있는데 당시 내부 자체조사를 통해 (국정원 개입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과 야당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니 사실관계를 좀 더 파악해보겠지만 5~6년 전의 일이고 세월이 많이 흘러서 시간이 좀 걸리겠다"고 덧붙였다.
국정원관계자는 "검찰의 주요수사 중 외부에 수사정보가 유출되지 않은 적이 있더냐?"고 반문하면서 "민감한 수사일수록 대부분 언론에 유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반박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이런 폭로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국정원이 언론플레이를 했다면 당시 검찰의 협조 없이 가능한 건가?
=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폭로를 두고 이명박 정부가 조직적으로 정치공작을 했다는 의혹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이 협조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국정원이 언론플레이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의 주체는 검찰이었고 또 검찰이 일일브리핑을 통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상황을 미주알고주알 상세히 언론에 알리면서 망신주기식 수사를 했다.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식의 명시적인 공식브리핑은 하지 않았지만 당시 취재기자들에게 확인해보니 검찰관계자들이 이른바 메이저 신문사나 방송사 취재기자들을 상대로 비슷한 내용을 흘렸다.
당시 한 방송사 취재기자는 "수사에 직접관여하고 있는 검찰관계자가 지상파TV 기자들만 따로 불러서 '조선일보가 촬영한 필름에 노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집안에만 있었는데 갑자기 산책을 위해 집밖으로 나오다 논이 있는 공터 쪽으로 갔다가 오는 장면이 찍혔는데 그게 시계를 버린 게 아닌가 싶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당시 시계를 버렸다는 보도는 조선일보가 짧게 보도를 했고 SBS가 메인뉴스에서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크게 보도를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노 전 대통령의 언론의 대대적인 '논두렁 시계'가 보도된 뒤 열흘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중견법조인은 "당시 대검중수부가 조중동 메이저 신문사와 지상파TV3사에 돌아가면서 기사거리를 하나씩 준 것으로 안다"면서 "실제 언론플레이는 당시 중수부 수사팀이 직접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물론 검찰에서는 이런 의혹을 부인한다. 국정원이 '시계' 얘기를 강조하자고 제의했지만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당시 수사팀관계자가 전했다.
실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수사정보는 대검에서 법무부로 보고되고 법무부는 청와대에 보고한다. 보고과정에서 정보가 새나가거나 아니면 청와대 정권실세들과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보공유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는 정황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으로 불렸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정보공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폭로가 완전히 소설만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 이 전 부장이 국정원에 책임을 떠넘기면 자신의 책임은 없어지는 건가?
= 중수부장으로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직후 검찰내부에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사과정을 리뷰해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을 잘 아는 법조인들은 일종의 '꼼수'라고 분석한다.
이 전 부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중견법조인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잔머리를 쓰거나 꼼수를 잘 쓰는 편"이라면서 '이번 발언도 의도된 꼼수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의 대학동창인 중견법조인도 "이 전 부장의 스타일이 공은 자신이 챙기고 책임은 아랫사람들에게 떠넘기는 스타일"이라면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굴레를 벗어버리기 위한 의도에서 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중견법조인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스스로 주도한 것"이라면서 "서울중앙지검 부장이던 우병우 검사를 인사 관례를 무시하고 대검 중수부로 데리고 간 사람이 이인규"라고 말했다.
어떤 꼼수를 부리더라도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사내용은 아무리 국정원이라도 검사가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대검 중수부가 도청에 뚫리지는 않았을 테고"라며 수사 정보를 흘린 건 결국 대검 중수부라고 꼬집었다.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노무현 시계 언론보도' 관련 변명 가관"이라면서 "수사검사가 국정원에 수사내용 알려주지 않았는데, 국정원이 어떻게 알고 단독으로 언론플레이 할 수 있는가? 참으로 뻔뻔한 변명"이라고 질타했다.
▶ 이 문제가 앞으로 정치쟁점화 되는 거냐?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보위 긴급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 내용을 과장·왜곡해서 언론에 제시했다고 이 전 부장이 폭로했다. 이러한 국정원의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로 관련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관련 상임위를 긴급소집해 이 문제를 철저히 가리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주 중 법사위와 정보위 간사와 함께 이 사안을 논의한 뒤 다음 주 초부터 새누리당을 상대로 상임위 일정 조율을 요구할 방침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임명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싼 문제는 다시 공방이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먼저 꺼냈으니까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잘 알려진 대로 우병우 변호사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주임검사였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검찰에 출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지 23일만 인 2009년 5월 23일 서거했다. 당시 검찰의 수사라인과 지휘라인은 우병우 중수1과장을 비롯해 홍만표 수사기획관, 이인규 중앙수사부장, 임채진 검찰총장, 김경한 법무장관이었다. 이들을 5인방으로 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김경한 법무장관을 제외하고 4인방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직대통령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꼼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좌측)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자료사진)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죽이기'를 했는데 "국가정보원의 당시 행태는 빨대 정도가 아니라 공작 수준에 가깝다"고 폭로했다.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건 당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형태와 언론플레이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당시 수사를 직접 지휘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의외의 발언을 한 것이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이인규는 왜 지금에서야 국정원 탓으로 돌리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이 전 부장은 그동안은 "수사에 문제가 없었다" "내가 피해자다" 심지어 "저승에 가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따져보고 싶다"고 얘기 해왔는데 갑자기 국정원 탓으로 돌린 이유다 뭘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일단 이인규 본인의 얘기를 들어야 하지만 들을 수가 없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고 로펌으로 출근하지도 않았다.
