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몰수·추징 보전 청구..법원이 4차례 모두 기각
檢 "美 처분만 기다릴판" 분통..국고손실혐의 추가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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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구속기소)이 퇴임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을 위해 대학 기부금 명목으로 빼돌린 국정원 해외공작사업예산 200만달러(약 23억180만원)에 대해 검찰이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4개월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해외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몰수·추징보전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이 이를 모두 기각한 것으로 30일 드러났다.
매일경제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4일 해외범죄수익환수합동조사단 설치를 지시한 직후 4개월 동안 대법원 판결·결정 열람 서비스를 통해 '원세훈 스탠퍼드대 200만달러' 의혹 등 검찰 수사에서 나타난 주요 해외 범죄수익 환수 이력을 추적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적폐 청산 일환으로 검찰이 하는 부정부패 사건과 관련해 범죄수익재산이 외국에 은닉돼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모두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매일경제가 확인한 서울중앙지법 기각 결정문 4건을 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박철우)는 문 대통령의 해외 범죄수익 환수 지시 이후 3일 만인 5월 17일부터 이달까지 △몰수보전 △몰수보전 항고 △추징보전 △추징보전 항고 순으로 200만달러 보전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부와 형사항소부가 심리했다.
기각 결정문에는 공통적으로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 재직 당시 직원들에게 국정원 위장사업체 명의로 된 계좌에 보관돼 있던 '특수활동비 23억180만원'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계좌로 이체한 뒤 이를 200만달러로 환전해 스탠퍼드대 W은행 계좌에 송금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나타나 있다. 이후 원 전 원장은 미국 서부 지역에 이른바 '코리아 체어(Korea Chair)' 설치를 추진하도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직원들에게 지시한 뒤 연구원과 스탠퍼드대 사이에 '한국학 펀드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200만달러는 스탠퍼드대에 기부금(endowment gift) 형식으로 건네진 뒤 스탠퍼드대 일반 투자자산에 반영돼 연금에 투자됐고 연 5% 상당의 운용수익을 기부금 약정 용도에 따라 사용하기로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만달러는 현재까지 스탠퍼드대 투자자산 중 일부로 남아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 5일 검찰의 몰수보전 항고에 대해 "200만달러는 스탠퍼드대 투자자산에 섞여버렸기 때문에 그 자체가 현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대신 "스탠퍼드대에 200만달러에 해당하는 만큼의 가액(금액)을 추징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부패 재산이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 측 청구를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기각 결정에 따라 '부패 재산 금액(가액)'에 대한 추징보전을 다시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이에 대해 다시 항고했지만 지난 8월 21일 최종적으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항고 기각 결정문에서 "스탠퍼드대는 여러 차례 검찰에 200만달러 기부가 부적절한 것으로 밝혀지면 반환에 협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추징보전 청구를 기각해도 앞으로 추징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이 "몰수보전보다는 추징보전이 적절하다"며 몰수보전 청구를 기각하자 기각 취지에 따라 추징보전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다시 "스탠퍼드대가 범죄수익을 돌려주지 않을 리 없다"고 기각한 것이다.
법무부 출신인 한 전직 검사장은 "법원이 이런 식으로 알 수 없는 이유를 대며 재산보전청구를 기각하면 해외 범죄수익 환수는 진행 자체가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직 간부도 "문제의 200만달러 환수는 미국 측이 '알아서' 해 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200만달러 보전 청구가 모두 기각되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국정원장 퇴임 후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 자신이 체류할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국정원 예산 200만달러를 빼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로 원 전 원장을 추가 기소했다.
[채종원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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