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날리면 논쟁..자막 가리면 '날리믄'으로 들려"..해석 여지 분분
'국회'는 XX라고 해도 된다? 논란만 낳은 대통령실 해명도 문제늦게 도착 다른 나라 정상들도 조문록만 작성?..정부 해명 '사실 아님'
'천공' 조언 때문에 지각?..'확인 불가'
망사 달린 모자(패시네이터)는 왕실 여성만?..'사실 아님'
"문제제기 하기 전, 해명 하기 전.. 제대로 된 사실 확인부터"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대통령의 순방 일정과 관련된 논란이 굉장히 많이 일고 있습니다. 야당은 '외교참사'라고 비판하고 있고요. 여당과 대통령실은 야당의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는데요. 주요 사안에 대해 사실 여부를 짚어보죠.
◆ 선정수 > 보통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가면, 각국 정상을 만나고 외교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회담의 성과가 발표되고 하면서 국정 지지율이 오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번 순방은 지지율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통령 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고요. 대통령실과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야당의 공세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대응이 많이 나왔습니다.
①"xx와 쪽팔려" 욕설,비속어 논란
◇조태임 > 대통령의 욕설 논란부터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글로벌펀드재정공약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고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문제의 발언을 했습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한 발언인데요. 첫 보도에선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과 함께 녹음 된 육성이 나갔습니다. 미국 의회와 의원들에 대한 욕설 내지는 비하라는 논란이 일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0시간 만에 해명을 내놨습니다. 미국 의회를 지칭한 것이 아니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조태임 > '바이든'과 '날리면' 두 단어의 소리가 완전히 달라서 헷갈릴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대통령 때문에 '욕설이 담긴 음성 녹음을 수 백 번 반복해 들어야 되나' 하는 피곤함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들어봤습니다. 소리가 작게 들어오고 웅성거리는 배경음과 음악이 있는데다 입 모양이 보이지 않아서 불명확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확실히 들리는 부분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ㅇ ㅇㅇㅇㅇ 쪽팔려서 어떡하나"인데요. 이 빈칸에 들어가는 말이 <안 해주면 바이든은> 인지 <안 해주고 날리면> 이냐가 관건인데요. '날리면'은 확실히 아닙니다.
◇조태임 >그럼 최초 보도대로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지목한 이야기인가요?
◆ 선정수 > 제가 듣기로는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구 날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들립니다. 앞선 여러 영상자료들을 확인했는데요. 이 분이 습관적으로 '면'을 '믄'으로 발음합니다. '그러면'을 '그러믄' 이라고 발언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날리면'이라고 말한 게 아니고 '날리믄'이라고 말한거죠.
이게 서울 사투리 영향인지, 아니면 개인적 특성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ㅓ' 발음을 'ㅡ'로 하는 것이 대표적인데요.
◇조태임 > 이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많고, 의견도 분분할 것 같아요. 게다가 대통령실이 처음엔 '사적 발언'이라고 해명하다가, 10시간이나 뒤에 김은혜 대변인이 다시 입장을 내놓은 거 잖아요.
◆ 선정수 > 무능하다고 볼 수 있죠.
◇조태임 > 어쨌든 대통령실 해명대로여도, 대상이 달라지긴 하지만,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는 인정한 것이네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다만 '욕설의 대상이 미국 의회가 아니고 대한민국 국회였다' 이런 취지의 해명인 셈이죠. 우리나라도 1억 달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는데 우리나라 국회가 통과 안 시켜주면 창피해서 어쩌나 이런 맥락으로 해석한 겁니다.
어찌 됐든 대통령의 욕하는 버릇과 특유의 언어 습관이 어울리면서 빚어낸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팩트체크를 정리하자면 대통령이 욕과 비속어를 사용한 것은 사실. 대통령이 욕설로 지칭한 것은 대한민국 국회.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조태임 > 하지만, 우리 국회는 xx라고 불러도 된다는 것인지…이 해명도 의아한게, 보통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해명을 이렇게 했다는 건 국민과 국회의원에 대한 정부 여당의 빈약한 인식을 보여주는 거 같아요.
◆ 선정수 > 맞습니다.
②유엔 헌장 위반?
◇ 조태임 > 이 행사에 앞서서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했는데요. 연설 내용과 관련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어요. '유엔헌장 위반이다' 이런 이야기가 돌았는데요.
◆ 선정수 > 한 인터넷 언론이 기사를 냈는데요. 윤 대통령이 연설에서 자유를 강조하면서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 받을 때 국제 사회가 연대해서 자유를 지켜야 한다" 이렇게 언급한 부분이 '내정 간섭을 금지한 유엔헌장 위반이다'는 내용입니다. 최재성 전 정무수석이 이 보도내용을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했고요.
◇조태임 > 위반입니까?
◆ 선정수 > 유엔헌장 2조 7항은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본질상 어떤 국가의 국내 관할권 안에 있는 사항에 간섭할 권한을 국제연합에 부여하지 아니하며, 또는 그러한 사항을 이 헌장에 의한 해결에 맡기도록 회원국에 요구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과 대통령 연설 내용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고요. 해당 매체는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유엔헌장 13조는 유엔총회에 대해 "경제·사회·문화·교육 및 보건 분야에 있어서 국제 협력을 촉진하며 그리고 인종·성별·언어 또는 종교에 관한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실현하는데 있어 원조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발의하고 권고한다고 규정합니다. 팩크 체크 결과는 '유엔헌장 위반 사실 아님' 입니다.