법무법인 바른의 다른 변호사들에게 물어봐도 "출근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었다. 밤늦게 전화기가 잠시 켜져 있었지만 받지 않다가 다시 전화를 거니 꺼져있었다.
▶ 기자들과 식사자리에서 했다는 발언이라던데 의도된 것인가?
=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경향신문 법조팀 기자들과 저녁자리를 가졌고 그런 발언을 한 건 사실이니까 의도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저녁자리는 경향신문 기자들이 먼저 제의해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경향신문 기자는 "우연히 같이 식사하는 자리가 마련됐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다 나온 얘기"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이 당시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서 공식인터뷰를 한 자리는 아니지만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2009년 당시 상황이 화제가 됐고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검찰 책임이 아니라 국정원의 책임'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언급한 것인가?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자료사진)
= 이인규 변호사는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이 전 부장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며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개입 근거에 대해서는 "(언론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과 저녁자리에 참석했던 경향신문 기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얘기가 나오자 그 부분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면서 "옛날에는 수사는 정당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얘길 하다보니까 고통스러워한다고 하면서 얘기를 길고 심각하게 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기자는 "이 전 부장이 술을 많이 마신 상태가 아니었으며, (얘기를)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았다"면서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 였다"고 설명했다.
말실수나 우연히 나온 발언이 아니라 작심하고 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얘기다.
▶ 의도된 발언이라면 무엇을 의도했다는 거냐?
= 크게 네 가지 정도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주홍글씨를 지우고 싶은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당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와 이에 따른 보도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연결됐다는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돼 괴로웠다면서 "그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었다. 이후 내 진로도 틀어지고 가족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9년 당시 언론플레이는 검찰이 아니라 국정원이 했다'면서 자신의 책임이 그리 무겁지 않다는 걸 부각시키려한 의도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가능성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보인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 (자료사진)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이인규 중수부장과 우병우 중수1과장이 주도를 했다. 언론브리핑은 홍만표 수사기획관이 맡았다.법조계에서는 두 가지 분석을 하는데 하나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보호하기 위해 책임을 국정원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중수부장이었던 자신은 불명예 사퇴했는데 당시 주임검사였던 우병우 중수1과장이 일약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영전하자 일종의 견제용으로 이 사건을 끄집어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두 가지 중 첫 번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인규 - 우병우 라인은 수사 때는 매우 친밀했는지는 모르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서거 한 뒤에는 사이가 아주 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인규와 우병우를 잘 아는 중견법조인은 " 두 사람의 스타일이 아주 비슷하다"면서 "누굴 위해서 그런 얘길 끄집어 낼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겨냥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인규가 좀 있으면 회고록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노이즈 마케팅을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사건 수임이 별로 안 된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도 본인으로부터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내 재임기간 잘못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했는데 이인규도 그런 차원인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일종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다. 내년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러 사람들이 정치권 진출의 의도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유리할 것도 없고 또 우병우 민정수석에게도 좋을 게 없는 사건을 끄집어낼 이유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다목적 다용도의 의도적인 발언으로 봤다. 박 의원은 "당시 수사주역은 이인규, 우병우 부장인데, 노 대통령 서거에 책임이 있던 당사자로서 억울하다는 형식을 띠고는 있으나, 우병우 민정수석 취임 직후라는 점과 MB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공무상비밀누설 공소시효 5년경과 뒤 작심발언이라는 점,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 고공행진 국면에서 나온 점 등을 종합하면, 다목적 다용도 의도적 발언으로 보여짐"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폭로대로 국정원이 공작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건가?
=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당시 수사의 책임자였던 만큼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전 부장이 국정원 개입 근거에 대해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를 했으니까 회고록에서나 밝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당시 국정원장이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주도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된 원세훈씨가 국정원장이었다.
원세훈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시절부터 심복이었으면 정부 취임 1주년 직전인 2009년 1월 행안부 장관에서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과정에서 드러난걸 보면 취임직후부터 정치개입을 공공연히 지시한다. 원세훈 전 원장은 취임직후부터 심리전단을 3차장 산하의 독립 부서로 편제하고 심리전단 내 사이버 팀을 계속 확대했다.
