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MBC)본부 조합원들이 7일 오후 경영평가 결과 승인과 파업 긴급현안 보고, 김 사장의 이사회 출석 요청 안건을 다루기 위한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방문진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문화방송 전·현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을 알고도 방치한 사실이 기록으로 드러났다. 문화방송 관리감독 기구로서 방송의 공공성·공정성을 실현할 책무가 있는 방문진의 직무유기가 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방문진 이사회 공개 회의록과 비공개 속기록을 입수해 살펴보니, 방문진은 △“(최승호 피디, 박성제 기자는) 증거 없이 해고했다”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백종문 녹취록’ 사건 △경영진이 노조를 불법 사찰한 ‘트로이컷 사건’ 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소수 이사(옛 야권 추천) 3명(유기철·이완기·최강욱)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징계 안건을 올리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다수 이사(옛 여권 추천) 5명(권혁철·김광동·김원배·유의선·이인철)은 문제 사안을 축소하거나 ‘물타기’하면서 시간을 끄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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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경영진 비호 2016년 1월25일 ‘백종문 녹취록’이 <한겨레> 등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그런데 방문진 이사회는 부당 해고 여부가 핵심인 해당 사건을 논의하면서 “(녹취록 가운데) 노조가 정치권의 숙주라는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문제 아닌가. 이에 대해 규명하자”(김광동 이사)고 제안하거나, “(백종문 기획본부장 발언은) 술 마시고 헛소리한 것(에 불과하다)”(고영주 이사장), “소맥(소주와 맥주) 섞은 것 같은데”(이인철 이사)라고 언급했다. 방문진은 2016년 2월4일부터 6월7일까지 7차례 이 사안을 논의했으나, 최종적으로 ‘문제없음’ 결론을 냈다.
대법원이 ‘불법 사찰’이라고 한 사건에서도 경영진을 감쌌다. 2012년 파업 때 회사 쪽은 보안 강화를 명분으로 직원에게 ‘트로이컷’이란 프로그램을 배포했다. 그런데 트로이컷은 직원 전자우편과 메신저 대화 등을 관제 서버에 저장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노조가 낸 민형사 소송에서 안광한·김재철 전 사장 등 당시 경영진의 ‘불법 사찰’ 책임이 인정됐다.
그러나 방문진은 옛 야당 추천을 받은 소수 이사들이 올린 책임자 징계 안건을 지난해 6월3일부터 9월1일까지 5차례 논의해 ‘책임 없음’ 결론을 냈다. 고 이사장은 지난해 7월4일 이사회에서 “징계의 대상은 형사 결정 위주로 되어야 할 것”이라며 경영진이 아니라 실무자에게 책임을 묻자고 말한다. 이인철 이사도 지난해 9월1일 이사회에서 “우리가 위임한 경영진이면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며 안광한 당시 사장을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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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 표결로 ‘셀프 비호’까지 민감한 사안에서 토론 없이 거수 표결을 강행한 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셀프 비호’도 했다. 지난해 9월 고영주 이사장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명예훼손 민사소송 1심에서 3000만원 배상금 판결을 받자, 방문진 안팎에서 사퇴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소수 이사들은 ‘이사장 거취의 건’을 안건으로 올리고, 방문진 정관에 따라 안건 당사자인 고 이사장의 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고 이사장은 자신의 퇴장 여부를 “표결에 부치자”고 말하며 회의 주재를 강행했다.
특히 방문진은 문화방송 사장 선임과 임원 선임·재임 때 방송 공공성·공정성 훼손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있는 주요 책임자들을 모두 영전시켰다. 이 기간 백종문 기획본부장은 부사장으로, 최기화 보도국장은 기획본부장으로,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들은 모두 최근 고용노동부의 문화방송 대상 특별근로감독에서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포착돼 조사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방문진이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을 묵인·방치·비호한 셈이다.
방문진은 1988년 문화방송의 독립성·공공성을 지키려고 특별법(방문진법)에 따라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 9명 가운데 정부·여당 추천 대 야당 추천 몫 비율이 6 대 3으로,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방문진 이사진이 자신을 추천해준 정치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느라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구현하도록 하는 이사회 본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이사진의 정부·여당 대 야당 추천 비율을 7 대 6으로 바꾸고, 특별다수제(3분의 2 이상이 찬성)를 도입하는 ‘언론장악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나치게 정파적인 현 방문진 성격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박준용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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