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이상화 승진은 '대통령 관심사항'"이라며 외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의 승진에 개입한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뇌물수수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상화 승진은 대통령 관심사항"이라는 청와대의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정 전 부위원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당시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과 정책보좌를 했고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도왔다.
그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인 2015년 9월쯤 안 전 수석을 통해 '대통령 관심사항'이라며 하나은행이 유럽 총괄법인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설립하면 이상화씨를 총괄법인장에 앉혀달라는 지시를 받았다.
정 전 부위원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지만, 하나은행의 유럽 총괄법인 추진 계획취소로 인사청탁이 무산됐다.
이어 안 전 수석은 정 전 부위원장에게 이씨를 그룹장으로 승진시키라고 지시했고, 김 회장은 부장급인 이씨를 부행장급인 그룹장으로 승진시키기 어렵다고 짜증을 냈다.
그러자 안 전 수석은 같은해 11월쯤 다시 정 전 부위원장에게 이씨를 본부장으로 승진시키라고 지시했고, 이를 전달받은 김 회장은 '정기인사에 맞춰 승진시키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결국 이씨가 승진하자 안 전 수석은 정 전 부위원장에게 "이상화가 잘 됐으니 고맙다"고 인사했다.
독일에서 최씨의 금융업무를 도운 이씨는 '최씨→박 전 대통령→안 전 수석→정 전 부위원장→김 회장' 등을 거쳐 결국 승진하게 됐다.
정 전 부위원장은 안 전 수석이 이씨의 인사를 지시하며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했다"며 "(김 회장에게) 수석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사실상 2차례나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거절한 하나은행으로써는 "매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태 회장도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씨의 승진 과정에 대해 증언했다.
김 회장은 2차 승진청탁 거절 이후 정 전 부위원장이 "저보고 고집이 세다고 한 적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3차 승진청탁 당시 안 전 수석이 직접 전화해 "내 이득을 위해서 합니까?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갑니까"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김 회장은 2016년 1월 글로벌 영업본부장 두 자리를 만들며 이씨를 2영업본부장으로 인사했다.
김 회장은 이씨의 승진에 대해 "조직개편이 원래 검토됐던 것이고, 통합 이후 외환은행 직원들의 강화를 위해서 추진됐고, 안 수석의 말도 들었으니 여건을 만들어봐야 했다"며 '겸사겸사(兼事兼事)식 인사'였다고 털어놨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김 회장의 증언을 들으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CBS노컷뉴스 장성주 기자] joo50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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