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광석 변사사건 결론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첫 영화.
다큐멘터리 <김광석>의 의의는 이렇게 한 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미 지난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되며 일부 관객 사이에서 회자하던 영화가 3일 언론에 첫 공개 됐다.
상영시간 82분이라는 상당히 짧은 분량의 이 작품은 대중음악계를 흔들고 지금까지도 대중들 사이에서 사랑받던 고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심증을 전반에 깔고 있다. 그 중심에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상호 기자가 서 있었다. 시사 후 간담회에선 영화가 제시한 정보와 이상호 감독의 취재 방식에 대한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영화의 시작
고인의 죽음 이후 20년간 추적해왔다는 이상호 감독의 취재 자료와 영화적 구성 관련 질의가 가장 많았다. 고인의 명예와 법적 쟁점 때문에 현장엔 이상호 기자와 그의 변호인이 동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안의 특성 김광석에 대한 영화지만 고인이 직접 만들고 쓴 노래는 등장하지 않는 점에 이상호 기자는 "(고인의 부인) 서해순씨가 저작권을 모두 갖고 있어서 그가 허락하지 않으면 음악을 사용할 수 없었다"며 다른 작곡가, 작사가 참여한 노래로 채운 이유를 밝혔다. 곁에 있던 김성훈 변호사는 "이 영화가 민감한 사안으로 만든 게 맞다"며 "최대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게 조언하면서 만들어졌다. 결과물은 우리로선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김광석 죽음을 파고든 이유로 이상호 감독은 "사망 직후부터 그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 체험을 해왔다"며 "또 다른 이유로는 기자로서 사회 약자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공권력이 변사자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여전히 미약하기에 그걸 지적해보자는 복선도 있었다"고 말했다.
"후배들 군대 보낼 때 '이등병의 편지'를 불렀고, 30대엔 술 마시며 '서른 즈음에'를 부르고 있더라. 내 이야기 같고, 김광석과 시대를 함께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건 기자로 활동하며 기본적으로 오래 취재하던 일이다. 탐사보도를 해왔기에 김광석 변사사건도 달려든 거지. MBC 재직 시절 여러 차례 방송을 시도했다가 소송 가능성이 높아서 좌절했다. 영화화를 결심한 뒤에도 여러 차례 좌절했는데 그럴 때마다 김광석 노래가 어디서든 흘러나오더라. 마치 사이렌처럼. 거부할 수 없었다." (이상호 감독)
새로운 진실
영화는 '김광석은 타살'이라는 확증을 기반으로 고인의 아내 서해순의 예전 인터뷰가 교차하며 서로의 주장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그 자료가 풍부하지 못하고, 서해순의 인터뷰도 이번 영화를 위해 새롭게 더해진 게 아닌 예전 자료라 자칫 취재가 부실했다고 지적할 수 있었다. 이미 밝혀진 사실 외 추가로 밝혀진 내용이 없는지 질문이 나왔다. 이상호 감독은 "사건 발생 당시엔 접근할 수 있는 자료가 너무 없었다"며 "'김광석 자살'이라고 치면 일부 신문들의 두 줄짜리 기사밖에 안 나온다. 20년이 지나며 주변 사람들이 튀어나왔고 그들이 제보하며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당시 수사팀과 검찰에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고인의 목 뒤에 (줄을 감은) 자국이 일부 없다거나 하는 사실은 새롭게 발견한 거다. 또 영화엔 부검에 참관한 가족 한 명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영화에 담진 않았지만) 여러 명의 증언을 확보했다. 서해순씨에 대한 내용도 뉴스 자료를 덧붙이진 않았지만 다 사실 확인을 거친 거다. 그가 (김광석과 결혼 전) 영아를 살해했다는 것도 확인한 거다.
서해순씨를 최근 취재하진 않았다. 영화 마지막에 많은 제보 바란다는 자막을 고민 끝에 넣었는데 이 영화는 김광석의 변사를 밝히는 첫 번째 영화라고 생각해서다. 마지막 영화가 나올 것을 위해 서해순씨는 아껴놓고 있다고 보시면 된다. 지금도 여러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이상호 감독)
오류 가능성
기본적으로 결론을 가정하고 들어가기에 일부 정보의 왜곡이나 오류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사건 해결에 주요 단서가 될 서해순씨의 행방불명 된 딸도 이 영화에선 취재가 되지 않았다. 이런 질문에 이상호 감독은 "무서웠다"고 운을 뗐다.
