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벌어진 일련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 2009년 6월 네이버 모바일 뉴스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5년7개월만인 지난 2월, 조선·중앙·동아일보 3사가 모두 네이버 모바일 뉴스서비스를 시작했다. 보수진영에선 조중동이 네이버 모바일에 뉴스를 공급해 보수의제를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명예훼손 글에 대해 제3자 신청 또는 방통심의위 직권으로 삭제할 수 있는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규정으론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삭제 가능하지만 개정안에 의하면 당사자 요청이 없어도 삭제가 가능하다. 이 경우 인터넷에 대통령 비판 글이 올라오면 관변단체 요청에 의해 삭제가 가능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터넷신문 등록기준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5인 미만 언론사는 ‘언론 아님’ 통보를 받게 됐다. 네이버·카카오는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관건은 어느 언론사가 포털에서 퇴출되느냐다. 새누리당은 엉터리 보고서를 근거로 포털 메인화면이 정부여당에 불리하다고 주장했고,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인터넷뉴스서비스심의를 위한 민간독립기구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미디어 업계에서 2015년을 관통하는 일련의 흐름은 인터넷 여론통제로 귀결된다. 정부여당은 ‘뉴스는 모바일로, 포털로 소비 된다’는 대전제 아래 인터넷 여론장악을 위한 스텝을 하나씩 밟고 있는 모습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포털과 인터넷 여론을 완전히 통제하기 위해서다. 3일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 진단과 대응 방안’ 토론회 자리에서 이 같은 문제의식이 등장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현재 흐름을 보면 정부의 주 타깃이 방송은 아니다. 총·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권력자 입장에선 온라인을 주요 목표로 두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소장 또한 “신문방송은 이미 장악했다고 보고 (정부여당이) 인터넷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멀게는 2009년 미디어법 통과부터 가까이로는 고대영 KBS사장 후보자 낙점까지 흐름으로 방송장악은 완료됐다. 정부여당은 이제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욕망만 남았다. 

정부가 올해 추진한 제도변화와 아젠다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2017년 대선을 앞둔 시기, 한 시민이 현직 대통령 비판 글을 올리면 제3자 신청으로 방심위가 즉시 글을 삭제 조치한다. 정부비판 기사를 내보내던 취재인력 5인 미만 언론사는 ‘언론 아님’ 통보를 받고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에서 퇴출된다. 수많은 인터넷신문이 사라진 포털에는 조중동과 연합뉴스를 비롯한 주류언론의 노출빈도가 높아진다. 포털은 인터넷뉴스서비스심의기구 출범으로 더욱 정부 눈치를 보게 된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일련의 표현의 자유 침해 흐름은 국정교과서와 연관돼 있다. 교과서에 이어 여론까지 통제해 사람의 머릿속을 일정하게 재단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젊은이들이 국정교과서로 상징되는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제도언론은 권력을 비판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선거 결과는 뻔하다”고 전망했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한국이 20년 만에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떨어졌지만 위험성에 대해 사회가 감지를 못하는 것 같다”며 “시민사회와 정당차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소장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보듯 표현의 자유가 시행령으로 규제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리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한 뒤 “새누리당은 과거 야당일 때 헌법불일치가 안 되더라도 끝없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의제를 선점했다. 이 부분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포털 관련 토론회에서 축사하는 모습. 정부여당의 포털 불공정 공세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연합뉴스
 
전국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시민단체는 발생현안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며 정부여당의 인터넷여론 장악 움직임에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MBC 170일 파업으로 언론운동 동력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의제설정의 문제도 있다. 정부여당을 향해 언제까지 가망성 없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순 없는 노릇이다. 미디어권력은 공영방송에서 포털과 모바일로 넘어왔고, 정부여당은 발 빠르게 장악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언론사 노동조합 중심으로 의제가 설정되는 언론운동진영에선 포털과 모바일에서의 여론장악 흐름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은 “박근혜정부의 표현의 자유 규제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신문법 시행령이었고 3일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매우 은밀한 영역에서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고 언론운동단체는 늘 뒷북을 쳤다”고 지적한 뒤 “정부여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모바일 플랫폼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야당과 언론운동진영의 선제적 대응과 협력을 주문했다. 언론자유는 국민의 기본권과 연관돼 있다. 국정교과서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는 세상이 오면, 그 때야말로 정부여당이 진정 바라는 ‘국정 포털’, ‘국정미디어’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