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 절반 세계 순위 하락..네덜란드·아일랜드 등 EU 대학은 약진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의 통칭) 세계 최고 대학으로 꼽혔다. 하지만, 나머지 영국 대학들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타임스고등교육(THE)이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옥스포드는 전년에 이어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케임브리지는 미국 대학들을 밀어내며 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두 대학이 나란히 1, 2위에 오른 건 조사가 시작 이래 처음이다.
THE는 매년 전 세계 주요 대학들의 강의와 논문, 학술 인용, 국제 영향력, 산학 협력 등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하는 권위 있는 기관이다.
이밖에 임페리얼컬리지런던이 8위,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UCL) 16위, 런던정경대(LSE) 25위 등 영국 수도권 지역 대학들이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영국 내 최고 대학들이 높은 순위에 올랐지만, 중간급 이하 대학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브리스톨대학교가 다섯 계단 미끄러진 76위에 그쳤으며 워릭대학교는 82위에서 91위로 추락했다. 세인트앤드루스대는 33계단 뒤로 밀린 143위에 머물렀다.
FT는 "세계 대학 순위 200위 안에 포함된 영국 대학의 절반 이상의 순위가 하락했다"며 "교직원 임금 상승, 학자금 인상, 교육 수준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THE 편집장 필 베티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부분적으로 영국 대학들의 순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영국이 얼마나 많은 글로벌 인재를 모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결정 이후 EU 출신 학생들의 영국 대학 지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영국대학입학지원처(UCAS)는 지난해 영국 대학입시에서 EU 학생 지원율이 전년 대비 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대학들은 브렉시트 이후 EU 출신 교수 영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UCL의 마이클 아서 총장은 "EU 출신 UCL 선임 연구자들의 95%가 다른 유럽 대학들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능 있는 연구자들이 영국 대학을 떠나 EU 대학들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영국 대학들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반면 경쟁자인 EU 대학들은 약진했다. 아일랜드의 트리니티컬리지더블린은 순위가 14계단 오른 117위를 기록했으며 이탈리아 산타나대학과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학,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순위도 크게 올랐다.
베티 편집장은 "EU 대학들은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인재 영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과거 미국이나 영국으로 향하던 아시아 학생 유치에도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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