"사건 당일부터 서해순씨와 주변 분들이 있었고, 취재하며 많이 맞기도 했다. 김광석의 아버님 역시 취재를 만류했는데 돌아가시기 전 절 불러 테이프를 하나 주셨다. 취재를 막으신 이유가 본인을 포함해 당신의 가족이 위해를 당할까 봐 걱정해서였다. 영화에 밝히지 못한 내용이 테이프에 더 있다. 딸의 행방도 제보가 오고 있다. 여기서 밝히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 고인이 타살이라는 심증과 믿음만큼은 100%다. (가해자의) 자백이 없기에 문제지.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젠 누리꾼들의 집단 지성이 작동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영화 초반 이상호 감독이 창신동 안양암을 찾아 '이젠 아무도 고인을 찾지 않는다'며 한탄하는 장면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안양암은 고인의 위패가 모셔진 곳으로 평소 김광석도 즐겨 찾던 암자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위패는 노원구 상계동 청광사로 옮겨졌고, 추도식 역시 그곳에서 진행 중이다. 위패가 없는 안양암에서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는 건 일종의 영화적 오류로 볼 수 있다.
"고인의 집처럼 위패가 있던 곳이 안양암이다. 그러다 청광사로 옮겨진 거지. 저로선 안양암은 김광석이라는 가수의 DNA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다. 대구의 김광석 거리처럼 (그가 자란 동네니) 진짜 김광석의 흔적이 있는 곳 아닌가. 그래서 그곳을 찾아간 거다. 지금 이곳에 유가족분도 와계시는데 이 선택이 고인의 명예훼손이라 하시면 사과드리겠다." (이상호 감독)
마지막으로 영화가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법적 분쟁 문제로 타살에 대한 근거를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면 반대로 자살이라 주장하고 결론지어진 것을 반증하는 식으로 영화가 가야 했지 않았을까. <김광석>은 이런 면에도 소극적이었다. 이상호 감독은 "자살을 주장한 이가 바로 아내 서해순씨였고, 경찰이 그걸 근거로 받아들인 거"라며 "서해순씨의 주장으로 대응하는 게 (영화적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주변 인물을 파고들면 여러 갈래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영화제 출품 땐 열린 구조였는데 이후 구성을 좀 바꿨다"고 답했다.
영화 <김광석>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다큐멘터리 <김광석>의 의의는 이렇게 한 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미 지난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되며 일부 관객 사이에서 회자하던 영화가 3일 언론에 첫 공개 됐다.
상영시간 82분이라는 상당히 짧은 분량의 이 작품은 대중음악계를 흔들고 지금까지도 대중들 사이에서 사랑받던 고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심증을 전반에 깔고 있다. 그 중심에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상호 기자가 서 있었다. 시사 후 간담회에선 영화가 제시한 정보와 이상호 감독의 취재 방식에 대한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영화의 시작
▲사진은 지난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상영 당시 모습. 그땐 <일어나, 김광석>라는 제목이었다. 영화를 통해 이상호 감독은 "사건의 공소시효는 있지만 언론의 공소시효는 없다"며 김광석 변사사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고인의 죽음 이후 20년간 추적해왔다는 이상호 감독의 취재 자료와 영화적 구성 관련 질의가 가장 많았다. 고인의 명예와 법적 쟁점 때문에 현장엔 이상호 기자와 그의 변호인이 동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안의 특성 김광석에 대한 영화지만 고인이 직접 만들고 쓴 노래는 등장하지 않는 점에 이상호 기자는 "(고인의 부인) 서해순씨가 저작권을 모두 갖고 있어서 그가 허락하지 않으면 음악을 사용할 수 없었다"며 다른 작곡가, 작사가 참여한 노래로 채운 이유를 밝혔다. 곁에 있던 김성훈 변호사는 "이 영화가 민감한 사안으로 만든 게 맞다"며 "최대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게 조언하면서 만들어졌다. 결과물은 우리로선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김광석 죽음을 파고든 이유로 이상호 감독은 "사망 직후부터 그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 체험을 해왔다"며 "또 다른 이유로는 기자로서 사회 약자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공권력이 변사자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여전히 미약하기에 그걸 지적해보자는 복선도 있었다"고 말했다.
