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라도 만들어 달라"
“쓰던 전력량은 그대로인데 27만원 내던 전기료가 95만원 나왔어요.”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익환 대표는 21일 새로 나온 이번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여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12월 전기사용량은 5205㎾h, 27만3650원이 나왔다. 그런데 지난달 사용량에 따른 고지서를 최근 받았더니 깜짝 놀랐다. 5968㎾h사용했는데 95만530원이 나온 것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1년반 정도 정상영업을 못했는데 임대료에 이어 전기요금까지 폭등하면서 목이 조여오고 있다”고 울먹였다. 정부 등에서는 원료값 인상에 따라 가격을 올리라고 한다. 하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선 무작정 올릴 수 없는 처지다. 김 대표는 “30년 전에도 한곡 500원, 두곡 1000원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경쟁이 붙어서 세곡 1000원 이런식”이라며 “손님들이 이해해줄 수 있을지 업주로서는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전기, 가스요금이 폭등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하고, 에너지 비용 급등시 전용 보험상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오세희 회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연합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계 상황에 몰린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해 에너지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지난주 정부에서 발표한 분할납부는 임기응변일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는 풍수해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덕현 대표는 "지난 여름 가게가 침수됐을 때 풍수해보험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던 경험에 비추어 한파가 왔을 때 과하게 나오는 난방비를 보상해주는 소상공인 전용 보험 제도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풍수해보험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70%, 가입자가 30% 부담하는 제도다.
오 회장은 "우리 정부도 현재의 복합위기상황에서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와 요금할인 등의 지원책을 법제화해 안정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대표 사례와 관련해 한국전력 측은 "해당 고객은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발생에 따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사업자로 한전 특별재난지원 근거에 따라 요금할인이 적용, 12월분 요금에 45만원이 감면 돼 27만원이 청구가 됀던 것"이라며 "따라서 재난 감액이 안되었더라면 73만원이 정상적인 청구금액이다. 사용량이 비슷한 상황에 요금이 4배 가까이 오를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한전 측은 "올해 1월부터 kWh당 13.1원 전기요금이 인상되었고 인상률은 9.5%"라고 설명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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