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적부심' 석방되는 김관진 전 국방장관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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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되었다가 11일 만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통해서 석방되었다.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감히 구속적부심 청구를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구속적부심은 사실상 구속의 타당성 여부를 다시 한번 심사하는 것이어서 이를 받아들여 인용할 경우에는 영장발부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므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쉽사리 인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오랜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폭행사건이나 사기 사건 등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구속 후 합의를 하는 등의 사정변경이 없는 한 적부심을 통하여 석방되었던 예를 보지 못하였다. 더욱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건의 경우 방어권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였지만 여지없이 구속적부심이 기각되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피의자나 그 가족이 구속된 후 적부심을 청구하자고 말하면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고개를 흔들면서 말린다. 오히려 재판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청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이다.
구속적부심은 피의자의 구속이 과연 합당한지를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절차로, 국민 누구나 수사기관으로부터 구속을 당하였을 때 관할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였을 때 거의 모든 법원과 판사들은 구속 후 피해자와의 합의 등 사정변경이 없는 한 적부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기각한다. 변호인이나 구속된 피고인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불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단골 메뉴로 들고 나온다. 그래도 대부분의 판사들은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무력감을 느낄 정도로 단호하게 기각하는 것이 법원의 일반적인 태도다.
법원은 왜 방어권 보장 이유로 '김관진 적부심' 받아들였나?
그런데 김관진은 왜 쉽게, 그것도 일반인에게는 그토록 인색하던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적부심을 받아들였을까? 특히 국정농단 사건은 대한민국의 민주질서와 법치질서를 무너뜨린 중대 범죄다. 그것도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범죄다. 범죄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되면 결코 구속을 벗어날 수 없는 중한 범죄유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구속적부심을 통해서 석방한다? 오랫동안 형사변론을 해왔고, 적부심도 수십 번 청구했던 필자로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다.
신광렬 부장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렇다면 신광렬 부장판사는 다른 사건에서도 그러한 이유를 들어서 구속적부심을 쉽게 인용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일 다른 사건에서도 같은 논리로 구속적부심을 인용해 왔다면 형사사건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일관된 것이어서 납득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분명 해명이 있어야 한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하지만 이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일반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실질이 다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신광렬 부장판사가 경북 봉화 출신, 서울대 84학번, 연수원 19기로 우병우 수석과 같은 경력의 소유자여서 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헌정질서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민들 의구심 해소해야
▲ '구속적부심' 석방되는 김관진 전 국방장관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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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법원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신광렬 부장판사가 그동안 구속적부심 재판을 담당했던 사건이 몇 건이고, 그중에서 인용과 기각 비율이 어떠한지 말이다. 그리고 인용의 경우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줄 의무가 있다. 또한 사법연감에 나온 구속적부심 인용례 중 사정 변경이 아니라 단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적부심을 인용한 경우가 얼마나 있었는지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야 한다.
일반국민들에게 그렇게 인색했던 구속적부심 재판이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사람이라고 해서 그 경계를 무너뜨린다면 법원 스스로 우리의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다. 법원의 재판은 나름 최고의 재량권이 인정되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거운 것이다. 누가 뭐래도 모든 국민들에 대한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 헌법에서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평등권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국방부장관은 군인이 아닌데도 군형법 제94조의 정치관여 금지조항을 적용한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군형법이 군인과 군무원 등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맞다(군형법 제1조). 그러나 국방부장관은 국방에 관련된 군정 및 군령과 그 밖에 군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사람이다(정부조직법 제33조제1항). 따라서 군인으로 봐야 하며 당연히 군형법이 적용돼야 한다. 군형법 제1조의 취지는 군과 관련되는 일을 하는 경우 군형법의 적용대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은 김관진에게 적용된 군형법 제94조가 위헌제청되어 있음을 이유로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법원이 위헌제청되었다는 사유를 들어서 구속적부심을 받아들였던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다른 국민들이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구속적부심 청구를 하였을 때, 신광렬 부장판사는, 그리고 법원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헌법 제103조)'고 하지만 그 양심은 주관적인 양심이 아니라 법조적 양심이다. 객관성과 합리성이 담보된 양심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양심은 일관되게 형평성 있는 적용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신뢰성을 상실한 판결이다. 더이상 국민들이 따라야 할 이유가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법관의 자리는 헌법에서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며,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라는 것이다. 법관 한 사람이 주관적 감정에 따라서 판결을 하게 되면 판결의 신뢰와 사법부의 독립성은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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