"후배들 군대 보낼 때 '이등병의 편지'를 불렀고, 30대엔 술 마시며 '서른 즈음에'를 부르고 있더라. 내 이야기 같고, 김광석과 시대를 함께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건 기자로 활동하며 기본적으로 오래 취재하던 일이다. 탐사보도를 해왔기에 김광석 변사사건도 달려든 거지. MBC 재직 시절 여러 차례 방송을 시도했다가 소송 가능성이 높아서 좌절했다. 영화화를 결심한 뒤에도 여러 차례 좌절했는데 그럴 때마다 김광석 노래가 어디서든 흘러나오더라. 마치 사이렌처럼. 거부할 수 없었다." (이상호 감독)
새로운 진실
▲영화 <김광석>은 영화제 출품 버전과 편집과 구성이 다소 달라졌다.ⓒ 고발뉴스
영화는 '김광석은 타살'이라는 확증을 기반으로 고인의 아내 서해순의 예전 인터뷰가 교차하며 서로의 주장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그 자료가 풍부하지 못하고, 서해순의 인터뷰도 이번 영화를 위해 새롭게 더해진 게 아닌 예전 자료라 자칫 취재가 부실했다고 지적할 수 있었다. 이미 밝혀진 사실 외 추가로 밝혀진 내용이 없는지 질문이 나왔다. 이상호 감독은 "사건 발생 당시엔 접근할 수 있는 자료가 너무 없었다"며 "'김광석 자살'이라고 치면 일부 신문들의 두 줄짜리 기사밖에 안 나온다. 20년이 지나며 주변 사람들이 튀어나왔고 그들이 제보하며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당시 수사팀과 검찰에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고인의 목 뒤에 (줄을 감은) 자국이 일부 없다거나 하는 사실은 새롭게 발견한 거다. 또 영화엔 부검에 참관한 가족 한 명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영화에 담진 않았지만) 여러 명의 증언을 확보했다. 서해순씨에 대한 내용도 뉴스 자료를 덧붙이진 않았지만 다 사실 확인을 거친 거다. 그가 (김광석과 결혼 전) 영아를 살해했다는 것도 확인한 거다.
서해순씨를 최근 취재하진 않았다. 영화 마지막에 많은 제보 바란다는 자막을 고민 끝에 넣었는데 이 영화는 김광석의 변사를 밝히는 첫 번째 영화라고 생각해서다. 마지막 영화가 나올 것을 위해 서해순씨는 아껴놓고 있다고 보시면 된다. 지금도 여러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이상호 감독)
오류 가능성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김광석의 타살 가능성에 대해 집요하게 추적했다.ⓒ 고발뉴스
기본적으로 결론을 가정하고 들어가기에 일부 정보의 왜곡이나 오류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사건 해결에 주요 단서가 될 서해순씨의 행방불명 된 딸도 이 영화에선 취재가 되지 않았다. 이런 질문에 이상호 감독은 "무서웠다"고 운을 뗐다.
"사건 당일부터 서해순씨와 주변 분들이 있었고, 취재하며 많이 맞기도 했다. 김광석의 아버님 역시 취재를 만류했는데 돌아가시기 전 절 불러 테이프를 하나 주셨다. 취재를 막으신 이유가 본인을 포함해 당신의 가족이 위해를 당할까 봐 걱정해서였다. 영화에 밝히지 못한 내용이 테이프에 더 있다. 딸의 행방도 제보가 오고 있다. 여기서 밝히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 고인이 타살이라는 심증과 믿음만큼은 100%다. (가해자의) 자백이 없기에 문제지.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젠 누리꾼들의 집단 지성이 작동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영화 초반 이상호 감독이 창신동 안양암을 찾아 '이젠 아무도 고인을 찾지 않는다'며 한탄하는 장면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안양암은 고인의 위패가 모셔진 곳으로 평소 김광석도 즐겨 찾던 암자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위패는 노원구 상계동 청광사로 옮겨졌고, 추도식 역시 그곳에서 진행 중이다. 위패가 없는 안양암에서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는 건 일종의 영화적 오류로 볼 수 있다.
"고인의 집처럼 위패가 있던 곳이 안양암이다. 그러다 청광사로 옮겨진 거지. 저로선 안양암은 김광석이라는 가수의 DNA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다. 대구의 김광석 거리처럼 (그가 자란 동네니) 진짜 김광석의 흔적이 있는 곳 아닌가. 그래서 그곳을 찾아간 거다. 지금 이곳에 유가족분도 와계시는데 이 선택이 고인의 명예훼손이라 하시면 사과드리겠다." (이상호 감독)
마지막으로 영화가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법적 분쟁 문제로 타살에 대한 근거를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면 반대로 자살이라 주장하고 결론지어진 것을 반증하는 식으로 영화가 가야 했지 않았을까. <김광석>은 이런 면에도 소극적이었다. 이상호 감독은 "자살을 주장한 이가 바로 아내 서해순씨였고, 경찰이 그걸 근거로 받아들인 거"라며 "서해순씨의 주장으로 대응하는 게 (영화적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주변 인물을 파고들면 여러 갈래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영화제 출품 땐 열린 구조였는데 이후 구성을 좀 바꿨다"고 답했다.
영화 <김광석>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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