③영국여왕 안치장소 조문 실패
◇조태임 > 미국 유엔총회 일정 직전에는 영국 여왕 조문 일정이 진행됐는데요. 이것과 관련된 논란도 많았습니다. 조문하러 가서 육개장만 먹고 온 셈이다. 이런 비판들이 많았는데요. 한번 짚어보죠.
◆ 선정수 >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영국여왕 조문, 유엔총회 참석, 주요 정상과 회담. 이렇게 입니다. 첫 순서가 영국여왕 조문이었는데요. 당초 계획은 여왕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라잉 인 스테이트(lying-in-state)라고 불리는 공개 조문에 참석하고 장례 미사에 참석하는 것이었는데요. 공개 조문 참석이 불발됐습니다.
◇조태임 > 대통령실은 영국 왕실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잖아요. 현지 교통상황이 좋지 않고 찰스 국왕 리셉션에 늦을 수 있으니 다음날로 미뤄 달라고 했다는 건데요.
◆ 선정수 > 네 그런데 다음날에도 라잉 인 스테이트(lying-in-state) 조문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도보로 이동해서 조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이 이에 대해 질의를 했는데요.
정부가 사실과 다른 해명을 내놔서 논란을 부채질했습니다. 한덕수 총리는 늦게 도착한 다른 정상들도 라잉 인 스테이트(lying-in-state) 조문을 안하고 조문록 작성만 했다. 이렇게 해명을 했는데요. 거론된 여러 외국 정상들은 라잉 인 스테이트(lying-in-state)에 참석한 장면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조태임 > 출발 시간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조문이 불발 됐다. 그런데 이게 무속 논란을 빚은 '천공'의 조언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도 돌아요.
◆ 선정수 > 네 공교롭게도 '천공'이 대통령 일행 출발 전인 9월15일 조문과 관련된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조문은 관계없는 사람은 가면 안 된다. 탁한 기운이 묻어올 수 있다. 이런 이야기가 들어있는데요. 야권 일각에선 '이 조언 때문에 일정을 일부러 늦춘 거다' 이런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순방 기간 동안 '천공'이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확인됐고요. 그런데 "천공의 조언을 듣고 일부러 출발 시간을 늦춰 조문을 가지 않게 만들었다"는 주장의 사실 여부를 따질만한 근거는 없습니다. 일단 대통령실은 모든 일정은 영국과 협의해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④검은 모자는 왕실만 착용?
◇조태임 >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도 있었는데요. 장례 미사에 참석했을 때 착용한 망사 달린 검은 모자가 적절했냐 이런 얘기입니다.
◆ 선정수 >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회자되던 이야기였는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이야기가 거론됐습니다. 한 진행자가 지난 20일 "로열패밀리(왕실)의 여성들만 망사를 쓰는 것"이라며 "그래서 장례식에 참석한 다른 나라 여성들을 보면 검은 모자를 써도 베일(망사)을 안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조태임 > 외신 사진 보도를 보면 왕실 가족 아닌 사람들도 많이 쓴 것 같던데요
◆ 선정수 > 네, 간단히 확인만 해보면 될 텐데. 왜 이렇게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장례 미사 사진을 보면 프랑스 대통령 부인, 캐나다 총리 부인 등 여러 사람이 망사 달린 모자를 쓴 걸로 확인됩니다. 검은 모자를 써 달라는 영국 왕실의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팩트체크 결과 '망사 달린 검은 모자는 왕실 여성만 쓰는 것' 주장은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⑤왼쪽 페이지 조문록 작성
◇조태임 > 윤석열 대통령이 조문록을 작성한 것도 논란이 됐어요.
◆ 선정수 >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 비서관은 지난 20일 한 방송에서 "조문록을 쓰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은 내보내지 말았어야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조문록을 쓸 때 통상 오른쪽 면에다가 정상들이 쓴다. 남의 페이지 뒷 장에 쓰는 게 아니다"라며 "사진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만 왼쪽 페이지에 조문록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일본 왕, 인도 대통령, 코소보 대통령 등 다수가 왼쪽 페이지에 작성을 한 외신 보도가 확인됩니다.
야당은 당연히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는 건데, 좀 사실에 기반한 비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실은 해명이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악순환을 보여주고 있는데, 해명할 일을 안 만드는 게 최선일 것 같고, 능력 있는 사람 데려다 쓰고, 사태 파악 잘 하고 사실대로 해명하는 게 순리인 것 같습니다.
◇조태임 > 보통 외교는 실패가 없다는 게 외교가에서 내려오는 말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번 외교는 제 개인적으로 감히 '실패'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어떤 면에서 실패냐면, 외교 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는 차치하고, 우리 국민들이 이제는 '불안하다' 이런 인식을 갖게 한 점에서 실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을 계기로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잘 짚어보고,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 될 거 같고요. 여기까지 모아모아 팩트체크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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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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