이런 정황에 비추어보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폭로대로 국정원이 언론플레이를 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폭로를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다. 국정원관계자는 "2009년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한 적이 있는데 당시 내부 자체조사를 통해 (국정원 개입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과 야당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니 사실관계를 좀 더 파악해보겠지만 5~6년 전의 일이고 세월이 많이 흘러서 시간이 좀 걸리겠다"고 덧붙였다.
국정원관계자는 "검찰의 주요수사 중 외부에 수사정보가 유출되지 않은 적이 있더냐?"고 반문하면서 "민감한 수사일수록 대부분 언론에 유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반박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이런 폭로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국정원이 언론플레이를 했다면 당시 검찰의 협조 없이 가능한 건가?
수사의 주체는 검찰이었고 또 검찰이 일일브리핑을 통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상황을 미주알고주알 상세히 언론에 알리면서 망신주기식 수사를 했다.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식의 명시적인 공식브리핑은 하지 않았지만 당시 취재기자들에게 확인해보니 검찰관계자들이 이른바 메이저 신문사나 방송사 취재기자들을 상대로 비슷한 내용을 흘렸다.
당시 한 방송사 취재기자는 "수사에 직접관여하고 있는 검찰관계자가 지상파TV 기자들만 따로 불러서 '조선일보가 촬영한 필름에 노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집안에만 있었는데 갑자기 산책을 위해 집밖으로 나오다 논이 있는 공터 쪽으로 갔다가 오는 장면이 찍혔는데 그게 시계를 버린 게 아닌가 싶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당시 시계를 버렸다는 보도는 조선일보가 짧게 보도를 했고 SBS가 메인뉴스에서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크게 보도를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노 전 대통령의 언론의 대대적인 '논두렁 시계'가 보도된 뒤 열흘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중견법조인은 "당시 대검중수부가 조중동 메이저 신문사와 지상파TV3사에 돌아가면서 기사거리를 하나씩 준 것으로 안다"면서 "실제 언론플레이는 당시 중수부 수사팀이 직접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물론 검찰에서는 이런 의혹을 부인한다. 국정원이 '시계' 얘기를 강조하자고 제의했지만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당시 수사팀관계자가 전했다.
실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수사정보는 대검에서 법무부로 보고되고 법무부는 청와대에 보고한다. 보고과정에서 정보가 새나가거나 아니면 청와대 정권실세들과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보공유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는 정황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으로 불렸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정보공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폭로가 완전히 소설만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 이 전 부장이 국정원에 책임을 떠넘기면 자신의 책임은 없어지는 건가?
= 중수부장으로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직후 검찰내부에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사과정을 리뷰해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을 잘 아는 법조인들은 일종의 '꼼수'라고 분석한다.
이 전 부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중견법조인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잔머리를 쓰거나 꼼수를 잘 쓰는 편"이라면서 '이번 발언도 의도된 꼼수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의 대학동창인 중견법조인도 "이 전 부장의 스타일이 공은 자신이 챙기고 책임은 아랫사람들에게 떠넘기는 스타일"이라면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굴레를 벗어버리기 위한 의도에서 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중견법조인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스스로 주도한 것"이라면서 "서울중앙지검 부장이던 우병우 검사를 인사 관례를 무시하고 대검 중수부로 데리고 간 사람이 이인규"라고 말했다.
어떤 꼼수를 부리더라도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사내용은 아무리 국정원이라도 검사가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대검 중수부가 도청에 뚫리지는 않았을 테고"라며 수사 정보를 흘린 건 결국 대검 중수부라고 꼬집었다.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노무현 시계 언론보도' 관련 변명 가관"이라면서 "수사검사가 국정원에 수사내용 알려주지 않았는데, 국정원이 어떻게 알고 단독으로 언론플레이 할 수 있는가? 참으로 뻔뻔한 변명"이라고 질타했다.
▶ 이 문제가 앞으로 정치쟁점화 되는 거냐?
(좌측부터)우병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홍만표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부장.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임채진 전 검찰총장. 김경한 전 법무장관. (자료사진)
= 중대한 문제니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새정치민주연합은 정보위 긴급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 내용을 과장·왜곡해서 언론에 제시했다고 이 전 부장이 폭로했다. 이러한 국정원의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로 관련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관련 상임위를 긴급소집해 이 문제를 철저히 가리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주 중 법사위와 정보위 간사와 함께 이 사안을 논의한 뒤 다음 주 초부터 새누리당을 상대로 상임위 일정 조율을 요구할 방침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임명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싼 문제는 다시 공방이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먼저 꺼냈으니까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잘 알려진 대로 우병우 변호사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주임검사였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검찰에 출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지 23일만 인 2009년 5월 23일 서거했다. 당시 검찰의 수사라인과 지휘라인은 우병우 중수1과장을 비롯해 홍만표 수사기획관, 이인규 중앙수사부장, 임채진 검찰총장, 김경한 법무장관이었다. 이들을 5인방으로 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김경한 법무장관을 제외하고 4인방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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