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U-20 월드컵은 한마디로 ‘언더 독’의 잔치였다.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의 에스타디오 시우다드 데 라 플라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 이탈리아의 우세라는 평가 속에서 진행된 경기는 결국 우루과이의 첫 우승이라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끝난 이번 대회였다.
연령별 대회라고는 하지만 결국 U-20도 강한 자가 독식하는 무대처럼 여겨졌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프랑스와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 남미와 유럽의 강세 속 다른 국가들의 도전이라는 전체 흐름은 여전했다.
배준호를 제외하면 프로 레벨에서 제대로 활약하는 선수가 없었다. 그만큼 관심도도 적었다. 그럼에도 김은중 감독과 함께 똘똘 뭉친 ‘리틀 태극전사’는 4강 신화를 이뤄냈고 1983년, 그리고 2019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 자신들이 ‘아시아의 호랑이’임을 재증명했다.
유럽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김지수는 자신이 왜 최고 수비수인지를 증명했다. 여기에 유일한 대학 선수로서 에콰도르, 나이지리아전에서 ‘황금 머리’로 결승골을 연달아 터뜨린 최석현, 그리고 ‘빛’광연을 이어 한국의 골문을 지킨 ‘빛’준홍 역시 뛰어났다.
‘골든볼’ 이강인의 공격포인트 6회를 넘어 3골 4도움으로 펄펄 날며 ‘브론즈볼’을 수상한 캡틴 이승원, 뛰어난 고공 플레이와 안정적인 발밑 기술을 자랑한 이영준, 마지막으로 부상 여파에도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판타지스타’ 배준호 등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는 저평가를 마음껏 비웃을 수 있도록 만든 한국이었다.
이탈리아를 꺾고 당당히 첫 우승을 거머쥔 우루과이도 사실 ‘언더 독’에 가까웠다. 그들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남미 강호의 그림자에 가려져 좀처럼 돋보이지 못했다. 매 경기 접전을 펼치면서 ‘탑독’이라는 평가조차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에서 3실점한 것을 제외, 6경기에서 무실점하는 최고의 수비로 당당히 U-20 정상에 섰다. 과거에 비해 확실한 스타 플레이어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압도적인 수비, 그리고 멋진 카운터 어택으로 ‘우승후보’ 미국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섰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미국 등 강호들의 잇따른 ‘광탈’과 대조되는 ‘언더 독’의 반란이었다. 4강에 오른 팀 중 그 누구도 우승 커리어가 없는 상황도 연출됐다. 그만큼 세계축구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스토리에 한국이 있다는 건 꽤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기에 더욱 값진 성과다. 4년 만에 다시 세계 4강이라는 꿈을 이루게 해준 어린 전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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